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지난해와 달리 올해 계열사 CEO(최고경영자) 인사에서는 대부분을 연임시켜 경기침체 등 불안 요소를 감안해 안정을 추구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함 회장이 하나생명보험과 하나손해보험 수장을 교체하면서 비은행 강화를 겨냥해 보험계열사의 자체 경쟁력을 높이려는 행보에는 속도를 낼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올해 계열사 CEO 인사에서 '안정'을 강조했음에도 보험계열사에 대해서는 새 수장을 추천해 변화를 추구했다. |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최근 계열사 CEO 추천이 이뤄진 하나금융그룹의 10개 계열사 가운데 7곳의 대표가 내년에도 자리를 지킨다.
함 회장이 1년가량 남은 임기동안 각 계열사 리더십에 안정을 추구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나은행, 하나증권, 하나카드 등 주요계열사의 대표를 바꿨던 지난해와는 분위기가 확연히 달라졌다.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는 “코로나19 펜데믹 이후 구조적 변화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여전히 증대되고 있다"며 "위험관리에 기초한 영업력 강화와 기초체력을 다져 지속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직의 안정이 최우선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정 최우선’이라는 인사 기조가 보험 계열사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올해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대표가 바뀐 계열사는 하나생명보험, 하나손해보험,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등 3곳이다.
그러나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은 정해성 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부사장을 사장 후보에 올렸다는 점에서 사실상 경영 안정성을 추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나생명보험과 하나손해보험의 사장 인사에서는 보다 뚜렷한 변화 의지가 엿보인다.
남궁원 하나생명보험 사장 후보는 하나은행 자금시장사업단에서 상무, 전무, 경영기획그룹 부행장 등을 거친 뒤 자금시장그룹 부행장으로 재임하고 있는 재무전문가다.
강남중앙영업본부장과 중국유한공사 법인장, 리테일지원그룹 부행장 등을 지낸 임영호 현 하나생명보험 대표이사 사장에게 영업 부문 역량 강화가 기대됐었다면 남궁 후보에게는 하나생명의 이익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투자이익부문 강화가 기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나손해보험에는 아예 외부출신 대표가 추천됐다.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사장 후보는 입사부터 지금까지 삼성화재에서 일한 ‘삼성맨’이다.
하나금융이 상대적으로 순혈주의가 강한 곳으로 평가된다는 점에서 외부인사를 바로 영입했다는 것은 그만큼 큰 폭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이 바탕에 깔려있다고 풀이된다.
배 후보는 함 회장이 취임한 뒤 두 번째로 외부에서 영입한 주요계열사 CEO급 인사다. 하나증권의 자회사 하나자산운용의 김태우 대표를 제외하고 하나금융의 직접 자회사 14곳으로 좁혀보면 주요계열사 CEO급에서 첫 번째 외부 인사다.
보험계열사에 이 같은 변화를 준 배경에는 함 회장이 취임한 뒤 줄곧 강조했던 ‘비은행 계열사 강화’에 보험계열사의 역할이 점점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금융지주사에서는 보험계열사들이 핵심 비은행 계열사 역할을 하고 있다.
KB손해보험은 KB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많은 순이익을 내는 ‘효자’계열사로 꼽힌다. 신한라이프는 신한금융지주 비은행 계열사의 맏형 격인 신한카드를 위협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 (왼쪽부터) 남궁원 하나생명보험 후보, 배성완 하나손해보험 후보. |
함 회장도 하나생명을 키우기 위해 올해 KDB생명보험의 인수를 적극적으로 검토했을 만큼 보험계열사 강화에 관심이 큰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하나금융은 KDB생명보험의 인수를 포기했고 현재까지 적절한 인수 매물을 찾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새 수장을 보내 내부에서부터 보험계열사 강화를 이끌어내려는 함 회장의 의지로 읽히기도 한다.
게다가 함 회장은 하나은행장 시절 하나은행(당시 KEB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을 이뤄내 봤던 만큼 외부 인사를 기용하는 일에도 거리낌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신년사에서 “더 이상 출신, 성별, 업권의 구분은 무의미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계열사 사장단 인사에서 함 회장이 지난해와 다른 기조를 보였다는 점에서 아직 결정되지 않은 부회장 체제의 유지 여부를 두고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융당국이 부회장 체제가 폐쇄적 CEO 선임 절차로 이어진다고 지적한 것을 의식해 변화를 줄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올해 계열사 인사에서 전체적으로는 안정을 추구한 만큼 부회장 체제도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
이은형, 박성호, 강성묵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의 임기가 올해 12월 말로 끝난다. 12월 마지막 주 발표가 예상되는 하나금융지주 임원 인사에서 확인 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