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경직된 조직문화에 경고등이 켜졌음을 인식하고 개선책 마련에 고삐를 죄고 있다.

정 사장은 새해 일성으로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과 ‘소통강화’를 꼽고 일하고 싶은 직장 만들기에 전력을 기울여 생산성 높이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LG디스플레이 경직된 조직문화도 바꾼다, 정철동 생산성은 조직문화에서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 사장이 조직문화 개선에 고삐를 죄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5일 디스플레이업계에 따르면 정 사장은 지난해 대규모 영업적자에 더해 어두워진 조직 분위기를 다잡기 위해 부드러운 사내 문화 조성에 힘주고 있다.

정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활력 넘치고 팀워크가 발휘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임직원 누구나 더 나은 의사결정을 위해 의견을 개진하고 논의 주체로 참여하는 스피크업 행사를 활성화할 것이다"며 ”이는 수평적 조직문화 토대 위에서 가능하므로 전사 차원에서 직급·직책 대신 ‘님’ 호칭을 도입한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5월 업무 과중으로 추정되는 이유로 구성원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조직문화가 대단히 경직되고 엄혹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 결과 LG디스플레이는 법정 연장근로 한도 내에서만 근로시간을 입력한 뒤 한도를 초과한 시간에 대해서는 별도의 시스템으로 보상휴가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130명에 대해 전체 7120시간에 걸쳐 연장근로 한도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극단적 선택을 했던 구성원의 경우 한 달 사이 모두 251시간을 근무해 하루 평균 12시간 넘게 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 사장은 지난해 말 새로 최고경영자로 부임한 뒤 이런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단순한 레토릭이 아니라 임직원 업무환경에 직접 ‘메스’를 갖다 대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정 사장이 신년사에서 사내 조직문화 변화에 대한 의지를 천명하고 큰 틀을 짜둔 만큼 커뮤니케이션 조직에서 소통행사나 문화개선 후속조치를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디스플레이 경직된 조직문화도 바꾼다, 정철동 생산성은 조직문화에서

정철동 LG디스플레이 최고경영자 사장(사진 뒷편 가운데)이 LG이노텍 대표이사 시절 사내 소통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 LG이노텍 >

정 사장은 직전에 수장을 맡았던 LG이노텍에서도 유연한 경영환경 조성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려 실적 증가를 이끌어낸 만큼 LG디스플레이 조직문화도 변화를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정 사장은 LG이노텍 대표이사로 있었을 때 한 달에 2번 전국 사업장을 찾아다니면서 직급과 상관없이 함께 식사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임직원 사이 호칭을 통일하는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또한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도 임직원 제안 아이디어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소통의 길을 넓혔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정 사장은 ‘경청과 공감이 배려의 출발입니다’라는 문구가 쓰인 액자를 2011년 LG디스플레이 최고생산책임자(CPO)로 있을 때부터 늘 책상 위에 올려놓은 것으로 알려져 있을 정도로 ‘덕장’으로 정평이 나있다.

정 사장은 세심한 소통 경영을 바탕으로 LG이노텍이 영업이익 1조 원을 사상 최초로 거두는데 성공한 바 있다. 

카메라 모듈을 비롯한 광학솔루션 사업의 호조로 성과를 달성한 점도 있지만 그 밑바탕에는 구성원을 배려하고 자부심을 갖도록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경영철학이 일조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 사장이 구성원들과 소통 강화를 통해 일하고 싶은 직장을 만들어내려는 의도에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실패가 성공의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이 생산성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며 “수평적 조직문화 도입이 레토릭에 머무르지 않도록 경영자가 실질적 변화를 이끄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