[비즈니스포스트]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새해 초부터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나섰다.

우리금융은 올해부터 IT업무를 전문 자회사에 위탁수행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직접 운영하는 체제로 바꿨다.
 
우리금융 임종룡 2년차 화두는 '디지털', IT거버넌스 개편으로 약점 지울까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디지털 경쟁력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디지털 역량 강화를 통해 신사업 경쟁력을 높이고 비이자이익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우리금융이 다른 금융지주 혹은 인터넷은행과 비교해 IT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실제 성과를 내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이 최근 올해 첫 기자간담회 주제로 ‘디지털/IT 거버넌스 개편’을 고르고 디지털 역량 강화를 강조한 데는 임 회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했다.

우리금융은 임종룡 회장 취임 뒤부터 주기적으로 지배구조와 내부통제, 기업금융 강화, 글로벌 사업 등 주요 그룹 전략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있다. 올해는 시작을 ‘디지털’로 한 것이다.

간담회에서는 그룹 IT업무를 '우리FIS'가 수행하던 방식에서 우리은행과 우리카드 등 핵심계열사가 직접 수행한다는 내용이 발표됐다. 우리금융은 이를 통해 개발 기간이 최대 절반까지 줄어들 것으로 기대했다.

간담회에서는 디지털과 관련한 우리금융 올해 전반 전략과 목표점도 공유됐다.

옥일진 우리금융지주 디지털혁신부문 부사장은 간담회에서 IT거버넌스 개편의 롤모델로 싱가포르개발은행(DBS)을 제시했다. 싱가포르개발은행처럼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다양한 사업 진출로 비이자이익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옥 부사장은 “운영 모델 개편을 위해 해외 선진사례를 많이 살펴봤고 특히 싱가포르개발은행 사례를 많이 참조했다”며 “싱가포르개발은행은 IBM을 통해 IT업무 대부분을 아웃소싱하는 구조였지만 2016년부터 순차적으로 내재화했고 현재는 95% 정도 자체 개발 체계로 이전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이어 “IT업무 내재화 이후 여러 디지털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쳤고 그 결과 싱가포르개발은행의 비이자 수익 비중은 30%까지 올라왔다”며 “2016년 이후 6년 싱가포르개발은행 주가도 2배 이상 올랐다”고 덧붙였다.
우리금융 임종룡 2년차 화두는 '디지털', IT거버넌스 개편으로 약점 지울까

▲ 우리금융 IT거버넌스 개편 주요 내용. <우리금융그룹>

자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비이자이익을 늘리겠다는 것인데 비이자이익 증대는 국내 은행들이 높은 이자이익 의존도를 단골로 지적받는 만큼 수익성 강화 핵심으로 여겨진다.

우리금융은 이를 위해 △슈퍼앱 개발 가속 △모빌리티와 여행, 부동산, 통신, 프롭테크 등 생활 밀착형 업종 제휴 △AI(인공지능)뱅커 도입 등 신기술 활용 활성화 △토큰증권과 중앙은행 가상화폐(CBDC) 시장 선점을 위한 인프라 구축 등을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한국은행과 함께 진행하는 CBDC사업을 놓고는 자신감도 드러냈다.

옥 부사장은 “한국은행 CBDC사업에는 가장 선도적으로 참여해 노하우를 갖고 있다”며 “다만 계약이란 게 끝까지 사인할 때 공개할 수 있어 지금 현재로선 말할 수 있는게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제서야 IT 관련 지배구조 개편이 마무리된 만큼 실제 결과로 이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우리은행은 간담회에서 슈퍼앱을 만드는 ‘우리WON뱅킹 전면 재구축 사업’ 완료 시점을 11월로 잡았다고 밝혔다. 다른 금융사가 이미 슈퍼앱 개발을 마치고 이용자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뒤쳐졌다는 평가도 가능하다.

우리은행의 기존 앱 ‘우리WON뱅킹’ 이용자가 다른 은행 앱에 밀리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WON뱅킹의 MAU(월간활성이용자수)는 820만 명으로 알려졌다. 1천만 명을 넘겼거나 바라보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과 아직 거리가 있고 플랫폼 경쟁력에서 강점을 지닌 카카오뱅크·토스뱅크와도 큰 격차가 있다.

임종룡 회장은 다만 즉각 성과가 나지 않더라도 이번 거버넌스 개편에 관심을 갖고 뚝심 있는 추진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경영전략 핵심 가운데 하나로 디지털 역량 증대를 지목했기 때문이다.

그는 신년사에서 “디지털 IT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1월 초 거버넌스 개편 뒤 빠른 안정화를 이루고 디지털 신기술 흐름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번 거버넌스 개편은 임 회장이 적극적으로 중재력을 발휘한 사례인 만큼 그룹 차원에서도 힘을 쏟을 것으로 보인다. 

거버넌스 개편은 우리FIS와 우리은행, 우리카드 사이 노사합의와 업무분장 등이 걸려 있는 문제다. 이 때문에 지난 10여 년 동안 수 차례 논의에도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임 회장이 취임한 뒤 급물살을 탔고 결국 합의점을 도출했다. 임 회장은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나 우리금융 회장 취임 초반에도 소통능력을 활용해 내부 갈등을 잠재웠던 경험이 있다. 김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