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탄소배출권 가격 급락, COP28 합의 결과 실망에 유럽 가스 재고 증가 겹쳐

▲ EU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사진은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집행위원회 본부.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최종합의가 발표된 후 유럽연합 탄소배출권(EU-ETS) 가격이 급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급락 원인 가운데 하나로 화석연료 감축에 관한 COP28 합의가 기대보다 약했다는 점을 지목했다.

1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럽연합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14개월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이날 런던증권거래소 기준 유럽연합 탄소배출권은 이전 장과 비교해 약 4% 하락해 1톤당 66.3유로에 거래됐다. COP28이 개최되기 전만 해도 가격은 71유로 안팎을 유지하고 있었다. 

얀 퀸 런던 증권거래소 탄소시장 상임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를 통해 “이는 COP28 합의의 ‘약한(weak)’ 규정과 국가 간 탄소 배출권 거래 시장 구성 합의에 실패한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유럽연합 탄소배출권 가격은 총회 기간 동안 계속 내려가다가 합의문 초안이 공개되고 난 후에 하락세가 연장됐다.

15일을 제외하면 가장 크게 하락한 시기는 최초 초안이 공개된 다음 열린 13일 시장이었다. 이전 장과 비교해 69.3유로에서 약 0.7% 하락한 68.8유로에 장을 마감했다.

11일 저녁 공개된 합의문 초안은 화석연료 감축을 포함한 행동을 '취할 수 있다(could take action)'고 표현해 논란을 일으켰다. 화석연료 감축을 사실상 각국 재량에 맡길 수 있는 여지를 열어놨기 때문이었다. 

유럽연합과 미국을 비롯한 100여 개국 대표단이 해당 초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종료가 하루 늦춰지는 진통 끝에 최종합의문에 ‘화석연료로부터 전환’이 명시됐다.

그러나 COP28 합의문에 삽입될 것으로 기대됐던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이란 표현은 결국 들어가지 못했다.

증권가에선 이번 탄소배출권 가격 급락에 COP28 결과뿐 아니라 천연가스 재고량과 유럽 경제 악화 같은 요인도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 미래 에너지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COP28 합의문 유럽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U ETS)의 가격 변동에 단기적 영향력보다 장기적 영향력이 강할 것”이라며 “이번 가격 하락에는 그것 외에도 유럽연합의 천연가스 재고 증가와 경제적 여건 악화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COP28 합의문 결과를 놓고 탄소배출권 시장 관계자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고 전했다.

릴리 푸르 국제환경법센터 화석연료 경제 국장은 “이번 COP는 많은 측면에서 봤을 때 화석연료에 관한 기후총회였다”며 “산유국이 개최하고 석유회사 대표가 의장을 맡아 화석연료에 관한 사항을 주요 쟁점으로 다뤘다”고 설명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