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VR '퀘스트3' 판매 부진, 애플 비전프로 출시 앞두고 시장 위축 뚜렷해져

▲ 메타의 가상현실 헤드셋 '퀘스트 3'의 판매용 홍보 영상을 갈무리한 사진. < Meta >

[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가상현실과 증강현실 등 혼합현실(MR)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면서 관련 시장이 사실상 메타의 독주체제로 재편됐다.

그러나 메타의 새 가상현실 헤드셋 '퀘스트3' 초반 판매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며 애플이 내년 출시를 앞둔 '비전프로' 성공 여부마저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각) IT전문지 더버지에 따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윈도 운영체제에서 혼합현실 기능을 더 이상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5년 첫 혼합현실 헤드셋 홀로렌즈를 출시했으나 시장에서 큰 반응을 얻지 못했다.

이후에도 꾸준히 관련 사업 진출 가능성을 검토해 왔지만 지난해 결국 제품 개발을 중단했다. 

이번에는 소비자를 위한 기술 지원까지 종료하며 혼합현실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뗀 셈이다.

MS가 혼합현실 사업을 중단한 이유는 증강현실(AR)과 가상현실(VR) 시장이 위축되는 흐름이 분명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CNBC는 시장조사기관 서캐나(Circana) 조사결과를 인용해 올해 1월부터 11월25일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혼합현실 기기 전체 매출은 6억6400만 달러(약 8621억2100만 원)에 그쳤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0% 가까이 급감한 수치다. 

특히 메타와 소니 등 가상현실 분야 상위 기업들의 신제품이 올해 잇따라 출시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큰 폭의 매출 감소는 더욱 부정적인 신호로 분석된다.

메타의 혼합현실 사업을 전담하는 리얼리티랩스 사업부는 2022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약 250억 달러(약 32조4738억 원)의 누적 손실을 냈다.

그럼에도 메타는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시장에서 여전히 성장 기회를 노리며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
 
메타 VR '퀘스트3' 판매 부진, 애플 비전프로 출시 앞두고 시장 위축 뚜렷해져

▲ 2020년 11월2일 서울 종로구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서 관계자가 확장현실 헤드셋인 홀로렌즈2를 시연하고 있다. MS는 홀로렌즈 개발 프로젝트를 중단했다. <연합뉴스>

메타는 오랜 연구개발 기간을 거쳐 10월에 신형 가상현실 헤드셋 퀘스트3도 출시했다. 이전작인 퀘스트2 판매를 시작한 지 약 3년 만이다.

IT전문지 폰아레나는 퀘스트3의 초기 판매량 전망치가 700만 대 수준이었지만 실제 출시 뒤 예상치는 최대 250만 대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대만 TF인터내셔널의 궈밍치 연구원도 퀘스트 3의 초반 판매 실적은 기대했던 수준을 하회한다며 4분기 판매량이 기존 예측치보다 최대 10% 감소할 것이라는 추정을 내놓았다. 

메타가 가상현실 헤드셋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도 초반부터 판매 부진을 겪을 정도로 관련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일본 소니도 최근 게임콘솔 '플레이스테이션5'와 연계해 사용하는 플레이스테이션VR2를 선보였지만 초반 6주 판매량이 60만 대 안팎으로 당초 자체 예상치였던 200만 대를 크게 밑돌았다.

애플은 이르면 내년 2월 미국 등 글로벌 시장에서 자체 혼합현실 헤드셋 비전프로를 판매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증강현실과 가상현실 콘텐츠를 모두 활용할 수 있는 고사양 제품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기기에 시장의 관심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애플도 큰 성공을 거두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는다.

애플이 비전프로를 홍보하며 가상현실이나 증강현실 등 단어를 사용하는 대신 '공간 컴퓨터'라는 새로운 용어를 밀고 있는 이유도 이미 침체기에 접어든 혼합현실 기기와 차별화를 위한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CNBC는 메타가 분기마다 수십억 달러를 들여 메타버스 시장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 시장은 계속 축소되는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다만 증권사 JMP시큐리티는 CNBC를 통해 “애플 비전프로는 메타 퀘스트 시리즈와 다른 고객층을 끌어들일 충분한 차별화 요소를 확보할 것”이라며 긍정적 전망을 내놓았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