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이 지배구조 개편 뒤 첫 대규모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계약을 통해 미국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이 회장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직·간접적 수혜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우현 ‘비중국산’ 앞세워 OCI홀딩스 미국 태양광 공략, IRA 수혜도 기대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사진)이 미국 태양광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은 ‘비중국산’이라는 강점이 뚜렷하고 태양광 모듈 사업에서도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19일 OCI홀딩스는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M이 미국 태양광 전문 스타트업 큐빅PV와 2025년 7월부터 8년 동안 9억6800만 달러, 한화로 약 1조3천억 원 규모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공급하는 장기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번 계약은 이 회장에게 남다른 의미를 지닐 것으로 보인다. OCI홀딩스가 5월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지배구조 개편 뒤 처음으로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대규모 수요처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OCI그룹은 지주사 구조를 갖추기 위해 기존 OCI를 지주사 OCI홀딩스와 신규 사업회사 OCI로 인적분할했다. OCI홀딩스는 자회사들을 통해 태양광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OCI는 화학사업에 전담하며 각각의 전문성을 더욱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

물론 더 큰 의미는 미국 태양광 시장 공략을 본격화한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2005년 OCI의 전신인 동양제철화학 전략기획본부장 시절 핵심 사업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으로 전환했다. 이후 OCI는 한때 세계 3위 생산기업(연 7만9천 톤)으로까지 성장했다.

다만 2010년대 후반 중국 기업들의 ‘치킨게임’에 영업이익이 크게 쪼그라들어 생산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며 사업을 크게 축소해야 했다.

하지만 미국 시장은 ‘비중국산’ 이점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고 경쟁력을 되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 회장은 큰 기대를 걸고 있다.

OCI홀딩스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비중국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를 집행 또는 계획하고 있다.

OCIM은 3분기부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정 안정화와 품질개선을 위한 설비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길게는 2027년부터 현재(3만5천 톤)의 2배가량인 6만5천 톤 생산능력을 갖추기 위한 단계적 증설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은 세계 시장에 90%가량을 공급하는 중국발 공급과잉 탓에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고 있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중국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생산능력은 지난해 말 79만 톤 수준에서 올해 말 144만 톤으로 82%가량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지난해 말까지 킬로그램(kg)당 35달러를 웃돌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은 중국 생산설비 증설 탓에 올해 12월 초 7.5달러까지 하락했다. 중국 기업들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추정 생산비용인 킬로그램당 8~10달러 수준을 밑도는 것이다.

게다가 퉁웨이, 다초 등 중국 기업들의 계획을 고려하면 내년 상반기에도 모두 60만 톤 이상의 추가 증설물량이 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가격이 쉽게 오르기 힘든 상황인 셈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UFLPA)에 따라 OCI홀딩스와 독일 바커만이 생산하는 비중국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이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6월부터 시행된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은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에서 전부 또는 일부라도 채굴·생산·제조된 모든 상품과 부품, 또는 신장 지역 강제노동과 관련된 특정 단체에서 생산된 상품과 부품의 미국 수입을 제한하는 법이다. 이 법은 금지 기준에 속하는 원재료 등이 공급망에 포함된 제품에도 적용된다.

12월 초 비중국산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가격은 킬로그램당 22.7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산 가격의 3배 이상이고 OCIM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추정 생산비용인 킬로그램당 7~8달러를 크게 상회하고 있다.

이번에 체결된 계약의 공급 가격은 비중국산 시장 가격에 연동돼 결정된다. OCI홀딩스는 앞으로도 주요 고객사들과 비중국산 시장 가격에 맞는 가격 협상 및 계약 논의를 진행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증설에 관한 우려는 2024년에도 이어질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에서 생산된 폴리실리콘 물량의 미국 진입이 제한적인 가운데 말레이시아(OCI홀딩스)와 독일(바커)에서 생산된 폴리실리콘의 프리미엄은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우현 ‘비중국산’ 앞세워 OCI홀딩스 미국 태양광 공략, IRA 수혜도 기대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 회장(오른쪽)과 프랭크 반 미엘로 큐빅PV CEO가 18일(현지시각) 미국 매사추세츠에서 열린 장기공급계약 체결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OCI홀딩스 >


IRA에 따른 태양광 시장 확대는 OCI홀딩스의 미국 태양광 시장 공략에 힘을 더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OCI홀딩스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에서 IRA의 간접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14일(현지시각) 미국 재무부는 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 집행과 관련한 상세 가이던스(세부지침)를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세부지침의 태양광 가치사슬(밸류체인)별 세액공제 규모는 이미 이전에 상위법인 IRA에서 규정한 것과 동일했다.

다만 공제액이 다시 한번 확정되고 공제 대상 품목의 정의, 적용 상황 등 상세 내용이 결정된 것이다. 기업들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미국 태양광 시장을 향한 투자가 더욱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드는 요소다.

산업부도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기업들의 세액공제 혜택 여부 및 세액공제 규모에 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OCI홀딩스는 OCIM을 통해 말레이시아에서만 태양광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어 직접적 세액공제를 받지는 않지만 미국 태양광 시장 성장에 따라 비중국산 이점을 더욱 확대할 수 있다.

OCI홀딩스는 IRA에 직접 수혜를 누릴 수 있는 사업 확장도 추진하고 있다. 계열사 미션솔라에너지(MSE)를 통한 태양광 모듈 생산 분야다.

미션솔라에너지는 지난해 10월부터 모두 570억 원을 투자해 미국 태양광 모듈 공장 생산능력을 210MW(메가와트)에서 1GW(기가와트)로 5배가량 확장하는 증설을 진행하고 있다.

미션솔라에너지는 당초 올해 말 또는 2024년 초부터 증설분의 상업생산에 돌입하기로 했다. 계획에 따라 현재 일부 증설 설비에서 상업생산을 시작했고 시장 상황에 맞춰 최종 증설 완료 및 전부 상업가동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웠다.

OCI홀딩스는 미션솔라에너지의 태양광 모듈 생산 확대에 따라 올해부터 2032년까지 최대 8천억 원가량의 세액공제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해 10월 미션솔라에너지의 모듈 공장 증설을 결정하며 “IRA 법안 통과 및 신재생에너지 지원 정책에 발맞춰 미국 태양광 사업 역량을 제고하고 시장 리더십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