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18일부터 27일까지 중국 상하이 국립전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3 상하이 모터쇼'에 BYD의 슈퍼카 양왕 U9가 전시된 모습. < BYD >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최근 잇따라 고성능 슈퍼카를 출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그동안 저렴한 가격을 앞세우는 전략을 펴왔는데 슈퍼카를 통해 품질과 성능을 알리고 이를 발판으로 저가 브랜드 이미지를 벗고 고급차 시장에 진출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일본 토요타가 고가 제품을 내놓으면서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키웠는데 중국 업체들이 이를 재현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현지시각) 닛케이아시아에 따르면 중국 광저우자동차그룹(GAC)과 지리자동차가 최근 고성능 전기차인 ‘아이온 하이퍼 SSR’과 ‘001 FR’을 각각 출시했다.
차량 성능을 평가하는 기준 가운데 하나인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이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두 차량이 각각 1.9초와 2.07초다. 하이퍼 SSR의 제로백은 고급 모델인 스프린트와 얼티밋 기준이다.
전기차 가운데 전 세계에서 제로백이 가장 빠른 차량은 일본 아스파크 아울로 1.75초다. 테슬라의 최고성능 모델인 모델S 플래드가 2.1초로 5위권인데 중국 업체들이 이보다 제로백 성능이 나은 차량을 내놓은 셈이다.
GAC의 펑싱야 회장은 닛케이아시아를 통해 “SSR이 (GAC의)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나아가 중국 업체들이 고급 전기차 시장에 진입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중국 최대의 전기차 기업으로 테슬라와 세계 1위를 두고 경쟁하는 비야디(BYD) 또한 고성능 전기차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BYD는 산하 고급차 브랜드인 양왕(仰望)을 통해 순수 전기 스포츠카인 ‘양왕 U9’를 선보였다.
닛케이아시아의 24일자 보도에 따르면 BYD는 양왕에서 나오는 고성능 전기차를 전문으로 판매하는 매장을 90여 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닛케이아시아는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기술 역량을 과시하고 브랜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슈퍼카를 출시한다”고 평가했다.
▲ 지난 9월11일 중국 장쑤성 쑤저우시에 위치한 타이창항 부두에 수출용 BYD 차량들이 선적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
중국 전기차 기업들은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성장했다. 정부 보조금과 세제혜택 등에 힘입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중국 중앙정부에서 제공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은 2023년 1월부로 폐지됐지만 지방 정부들이 제공하는 구매세 감면 혜택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자동차 공업협회(CAAM)의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 내수시장과 수출을 합쳐 판매한 순수전기차(BEV)는 586만 대다.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23.6%나 증가한 수준이다.
그러나 전기차 업체가 난립하면서 경쟁이 과열되는 부작용도 뒤따랐다. CNBC의 24일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 기업들은 2024년에 100여개 이상의 새로운 전기차 모델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전기차 시장은 현재 상위 업체를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 있는데 해외 진출을 노리는 기업들이 브랜드 고급화를 위해 슈퍼카를 선보이는 작업에 집중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과거 일본 기업들인 토요타와 혼다, 닛산이 내연기관차 내수시장 경쟁에서 돋보이기 위해 슈퍼카 출시에 집중했던 것과 비교되는 모습이다.
토요타가 1955년 고급 세단인 토요펫 크라운(이후 정식 명칭을 토요타 크라운으로 변경)을 출시한 뒤 혼다의 S500 그리고 닛산의 S30 페어레이디 Z가 연이어 나오면서 세계 시장에서 일본 슈퍼카 판매가 활성화됐기 때문이다.
닛케이아시아는 “당시 일본 업체들이 슈퍼카를 통해 기술력을 자랑하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키웠다”라며 “중저가 전기차로 시장을 형성하고 본격적으로 슈퍼카를 내놓는 중국의 행보는 일본의 사례를 재현하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결국 중국 전기차 시장은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던 중하위 기업은 생존이 어려워지고 확실한 브랜드 이미지를 갖춘 기업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다만 닛케이아시아는 중국 업체들의 슈퍼카가 경쟁하는 기업들은 포르쉐와 BMW 그리고 메르세데스-벤츠와 같이 입지가 확고한 기업들이라며 슈퍼카 시장 진출이 여의치만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BYD가 11월 한 달 동안 판매한 30만여 대의 차량 가운데 양왕 제품은 0.13% 수준인 408대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