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오션이 해양방산 분야에서 잇따라 성과를 거두며 수상함·잠수함 등 특수선 사업의 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 부회장은 육·해·공 방산을 모두 아우르는 한화그룹의 통합방산 역량에 힘입어 수백 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글로벌 해양방산 시장 공략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320조 세계 잠수함 시장 공략, 권혁웅 먼저 캐나다 폴란드 정조준

▲ 권혁웅 한화오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캐나다 폴란드로 방산 공략을 확장하고 있다. <한화오션>


17일 한화오션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국내에서 해양방산 일감을 확보한 여세를 몰아 발주 대기 중인 잠수함을 비롯한 다수의 글로벌 해양방산 수주에서도 성과를 올리기 위해 영업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한화오션이 가장 눈독을 들이고 영업활동을 벌이고 있는 곳은 캐나다, 폴란드, 필리핀이다. 

3개국이 도입하려는 잠수함 물량과 금액은 캐나다 8~12척(60조 원), 폴란드는 2~3척(5조 원), 필리핀은 2척(3조 원) 등이다. 

수주 성공을 위해 기반을 닦는 사전 작업들도 이미 진행되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 달 캐나다 오타와에서 열린 캐나다 유일의 잠수함 전문 포럼 ‘딥 블루 포럼 2023(Deep Blue Forum 2023)’에 참석해 현지 기업들과 협력기반을 구축하는 데 공을 들였다.

이 포럼을 통해 씨에이디(CAE InC), 제이스퀘어드테크놀러지(J-Squared Technolonies), 모데스트트리(Modest Tree), 데스네데(Des Nedhe) 등 현지 4개 회사와 캐나다 잠수함 사업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캐나다 정부는 잠수함 도입 사업을 추진하며 캐나다산 장비 구매, 현지 중소기업, 원주민 기업과 협력, 기술개발 투자 등 자국 산업과 기술 발전을 위한 절충교역 요건을 따지고 있다. 

폴란드에서도 잠수함 수출을 염두에 둔 홍보 활동을 펼치며 잠재 고객들과 접촉면을 넓혀가고 있다. 

한화오션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현지 언론매체를 대상으로 하는 해군 잠수함 현대화 사업인 ‘오르카(ORKA) 사업’ 참여를 위한 ‘한화오션 데이(Hanwha Ocean Day)’ 행사를 열었다. 

한화오션은 이 행사에서 장보고-III 잠수함이 폴란드 안보 환경에 최적화된 솔루션이라는 점을 집중적으로 강조했다. 

장보고-III 잠수함이 공기 불요 추진 장치(AIP)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해 디젤 잠수함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높은 잠항 능력을 갖췄다고 설명하는 한편 한국 해군의 실전 운용을 통해 성능이 검증됐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한화오션 측은 필리핀 측 군 관계자를 접촉해 잠수함 도입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한편 현지에서 잠수함 수출을 위한 기술력 홍보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한화오션은 다수의 국내외 방산관련 세미나, 전시회 등에 참석하며 잠수함과 수상함 관련 기술력을 홍보하고 고객들을 접촉하는 데 이전보다 많은 자원과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에 편입된 뒤 과거 대우조선해양 시절보다 해양방산 분야에 더 많은 자원과 역량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최근 추진한 유상증자를 통해 약 1조5천억 원의 현금을 확보했는데 방산 분야에 가장 많은 금액(약 6321억 원)이 투입된다. 세부적으로 해외방산사업에 4200억 원, 함정건조시설 투자에 1500억 원, 차세대 함정 기술 투자에 621억 원이 쓰일 예정이다. 

8월에는 해군 중장 출신 정승균 부사장을 영입했다. 정 부사장은 특수선 해외사업단장을 맡아 해외 수주영업을 위해 뛰고 있다.

해양방산 사업을 향한 적극적 육성 의지에는 글로벌 방산 ‘톱10’을 목표로 두고 있는 한화그룹의 경영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화오션 매출에서 해양방산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그리 크지 않았다. 지난해 상선 매출은 4조2162억 원이었던 데 반해 방산이 포함된 해양·특수선 매출은 7055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해양플랜트와 여객선, 기타특수선박을 제외하고 방산만 따로 집계하면 매출 비중은 더 낮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한화오션 출범 뒤 해양방산 역량을 더욱 강화하려는 경영전략이 추진되고 있는 만큼 이전보다는 해양방산 사업규모는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성과도 가시화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최근 울산급 호위함 배치-III 5, 6번함 건조사업 본계약을 체결한 데 이어 3600톤급 잠수함 장보고III 배치-II 3번함 입찰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각각 8천억 원과 1조 원에 육박하는 규모의 건조계약이다. 

한화오션으로서는 국내 수상함·잠수함 수주를 통해 해외 고객사들에게 제시할 트랙 레코드(건조 이력)를 확보한 것인 만큼 해외 영업에서도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측은 잠수함·수상함 분야가 향후 10년 동안 글로벌 시장규모가 2430억 달러(약 32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주력사업인 상선 분야 외로도 제법 큰 먹거리가 마련되는 셈이다.

해양방산 분야는 일반적 조선업 경기와 무관한 만큼 조선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꾸준히 일감을 확보할 수 있어 사업구조 안정성 측면에서도 요긴할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 320조 세계 잠수함 시장 공략, 권혁웅 먼저 캐나다 폴란드 정조준

▲ 한화오션이 건조중인 장보고-III 배치-II 잠수함. <한화오션>

권혁웅 대표이사 부회장은 글로벌 해양방산 시장 공략에 나서며 한화그룹과 시너지 극대화도 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권 부회장은 한화오션에 합류하기 전 그룹 지주사 격인 한화에서 지원부문 총괄을 맡아 그룹의 미래 신사업 발굴과 그룹 계열사 사이 시너지를 높이는 일을 했던 경험이 있다. 

그는 5월 새로 출범한 한화오션의 첫 대표이사로 선임된 직후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CEO레터’에서 “한화에는 수많은 인수합병을 통해 역량 있는 기업들과 시너지를 일으켜 핵심사업을 이끈 성장 스토리가 있다”며 한화그룹과 시너지를 극대화해 한화오션의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뜻을 보인 바 있다.

한화그룹의 방산사업 역량은 다방면에서 한화오션의 해양방산 사업 확장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이전 대우조선해양 시절보다 활발하게 해외 전시회 등을 진행하며 영업기반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한화오션이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을 직접 공략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는 현지 조선소 인수 역시 그룹 차원의 뒷받침 없이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한화오션은 미국 조선소 인수를 위해 9월 미국 자회사 설립안을 가결하고 이를 위한 실무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미국에서 다양한 인수합병 가능성들을 검토하고 있는데 미국 내 함정건조나 군함 관련 유지보수 사업 등 해양방산 분야를 염두에 두고 미국 진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화그룹 계열사들과 기술적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한화오션은 해외 수출을 노리는 장보고-III 잠수함 모델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공동개발한 리튬이온배터리를 적용된다. 장보고-III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리튬이온배터리가 적용된 디젤 하이브리드 잠수함이다.   

장보고-III에는 한화시스템의 전투체계도 탑재된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화오션은 해양방산 분야에서 다수 국내사업 기회가 존재하며 캐나다, 폴란드, 필리핀 등으로 해외 수출 사업에도 출사표를 던졌다”며 “세계적 수준으로 올라선 함정 기술과 한화그룹과 시너지를 바탕으로 한 특수선 분야 성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