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이노텍이 무선 배터리관리시스템을 비롯한 자동차 전장(전자장비)부품 제품군을 넓히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LG이노텍이 전기차를 중심으로 전장 부품 제품군(라인업)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문혁수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 부사장은 내년부터 전장부품 사업비중을 확대해 애플에 대한 높은 의존도를 완화하는 작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25일 LG이노텍에 따르면 전기차 배터리 부품을 비롯해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라인업을 넓히며 전장부품 사업의 본격적 확장을 내년부터 추진한다.
LG이노텍은 특히 무선 배터리관리시스템을 양산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전기차의 필수 부품인 배터리관리시스템은 배터리의 전압·전류·온도 등을 실시간으로 점검해 배터리 성능과 수명을 최적화하는 제어 시스템이다.
무선 배터리관리시스템은 케이블과 커넥터 등이 없어 기존 유선 배터리관리시스템보다 차량 무게를 줄이고 배터리 팩 여유 공간도 추가로 확보해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LG이노텍의 무선 배터리관리시스템 양산 계획은 문 최고경영자의 전장부품 사업 확장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문 최고경영자는 무선 배터리관리시스템 출시 관련 보도자료에서 “LG이노텍은 차별적 고객가치를 제공하는 전장부품 토털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서 글로벌 입지를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LG이노텍은 무선 배터리관리시스템 이외에도 다양한 고부가 전장부품 확대에 힘주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차량용 플렉시블(유연한) 입체조명 '넥슬라이드-M'을 개발했다. 넥슬라이드는 얇은 기판에 여러 발광다이오드(LED) 패키지를 부착한 차량 조명 부품이다.
LG이노텍이 개발한 넥슬라이드-M은 부드럽게 휘어지는 레진을 적용해 주간주행등(DRL)과 후면 램프 등 다양한 차량 조명장치에 장착할 수 있다. 넥슬라이드-M은 고부가 부품으로 전기차를 비롯한 프리미엄 차량에 탑재될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은 지난 3월 전기차를 비롯한 자율주행차의 5G 차량통신을 지원하는 2세대 ‘5G-V2X 통신모듈’ 개발 소식도 전했다.
2세대 5G-V2X 통신모듈은 기존 1세대 제품보다 데이터 다운로드 속도가 4배 이상 빨라졌다. LG이노텍은 2025년까지 제품 상용화를 목표로 고객사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이런 연이은 전장부품 라인업 확장은 문 최고경영자가 최고경영자에 오르기 전 최고전략책임자(CSO) 시절부터 추진됐던 것이다.
▲ 문혁수 LG이노텍 최고경영자(CEO) 부사장. < LG이노텍 > |
문 최고경영자는 내년 이런 전략을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LG이노텍은 뉴스룸을 통해 “내년 1월 열리는 CES 2024 행사에서 LG이노텍 전시부스의 하이라이트는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등 모빌리티 핵심 부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최고경영자는 전장부품 사업을 강화해 특정 고객사에 의존적인 사업구조에서 탈피하려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나치게 높은 애플의존도는 LG이노텍이 해결해야할 주요 경영과제로 꼽힌다.
LG이노텍의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은 7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꼽힌다.
LG이노텍은 올해 3분기 아이폰15용 카메라모듈 공급시기가 4분기로 지연되면서 지난해 3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58% 급감하는 모습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문 최고경영자는 전장부품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려 특정사업에 편중된 사업구조를 바꿔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 최고경영자는 11월30일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전장부품 투자확대 의지를 강조한 바 있다. 특히 전기차 시장이 중장기적으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돼 전장부품 사업에서 기회요인이 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기차는 2024년까지는 더디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단단한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차량 판매 규모 대비 전기차 비중은 2022년 13%에서 2035년 약 90%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SNE리서치는 “전 세계 탄소중립 정책에 따라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전동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재는 잠시 '숨 고르기'를 하는 단계로 분석된다”며 “이런 시기를 지나면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LG이노텍은 반도체 기판사업도 함께 키우고 있는데 이 역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에 들어가는 전장부품 중심으로 사업 확대에 힘 줄 것으로 예상된다.
LG이노텍 전장부품의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는 점도 사업 확대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의 전장부품 사업은 2017년부터 2022년까지 6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냈지만 올해는 연간 기준으로 소폭이나마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LG이노텍의 전장부품 사업은 원가개선 및 신규 고객사 확대도 주목할 포인트다”며 “LG이노텍 전장 실적은 자율주행 및 전기차 시장 개화에 따라 지속해서 우상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 최고경영자는 “LG이노텍은 최근 수년간 카메라 모듈 위주로 성장했지만 균형을 맞추기 위해 전장부품을 비롯한 다른 사업에 투자를 늘릴 것”이라며 내년부터 사업다각화에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김바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