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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권으로 친환경 이미지 얻는 '그린워싱' 막는다, 유럽연합 규제 논의

손영호 기자 widsg@businesspost.co.kr 2023-12-22 13: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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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배출권으로 친환경 이미지 얻는  '그린워싱' 막는다, 유럽연합 규제 논의
▲ 유럽연합이 자발적 탄소시장에 대한 규제 논의에 들어갔다. 베레나 로스 유럽증권시장청(ESMA) 대표. <유럽증권시장청>
[비즈니스포스트] 유럽연합(EU)이 기업들 사이 탄소 배출권을 거래하는 자발적 탄소시장(VCM)에 대한 규제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다.

직접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하는 대신 시장에서 탄소 배출권을 구매해 친환경 기업으로 이미지를 바꿔내려는 기업들의 ‘그린워싱’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유럽연합이 내년부터 자발적 탄소시장에 새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베레나 로스 유럽증권시장청(ESMA) 대표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내년에 선출될 유럽 집행위원회는 자발적 탄소시장 규제 도입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에서 이미 기업들의 배출을 통제하기 위한 탄소 배출권 거래제도를 수립한 만큼 이제는 자발적 탄소시장으로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강조했다.

자발적 탄소시장은 개인, 기업, 비영리단체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자체적으로 발행하고 외부 기관을 통해 검증받은 탄소 배출권을 사고팔 수 있는 민간 탄소시장이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탄소 배출권을 발행하는 유럽연합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U-ETS)나 한국 배출권거래제(K-ETS)와 차이가 있다.

최근 열린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국제증권감독기구도 자발적 탄소시장에 금융상품 수준의 규제와 관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보고서를 제출했다.

국제증권감독기구는 각국 정부와 협력해 전 세계의 안보와 미래에 관련된 규제를 마련하는 기관이다.

유럽연합과 국제기관들이 이처럼 자발적 탄소시장에 규제 필요성을 주장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항공사를 비롯한 일부 기업의 그린워싱 행위가 자리잡고 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올해 루프트한자, 에어프랑스, 에티하드 등 유럽 메이저 항공사들이 영국 광고표준위원회(ASA) 등 유럽 규제 당국으로부터 광고 금지 처분을 받았다.

이들은 자발적 탄소시장에서 구매한 배출권을 통해 항공기의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했다는 점을 근거로 온라인 광고에 ‘탄소중립 항공사’, ‘지속가능한 미래를 함께 하세요’ 등 문구를 사용했다.
 
탄소 배출권으로 친환경 이미지 얻는  '그린워싱' 막는다, 유럽연합 규제 논의
▲ 2월 온라인에 게재된 "세계의 미래를 보호합니다"는 문구가 포함한 루프트한자 광고. 해당 광고는 현재 금지 처분을 받았다. <영국 광고표준위원회>
유럽연합과 미국 등 주요국은 탄소 배출권을 통한 탄소 상쇄(carbon offset)와 기업들이 직접 배출량을 줄이는 탄소 감축(carbon reduction)의 개념을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주요 당국은 기업이 탄소중립을 표방하려면 탄소 상쇄가 아닌 탄소 감축을 이뤄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탄소 상쇄를 통해 탄소중립을 이뤄냈다고 주장하는 광고가 소비자 기만행위라고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이러한 그린워싱 사례는 결국 자발적 탄소시장의 이미지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기업들이 탄소 배출권을 단순히 마케팅 수단으로 구매하는 일을 장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프레데릭 해치 유럽연합 녹색재무관측소 책임 디렉터는 19일 카본브리프와 인터뷰에서 “자발적 탄소시장의 이미지 훼손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제증권감독기구는 자발적 탄소시장의 이미지 회복 방안으로 투명한 정보 공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로드리고 부엔나벤투라 국제증권감독기구 지속가능금융 태스크포스 의장은 10일(현지시각) COP28 현장에서 “자발적 탄소시장의 중요성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성공을 위해서는 환경, 재정적 투명성 확보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미국 선물거래위원회(CFTC)도 최근 자발적 탄소 배출권 파생상품 계약 거래와 관련한 지침을 수립하기 위한 의견 수렴 절차를 시작했다.

이는 미국 규제기관이 자발적 탄소시장과 관련한 지침을 언급한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자발적 탄소시장이 적절한 규제 등을 통해 관리되고 활성화된다면 기업들의 마케팅 수단을 넘어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탄소 배출량 감축을 유도하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 특사는 COP28 현장에서 “자발적 탄소시장이 앞으로 파리협정 목표를 지켜나가는 데 필수불가결한 수단이 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손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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