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DB금투 주식파트장 강현기 “금융교육 늘려 투자문화 다양성 갖추길”

▲ 강현기 DB금융투자 주식전략 파트장이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주식시장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는 편이 개인투자자들에게도 이롭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20일 여의도 DB금융투자 본사에서 만난 강현기 주식전략 파트장은 성숙된 한국 주식시장의 전제조건으로 다양성을 포용하는 투자문화를 꼽았다.

최근 일부 개인투자자의 애널리스트(증권사 연구원)들을 향한 항의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자신이 투자한 종목의 향후 업황이나 주가에 대해 ‘쓴소리’를 내면 실질적인 위협도 마다하지 않아 우려를 사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이 상장사 영업이익이나 목표주가 전망을 제시하는 분석 전달 기능이 왜곡될 수 있다는 목소리마저 나온다.  

강 파트장은 애널리스트 운신의 폭이 좁아질수록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강 파트장과 일문일답이다.

- 일부 개인투자자들의 애널리스트에 대한 위협이 과도해지고 있다. 어떻게 보는지.

“투자자들을 진정으로 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두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어떤 주식에 대해 한 면만 강조하는 환경에선 가격이 왜곡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주식에 대해 장점만 말하면 주가는 일순간 과도하게 오르다가 이후에 적정가치를 찾아서 급하게 하락한다. 이 과정에서 개인투자자들 역시 불필요한 손실을 보게 된다.

반면 어떤 주식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나눠지면 적정가치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따라서 다양한 의견이 나눠지는 것이 그 누구보다 투자자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점을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 일각에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는 식으로 실적 전망치나 목표주가를 높게 잡는 게 뭐가 문제냐 한다.

“앞서 말했듯 과열된 주가는 결국 실제 가치를 찾아서 내려오게 마련이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손실이 날 수 밖에 없다.

일례로 현재 증권사들의 2024년 상장사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보면 전년대비 50.6% 증가한다고 집계된다. 이 정도 수치는 금융위기나 팬데믹 직후같은 상황에서나 나오는 것으로 현재 애널리스트들이 지나치게 긍정 전망만 내놓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증시가 올라야 할 때 제대로 오르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앞서 언급했듯 내년 국내증시에는 우호적인 환경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현재 실적 컨센서스가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버리면 내년 상반기엔 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주식시장이 횡보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본격적인 증시 상승은 하반기로 미뤄지는 것이다.”

- 애널리스트들이 자유로이 의견 개진을 하려면 어떤 대책이 있어야 하는지. 일각에선 위협에 대한 법적 제재 수위를 높이자 한다.

“법적 제재로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어떤 경우든 강제적인 수단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본다. 

그보단 투자 문화 자체를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 이를 위한 심사숙고가 필요한 단계다.

개인적으로 교육에서 가능성을 보고 있다. 투자자들에 대한 금융교육을 확대해 주식시장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해야 할 필요성을 알리면 좋을 것이다.”

- 같은 맥락에서 애널리스트들이 지나치게 매수의견만 낸다는 비판이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나온다.

“매도의견 비중이 늘어야 한다는 데는 물론 동감한다. 다만 이를 위한 강제적인 수단은 여전히 효과가 적다고 본다.

마찬가지로 투자자분들의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고 본다. 그 누구도 아닌 투자자를 위해서 주식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필요하다는 점을 생각해 주셨으면 한다.

애널리스트는 투자자를 섬기기 위해 존재한다. 그리고 사람은 결국 자신이 섬기는 사람을 닮기 마련이다.”
 
[인터뷰] DB금투 주식파트장 강현기 “금융교육 늘려 투자문화 다양성 갖추길”

▲ 강현기 파트장은 국내증시에 다양한 의견이 존재할 필요성을 알리는 일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비즈니스포스트>


- 12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거란 기대감이 주식시장에 퍼지고 있다. 유효한가.

“유효하다. 통상적으로 금리정책 효과는 1년8개월의 시차를 두고 시장에 전달된다. 연준이 현재 긴축 사이클에 접어든 게 2022년 3월인데 최근들어 인플레이션이 줄어드는 등 긴축의 효과가 본격화되고 있다. 따라서 연준이 내년에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은 점도표 상에서 내년 3회에 걸쳐 기준금리를 총 0.7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시사하고 있다. 다만 금융시장의 컨센서스(전망치)를 보면 5회에 걸쳐 총 1.25%포인트 인하 전망도 일부 나오고 있다.” 

-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신호 배경에는 미국 경기가 그만큼 경착륙 내지 침체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의 고용 지표를 봐야 한다. 연준은 고용 증가세가 여전히 강하다며 실업률 전망치를 기존 4.1%로 유지하고 있다. DB금융투자 자체 추산으로도 현재 미국 고용시장에서 채용 공고는 실제 채용 대비 1.6배 더 많다. 그만큼 타이트한 고용시장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의 임금소득이 양호한 상태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소비의 근간인 소득이 굳건하다는 의미로 임금소득은 늘고 물가는 낮아져 미국인들의 실질구매력이 상당히 높아질 것이다.

그러므로 미국 경제는 경착륙보다는 연착륙 혹은 골디락스(물가와 실업률이 모두 적정한 이상적인 경제 상태)로 향할 가능성이 높다.” 

- 미국 경제가 이토록 호황인 이유는 무엇인가.

“미국 정부가 지속해 온 공급망 재편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내로 시설투자 및 생산체계를 옮겨오면서 그 효과가 지금 발휘되고 있다.”

- 그렇다면 내년 미국 대선에 대해서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외신을 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데 트럼프는 현 정부 정책을 백지로 돌리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트럼프가 당선된다 해도 기존 정책을 완전히 뒤엎을 순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대선이 증시에 중요 변수가 되려면 재정정책에 여유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를 거치며 방만 재정이 문제시돼 현재는 각국 정부들이 재정정책에서 운신의 폭이 좁다.”

- 지금까지 논의를 종합했을 때 내년 서학개미(미국증시에 투자하는 국내 투자자)들에게 합당한 전략은 무엇인가.

“소위 매그니피센트7(애플⠂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알파벳⠂테슬라⠂엔비디아)로 불리는 빅테크 종목들은 앞으로 관망단계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최근 미국 중소형주 주가가 많이 올랐다. 결국 올해와 달리 미국증시 주도 종목들이 바뀔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미국인들의 소비 여력이 더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우선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 소비매체 종목 중심으로 대응한 뒤 향후 소비트렌드를 보고 주도 업종을 따라가는 전략이 있겠다.” 

- 내년 중국 경제나 증시는 어떨런지.

“올해 들어 코로나19 리오프닝(경제재개방) 이후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경제 부양책을 쓸 거란 관측이 많았으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미국의 고금리 때문이다.

중국 정부 입장에선 강력한 부양정책을 써봐야 미국 쪽 금리가 높으면 글로벌 자금들이 다 그쪽으로 옮겨가니 효과가 반감된다.

그러나 내년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강해진 지금, 향후 중국 정부가 강력한 부양책을 선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다만 중국 정부가 소비진작 혹은 시설투자 둘 중 어느 쪽에 중점을 둘 지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어느 쪽이 부양을 받던 수혜를 볼 수 있는 중국 증시 철강, 순수화학 쪽을 주목하면 좋겠다.”

- 한국 기준금리는 어떻게 되나. 또 코스피 범위는 어떻게 전망하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현재 글로벌 신흥국들은 금리인하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한은도 내년에는 글로벌 추세에 따라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

앞서 언급한 미국의 골디락스, 중국의 강력한 부양책은 한국 증시에 이중의 수혜를 가져다 줄 공산이 크다. 여기에 한국 기준금리 인하까지 더해져 코스피 상단은 2950으로 보고 있다.

다만 현재 글로벌 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들 지역이 주로 산유국에 위치해 있어 잠재 리스크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따라서 코스피 하단은 2150으로 본다.”

- 내년 국내증시에서 주목할 만한 업종은? 

“우선 반도체가 있다. 미국의 소비여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전자기기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또 챗GPT 등 생성형AI에 따른 반도체 수요도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증시 철강, 순수화학 업종도 주목할 만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중국이 강력한 경기 부양책을 실시하면 즉각 수혜를 보는 업종이기 때문이다.”

- 올해 뜨거웠던 2차전지 업종은 내년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성장주 사이클의 측면에서 2차전지는 내년 옥석가리기 단계에 돌입할 것이다. 올해는 2차전지 대부분 업종이 상승했지만 내년에는 펀더멘털(기초역량)이 튼튼한 종목만이 살아날 가능성이 높다.

한편 2차전지가 올해 향유하던 국내증시 주도업종 지위는 내줄 공산이 크다. 위에 언급했던 대로 내년에는 장세가 바뀔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