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은 워크아웃설과 관련해 “지난 2~3분기 영업이익을 거뒀고 윤세영 창업회장도 경영에 복귀한 상태다”며 “최근 태영인더스트리 매매계약이 최근 체결돼 12월 안에 매각대금이 들어오면 유동성 지원도 확실한 상황이다”고 진화에 나섰다.
워크아웃의 근거법인 기업 구조조정촉진법(기촉법)은 지난 10월15일 일몰돼 워크아웃을 신청할 수 없는 상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일몰된 기촉법이 이르면 내년 초 다시 가동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태영건설이 기촉법 재시행 이후 워크아웃 신청 1호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여기에 신용평가업계가 태영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추며 위기설을 부채질하는 모양새가 됐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1일 태영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A-(안정적)에서 A-(부정적)으로 변경하고 “조달여건 악화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유동화증권 차환이 차질을 빚어 재무부담이 확대된 점과 과중한 PF우발채무 수준, 비우호적 조달 여건 등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증권업계도 태영건설의 유동성 해결을 위해 지주사 티와이홀딩스의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바라보고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9일 “티와이홀딩스의 유동성 지원이 유일한 희망이다”며 “에코비트 지분을 담보해 추가로 대출을 받거나 비핵심 자회사 및 관계기업 지분을 매각해 마련한 현금을 태영건설에 대여금으로 내릴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윤세영 창업회장은 90세 고령임에도 12월 초부터 사실상 태영그룹을 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창업회장이 직접 나서면서 티와이홀딩스와 태영건설을 중심으로 핵심자산 매각에 속도가 붙고 있다는 점에서 단기적 유동성 대응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윤 창업회장은 2024년 3월 열릴 티와이홀딩스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3개월간 태영건설의 유동성 위기를 무사히 넘어간다면 대표이사에 취임하는 어깨가 한결 가벼워지지만 자칫 대응에 어려움을 겪었다간 대표 취임 전선에도 먹구름이 낄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태영건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차입금 총액은 2조9천억 원이다. 여기서 직접 또는 계열사가 매입한 PF유동화증권을 제외하고 차환이 필요한 차입금 잔액은 2조3천억 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분양이 진행되지 않은 착공 및 미착공 사업장 등 차환이 필요한 PF우발채무 규모는 1조2565억 원가량으로 실질적으로 위험이 현실화할 우발채무는 1조 원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1900억 원 가량이 올해 12월부터 2024년 2월에 걸쳐 만기가 돌아온다.
태영그룹은 계열사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을 통해 2400억 원가량을 확보해 상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태영인더스트리는 티와이홀딩스 40%, 윤석민 회장 32.34%, 창업회장 차녀 윤재연씨가 27.66% 지분을 들고 있는 물류기업이다. 사실상 오너일가의 사재출연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문제는 대출 만기가 지속 돌아온다는 점이다. 신용평가업계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태영건설은 한국투자증권이 공동으로 조성한 펀드의 만기 도래 차환 여부가 유동성 위험 관련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사옥.
앞서 3월 태영건설은 한국투자증권과 2800억 원 규모의 투자협약을 맺고 펀드를 조성했다. 태영건설이 800억 원, 한국투자증권이 2천억 원을 각각 납입했다.
2024년 3월6일 만기까지 태영건설은 이를 연장하거나 갚아야 한다. 만약 연장에 실패하면 담보로 설정한 자산이 한국투자증권으로 넘어가게 된다. 한국투자증권은 태영건설 소유인 루나엑스CC(경북 경주시 소재)를 담보로 자금을 지원했다.
태영건설은 경기 부천 군부대 현대화 및 도시개발사업 지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지분을 사업장을 개발할 건설사에게 넘겨 3천억 원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 대상은 부천사업장의 시행주체인 네오시티의 태영건설 지분 69% 및 사업장 시공권이다. 다만 상대 건설사들은 제안은 받았지만 진지하게 검토할 사안이 아니라며 유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태영건설은 공시를 통해 "부천시 군부대 현대화 및 도시개발사업과 관련해 지분 매각을 검토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