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아라비아 북서부 타북주 2만6500㎢ 부지에 건설될 최첨단 친환경 미래도시 '더 라인' 조감도. <네옴 공식 홈페이지> |
[비즈니스포스트] 건설업계가 2024년 중동 건설시장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중동은 올해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를 비롯해 이라크와 쿠웨이트 신도시개발, 아랍에미리트와 오만 등의 에너지인프라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쏟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건설부동산 경기침체, 자금시장 경색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제2중동붐’에서 기회를 잡기 위한 건설사들의 행보가 바빠지고 있다.
2일 해외건설업계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산유국은 고유가로 재정여력이 확대되면서 국가가 앞장서 추진하는 대형 건설·에너지·인프라산업 프로젝트 투자가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 건설사들은 해외건설 주요 텃밭인 중동에서 다시 한 번 ‘금광’을 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 중동 건설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중동지역 건설산업 규모는 2023년 3.3% 성장하고 2027년까지 한 해 평균 4.42%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네옴시티 등 국가 기가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사우디 건설시장의 경우 2024년부터 2027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5%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앞줄 가운데)과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앞줄 왼쪽 첫번째)이 2023년 10월1일 사우디아라비아 서북부 타북주에서 삼성물산이 참여하는 '네옴' 신도시의 지하 터널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
◆ 사우디 네옴부터 중동 신도시개발 기가프로젝트 줄줄이 대기
사우디는 2030년까지 주택 2만4천 호와 사무공간 360만㎡를 개발하는 ‘비전 2030’를 추진하고 있다.
5천억 달러(약 650조 원)을 투입하는 네옴시티가 대표적이다. 네옴은 친환경미래도시 ‘더라인’, 최첨단 산업지구 ‘옥사곤’, 산악관광지 ‘트로제나’, 고급 휴양지 ‘신달라’ 등으로 구성된다.
네옴의 더라인 등은 엑스포가 개최되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옴은 2023년 말까지 발주된 금액이 246억 달러(약 31조6천만 원) 수준으로 아직 전체 예산의 5%정도 밖에 발주되지 않았다.
중동지역 건설전문매체 MEED에 따르면 사우디는 지난해 연말 네옴 더라인 건물 모듈과 세계 최대 규모 유람선을 수용할 선착장 등 건설공사에 관한 입찰서류 발행을 시작했다. 이번 입찰 프로젝트는 12개 패키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에 발주되는 더라인 프로젝트들은 1월과 2월부터 잠정제안요청서(RFP)를 발행하고 상반기부터 계약체결 절차에 돌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건설사인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등은 네옴이 프로젝트 발주를 앞두고 진행한 사업 설명회에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은 앞서 2022년 사우디 네옴 더라인 터널공사 등을 수주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더라인 ‘스파인 B’ 프로젝트, ‘델타JCT’ 프로젝트 등에도 입찰했다. 이 밖에도 삼성물산은 2023년 10월 사우디국부펀드와 옥사곤 모듈러주택 관련 공동사업협약을 맺는 등 더라인과 옥사곤 등의 다양한 건설인프라 프로젝트에 입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 관련 추가 수주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대우건설도 중흥그룹에 인수된 뒤 중동 등 해외시장에서 보폭을 넓히며 적극적으로 수주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앞서 2022년 사우디 현지 종합건설사 알파나르와 포괄적 업무협약을 맺고 사우디 네옴시티 토목공사 입찰을 검토해 왔다.
한국 건설사들은 네옴 외에도 킹 살만 파크 건설, 디리야게이트 개발 등 초대형 건설인프라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킹 살만 파크는 사우디 리야드 16만㎢ 부지에 230억 달러(약 30조 원)를 투입해 세계 최대 공원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부지 면적이 서울 여의도의 16배, 미국 센트럴파크의 5배 수준으로 네옴시티 사업과 함께 비전2030의 핵심 프로젝트다.
사우디의 개발계획에 따르면 킹 살만 파크에는 녹지공간과 예술단지, 박물관 등 문화시설부터 주거 및 고급 호텔시설, 스포츠 및 레크리에이션시설 등이 들어선다.
▲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16㎢ 부지에 230억 달러를 투입해 조성하는 세계 최대 공원과 문화예술주거 복합단지 '킹 살만 파크' 프로젝트 전체 조감도. <리야드시 왕립위원회 홈페이지> |
킹 살만 파크 프로젝트에는 한국 쌍용건설이 입찰 전 사전자격심사 등에 참여해 부지에 조성될 고급 호텔과 박물관 등 랜드마크 건축물 수주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서쪽으로 20km가량 떨어진 디리야지역에 대규모 주거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디리야 게이트’ 프로젝트는 제2의 네옴시티로 불린다.
디리야 게이트 프로젝트는 사업비 126억 달러(약 16조2603억 원)가 투입되고 현재 약 95억 달러 규모 프로젝트가 입찰 단계에 있다. 이 프로젝트는 현재 한미글로벌이 프로젝트 건설사업관리(PM) 용역을 수주해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한미글로벌은 사우디 국영 부동산개발기업 로쉰이 발주한 리야드 주거복합단지 조성사업 건설사업관리 용역도 따냈다. 로쉰은 비전 2030 계획에 맞춰 사우디 수도 리야드 안팎을 포함해 다양한 지역에서 주택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프로젝트 규모가 176억5천만 달러(약 22조7천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밖에도 사우디 정부는 홍해 개발 프로젝트, 퀴디야 프로젝트, 뉴 무라바 프로젝트를 포함한 기가프로젝트를 대거 추진하고 있다.
▲ 건설이 중단돼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세계 최고층 빌딩 '제다타워' 모습. <비즈니스포스트> |
건축부분에서는 사우디 제다타워 프로젝트를 향한 관심이 모인다.
제다타워는 사우디가 추진하는 세계 최고층 빌딩 프로젝트로 지상 168층, 높이 1008m로 건설된다. 현재 가장 높은 빌딩인 두바이 부르즈칼리파는 828m다.
제다타워 프로젝트에는 공사비 16억3천만 달러(약 2조 원)이 배정돼 있다. 한국에서는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제다타워 발주처 JEC로부터 입찰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은 두바이 부르즈칼리파를 건설했고 현대건설도 초고층 빌딩 건설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제다타워 프로젝트는 2023년 4분기 시공사 선정이 예상됐던 만큼 올해 프로젝트 추진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도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재개가 가시화되고 있다.
해외건설업계와 이라크 현지매체 등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의 비스마야 신도시사업 관련 자금조달작업이 마무리단계에 이르며 사업 진행에 진척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을 맡고 있는 한화 건설부문도 사업 재개를 위해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와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 모습. <한화 건설부문> |
비스마야 신도시사업은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비스마야지역에 주택10만 세대를 포함 교육시설과 병원, 경찰서, 도로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총 사업비 101억 달러(14조 원가량)이 투입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이라크 정부는 2023년 6월 말 2025년까지 약 1530억 달러(약 197조 원) 규모의 3개년 예산안을 발표했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다.
이라크 정부는 2023년 수도 바그다드를 중심으로 중부 카르빌라와 바빌론, 서부 알 안바르와 북부 니네베 등 지역에서 민간투자를 통해 신도시 5개를 짓는 계획도 승인했다.
쿠웨이트 정부도 국가 중장기 발전전략인 ‘뉴 쿠웨이트 2035’ 계획을 통해 신도시 건설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마스터플랜 수립과 실시설계 용역계약을 맺은 압둘라 신도시 개발사업이 있다.
압둘라 신도시는 쿠웨이트 도심지에서 서쪽으로 30km 떨어진 64.4㎢(약 2천만 평) 규모 사막부지를 주택 4만6천 세대 규모 주거단지로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총 사업비가 24조 원 규모다.
압둘라 신도시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프로젝트 총괄 관리를 맡고 있는 만큼 앞으로 건설이 본격화되면 한국 건설사들의 수주 가능성도 높이 점쳐진다. 압둘라 신도시 건설관리사업(PM)도 한미글로벌이 수주해 진행한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쿠웨이트 무역관의 보고서에 따르면 쿠웨이트 정부는 이밖에 2023~2027년 국가업무계획에서 지속가능한 도시 및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 7개를 진행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쿠웨이트 북서쪽 부비얀 섬 개발을 포함한 북부개발 프로젝트(약 1조3천억~1조7천억 원), 쿠웨이트 본토 수비야지역 해안가에 다양한 도시 인프라를 건설하는 ‘실크시티’ 프로젝트(약 170조 원) 등이 대표적이다.
▲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앞줄 왼쪽)와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앞줄 오른쪽)가 2023년 10월23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의 네옴전시관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자푸라 2 가스플랜트 패키지2 사업 계약 체결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사우디 아람코·UAE 아드녹 플랜트 건설 투자 확대
한국 건설사들의 주력 종목인 플랜트분야 발주가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희소식이다.
조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아라비안 나이트’라는 제목의 건설산업 보고서에서 “2024~2025년 국내 건설사들은 MENA(중동아프리카)시장에서 2023년보다 우수한 수주성과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며 “한국의 주력 공종인 석유·가스·화학플랜트 예산 비중이 크게 높아지면서 우호적 발주환경이 조성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내다봤다.
조 연구원은 2024년 MENA지역 석유와 화학분야 플랜트사업 발주량이 2022~2023년 10월 발주된 프로젝트보다 각각 411.6%, 122.5% 증가할 것으로 파악했다.
우선 사우디 국영에너지기업 아람코는 석유·가스·화학분야 전방위적 투자 확대를 진행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 국영기업 아드녹은 2023~2027년 석유가스 플랜트 등 시설부문에 1500억 달러(약 193조 원) 투자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런 중동 국가들의 플랜트 투자 확대에 수혜를 입을 대표적 건설사로 꼽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2024년 1분기 사우디 아람코와 NEC(National EPC Champion) 협약에 따른 10억 달러(약 1조2905억 원) 규모 수의계약이 예정돼 있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앞서 2022년 아람코와 NEC협약을 맺으면서 현지 에너지전문 기업 ARPIC과도 손을 잡았다.
NEC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중장기 성장 프로젝트인 나맷(Namaat) 프로그램 가운데 설계조달시공(EPC) 분야 투자와 자국 산업 육성을 위한 것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이밖에도 2024년 중동지역에서 사우디 파드힐리 가스전 확장 프로젝트(40억 달러), 사우디 얀부산업단지 석유화학플랜트 프로젝트(20억 달러), 이라크 바스라 담수화플랜트 프로젝트(10억 달러), 오만 원유저장터미널 프로젝트(2억 달러) 등을 수주후보에 두고 있다.
현대건설도 2023년 사우디 자푸라 가스전 2단계 사업 수주 성과에 이어 2024년에도 대형 플랜트사업들을 집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증권업계 자료 등을 종합하면 현대건설은 올해 1분기 아부다비 최초의 LNG 수입 터미널인 루와이스 LNG 터미널(45억 달러)과 사우디 아람코 NEC 관련 수의계약(7억~8억 달러) 프로젝트 등 수주 소식을 기다리고 있다.
▲ (왼쪽부터) 이기열 삼성엔지니어링 상무, 스테판 고베흐(Stephan Gobert) 엔지 전무, 프레드릭 끌로(Frederic Claux) 엔지 아시아∙중동 총괄 책임자, 살림 빈 나세르 알 아우피(Salim bin Nasser Al Aufi) 오만 에너지광물부 장관 겸 하이드롬 이사회 의장(Chairman), 조주익 포스코홀딩스 수소사업팀장, 이영재 한국남부발전 수소융합처장, 홍기열 한국동서발전 해외사업실장, 노빠짓 차이와나쿱트(Nopasit Chaiwanakupt) PTTEP社 전무)가 2023년 6월21일 그린수소 독점사업 개발 및 생산, 부지 임대계약 체결 계약에 서명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 |
◆ 그린수소 등 ‘포스트오일’ 기회의 문도 활짝
중동 국가들은 ‘포스트오일’ 시대를 대비해 그린수소·그린암모니아 등 친환경에너지 인프라 구축에도 힘을 싣고 있다.
MEED에 따르면 사우디와 이집트, 아랍에미리트 등을 중심으로 한 MENA(중동아프리카)지역 국가들은 최근 10년 동안 재생에너지사업 480억 달러(약 62조 원) 규모를 발주했다. 앞으로 추진될 재생에너지사업 규모는 약 1500억 달러(약 19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됐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인프라 건설에 300억 달러 규모를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다. 오만 정부는 세계 최대 그린수소 허브국가를 목표로 중남부지역 3곳에 그린수소 구역을 선정해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SK에코플랜트 등 한국 건설사들은 이미 중동 그린수소 등 재생에너지시장 선점에 적극적 행보를 보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2023년 12월 오만 남부 항구도시 살랄라에 연간 100만 톤 규모 그린암모니아 생산을 위한 대규모 신재생발전단지를 조성하는 프로젝트 독점 사업권을 확보했다. 삼성물산은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에서도 각각 그린수소 생산사업, 그린암모니아 생산공장 조성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엔지니어링과 포스코홀딩스 등도 오만 에너지개발공사의 수소사업 자회사인 오만수소개발이 추진하는 두쿰지역 그린수소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태양광과 풍력발전시설을 포함 세계 최대 규모 그린수소 생산·수출 부지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로 전체 사업 규모는 65억 달러(약 8조6천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해 한국남동발전과 아랍에미리트, 오만 등의 그린수소 및 그린암모니아사업 개발 관련 업무협약을 맺었다. SK에코플랜트는 아랍에미리트 현지기업과 그린수소 및 그린암모니아사업 관련 예비타당성조사 사전협의 등도 진행했다.
그린수소는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만든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한 수소를 말한다. 생산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 않아 진정한 친환경수소로 주목받고 있다.
해외건설정책지원센터는 2023년 10월 발간한 해외건설 인사이트 보고서에서 “세계적 경기침체로 경색된 해외건설 시장에서 높은 유가에 힘입어 살아나고 있는 중동시장 진출이 다시 한 번 강조되고 있다”며 “특히 중동 국가들이 장기적으로 탈석유 경제개혁을 추진하면서 다양한 그린에너지사업이 발주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한국기업들의 수주 기회도 증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