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K온이 내년 영업흑자 전환과 함께 배터리시장 내 지위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편으로는 안팎의 녹록치 않은 경영환경을 마주하고 있다. 

SK온은 내년 글로벌 '톱3'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최재원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은 대외적 불확실성을 고려한 위기관리와 증설 추진을 위한 재무 체력 강화에 경영 역량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SK온 배터리 ‘톱3’ 도약 시동, 오너가 최재원 재무위기 극복 역량 보여주나

최재원 SK온 대표이사 수석부회장이 재무체력 강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


15일 SK온 안팎에 따르면 글로벌 생산거점 구축과 증설, 생산시설의 수율 개선 등의 노력이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으로 빛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글로벌 생산거점 구축과 증설을 가장 공격적으로 진행한 글로벌 셀 제조사 가운데 한 곳으로 꼽힌다. 

특히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북미에서 SK온보다 증설 규모와 속도가 앞서는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 단독공장을 통해 연산 20GWh 넘는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앞으로 현대차와 합작을 통해 2025년까지 조지아에 연산 35GWh 생산능력을 추가할 계획이 마련돼 있다. 또 포드와 합작해 2025년까지 연산 129GWh 생산능력을 북미에서 확보할 예정이다. 

SK온은 북미뿐 아니라 유럽과 아시아를 포함해 글로벌 생산능력을 2025년 연산 280GWh, 2030년 500GWh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배터리 셀 산업에서 생산능력은 이익창출의 가장 중요한 기반으로 꼽힌다. 고객사인 전기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생산 전략을 수립하는 단계서부터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셀의 조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계약을 맺기 때문이다. 

SK온은 수주잔고를 따로 공시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300조 원 안팎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달 국내 배터리업계는 ‘배터리 산업의 날’ 행사를 통해 누적 수주 잔고 1천조 원 돌파를 자축한 바 있다.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당분간 확보해둔 수주 물량을 공급하며 이익 규모를 지속해서 확대해 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지금껏 수익성이 저조했던 주요 원인으로 꼽혔던 해외 생산시설의 수율 문제도 상당 부분 극복된 것으로 파악된다. SK온 미국 공장의 수율은 올해 3분기에 90% 수준에 이르렀다. 현재는 95% 정도로 향상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 증권업계에서는 SK온이 내년에는 연간 기준 영업흑자 전환이 유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북미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많아지며 순수 영업이익 외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 세액공제(AMPC) 혜택도 올해보다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올해 1~3분기 실적에 첨단제조생산 세엑공제 혜택 3269억 원(2분기 1670억 원, 3분기 2099억 원)을 반영했다. 첨단제조생산 세제혜택의 수취액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적용되는 2032년까지 매년 증가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자국업체 중심인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톱3’로 도약한다는 목표도 가시권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SK온은 중국을 제외한 글로벌 배터리시장에서 1~10월 누적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 점유율 10.9%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1위 LG에너지솔루션(27.7%), 2위 CATL(27.6%)와 비교하면 제법 격차가 벌어져 있지만 3위 파나소닉(14.6%)과는 차이가 많지 않다. 

파나소닉은 테슬라 납품 비중이 많아 북미시장 배터리 선두주자를 유지해 왔지만 북미 현지 생산능력이나 향후 현지 증설 계획에서는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SK온은 증설 계획이 차질없이 진행되면 2025년 북미에서 연산 180GWh를 넘는 생산능력을 갖추게 되는데 이에 반해 파나소닉은 2028년에 연산 120GWh 생산체제를 구축한다는 목표에 머물고 있다.

생산능력 수준을 고려하면 3, 4위가 조만간 뒤바뀔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결실을 거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최 수석부회장은 14일 서울 종로구 SK온 관훈사옥에서 열린 ‘SK온 레코그니션’ 시상식에서 “창사 이래 퀀텀점프를 해왔으나 아직 할 일이 많다”며 “내년은 우리가 지난 2년 동안 구축해 놓은 인프라를 시험할 기회”라고 말했다. 
 
다만 대외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최 수석부회장으로서는 향후 경영성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방 전기차산업의 성장 둔화로 배터리 셀 수요 역시 당초 배터리업계가 기대했던 것보다 증가세가 완만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국 대통령선거에 따른 정세 변화와 같은 변수도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고려 대상이다.

전기차 전환과 친환경 정책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내년 대선에서 집권에 성공하기라도 하면 전기차 가치사슬 상에 놓인 배터리업계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많다.
 
SK온 배터리 ‘톱3’ 도약 시동, 오너가 최재원 재무위기 극복 역량 보여주나

최재원 SK그룹 수석부회장이 유럽 최대 규모의 모빌리티쇼 'IAA 2023' 첫 날인 9월4일(현지시간) 독일 뮌헨 메세 전시장을 찾아 BMW 관계자로부터 차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SK온 >

증설 목표를 이행하기 위한 재원 마련도 최 수석부회장의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온은 공격적 생산능력 확대를 진행하며 막대한 투자자금을 쏟아 붓고 있다.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의 설비투자를 진행한다면 10조 원 가까운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올해 초 연간 10조 원의 자본적지출(CAPEX) 계획을 세우고 이 가운데 7조 원을 글로벌 생산능력 확장에 활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는 재무적 투자자 유치와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유상증자, 유로본드와 차입 등을 통해 8조 원 넘는 자금을 조달해 설비투자 자금 상당 부분을 충당했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SK온의 현금·현금성자산 규모는 3조1천억 원 수준으로 자체 재원만으로 설비투자를 감당하기에는 크게 부족하다. 부채비율은 187.5%로 경쟁사인 LG에너지솔루션(83.1%), 삼성SDI(74.5%)와 비교하면 재무구조 안전성도 열악한 편이다. 

애초 재계에서는 이번 SK그룹 연말 인사에서 최 수석부회장이 현재 맡고 있는 배터리사업 외에 그룹 차원에서 보다 큰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다만 배터리사업의 엄중한 경영환경 변화를 반영해 그룹 차원에서도 최 수석부회장에게 기존처럼 배터리사업에 집중해 결실을 본격화하는 책무를 맡긴 것으로 분석된다. 

최 수석부회장이 대외적 위기관리와 투자재원 확보 등을 맡고 최 수석부회장과 함께 각자대표체제를 구성하게 될 이석희 사장이 생산 안정화 등 기술 총괄을 맡는 2인3각 방식의 역할 분담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석희 사장은 14일 취임 뒤 첫 공개 행사로 ‘SK온 레코그니션’에 참석해 “대외 환경이 어려울수록 이기는 환경을 만들어 놓고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첨단 기술 제조업에서 이기는 환경이란 탄탄한 연구 개발 역량을 기반으로 고품질 제품을 통해 고객의 신뢰를 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