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올해 초 D램 수요 급증에 대응해 2023년에 진행했던 감산을 빠르게 원상복구하며 출하량 확대에 나서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2023년 단기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설비투자(CAPEX) 규모를 늘리며 첨단공정 전환을 진행했는데 이는 올해 시장점유율 회복을 이끌 무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D램 점유율 격차 다시 벌린다, 경계현 어려울 때 투자한 효과 본격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이 D램 감산을 빠르게 원상회복하고 있다.


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모바일과 서버 등 주요 반도체 고객사들의 주문이 급증하면서 1월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D램 출하량은 기존 예상치를 훨씬 웃돌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노트북, 스마트폰 신제품이 온디바이스AI(인공지능)를 탑재하게 되면서 출시를 앞두고 고객사의 반도체 재고 축적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1월 D램 출하량은 기존 예상을 2배 이상 상회하고 있다”며 “온디바이스AI가 메모리 반도체를 비롯한 PC, 스마트폰, 가전, 자동차 등 전 산업 분야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는 D램 수요 급증에 발맞춰 1분기 D램 가격을 15% 인상할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D램 가격은 2023년 4분기에도 3분기 대비 12% 정도 반등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올해 D램 출하량 확대를 통해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23년 반도체업황 악화에 따른 가격하락세를 최소화하기 위해 35% 수준의 감산 결정을 내렸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시장점유율은 역대 최소 수준까지 좁혀졌다.

삼성전자는 2023년 3분기 기준 D램 시장점유율이 38.9%로 SK하이닉스(34.3%)와 차이가 4.6%포인트까지 줄어들었다. 2018년 이후 항상 삼성전자가 10%포인트 이상 앞서던 것을 고려하면 D램 시장 구도에 상당히 큰 변화가 있었던 셈이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업황이 회복되기 시작한 2023년 말부터 D램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올해 1분기에는 감산율을 15% 수준까지 축소해 점차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는 최근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D램 감산 규모를 줄여 나가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2분기부터 감산규모 축소에서 오는 고정비 분배 및 수익성 회복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점유율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메모리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단기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설비투자(CAPEX) 규모를 늘렸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2023년 한 해에만 약 54조 원의 설비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2022년 설비투자 금액 49조 원을 5조 원가량 웃돈다.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은 어려운 시기에 투자를 해야 좋은 시기가 왔을 때 훨씬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계현 사장은 2023년 초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업계 전반적으로 투자 축소 움직임이 있지만 삼성전자는 미래를 위해 투자 축소를 하지 않는다”며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메모리 사업 분야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경쟁사인 SK하이닉스는 실적악화에 따른 재무부담이 커지면서 2023년 설비투자 규모를 대폭 축소했다. SK하이닉스는 2023년 약 8조 원의 설비투자를 집행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2022년 설비투자 금액 19조 원과 비교하면 절반 이상 감소한 수치다.
 
삼성전자 D램 점유율 격차 다시 벌린다, 경계현 어려울 때 투자한 효과 본격화

▲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전경. <연합뉴스>


미국 마이크론도 설비투자 규모를 2022년 회계년도 120억6700만 달러(약 15조8천억 원)에서 2023년 회계년도에는 76억7600만 달러(약 10조 원)로 줄였다.

게다가 삼성전자는 첨단공정으로 전환하는 데 투자를 집중했던 만큼 올해 그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새로 도입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활용한 1a(10나노급 4세대) D램 양산에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구형 심자외선(DUV) 장비를 이용한 마이크론이 1a D램 양산에 우위를 보였다.

이에 따라 2023년 D램 업체별 1a 공정 비중은 삼성전자가 30%, SK하이닉스가 20%, 마이크론이 50% 수준이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EUV 공정이 점차 안정화됨에 따라 올해부터는 삼성전자의 1a D램 판매 비중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공산이 크다.

최근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와 함께 새로운 먹거리로 부각되고 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량도 올해 하반기에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를 넘어설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4년 HBM 공급 역량을 2023년 대비 2.5배 늘리겠다고 밝혔다.

채민숙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3년 3분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D램 점유율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은 결국 D램 최첨단 기술인 1a의 개발과 양산 안정화가 지연됐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삼성전자가 수익성을 포기하면서까지 설비투자를 유지해 1a에 투자한 만큼 올해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