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오너 자녀들 속속 모여드는 바이오 회사, 경영수업 '명문' 자리매김

▲ 바이오 회사가 대기업 오너 자녀들의 경영수업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롯데그룹과 SK그룹, GS그룹 오너 3~4세 자녀들이 바이오 계열사에서 경영수업 시작하면서 바이오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바이오산업 자체가 빠르게 커지고 있는 성장산업인 데다 오너 자제들의 경험을 살릴 수 있어 ‘성과를 낼 만한 자리’로 여겨지는 것으로 보인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기업들도 최근 바이오산업에 진출하면서 국내 산업계에서 바이오산업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올해 임원인사를 한 SK그룹과 롯데그룹의 오너 3세들이 바이오산업에 전진 배치되면서다.
 
대기업 오너 자녀들 속속 모여드는 바이오 회사, 경영수업 '명문' 자리매김

▲ 15일 제약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집단에서 바이오계열사에 오너 일가를 전진배치하며 바이오사업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사진은 신유열 롯데지주 전무(왼쪽)과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올해 롯데그룹 임원인사에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상무는 전무로 승진하며 롯데지주 미래전략기획실과 함께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을 맡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전략투자팀장도 임원인 사업개발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최 본부장은 SK그룹 내 최연소 임원으로 사업개발과 전략투자 등을 두루 맡게 됐다.

GS그룹에서도 회장인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5촌 조카로 오너 4세인 허서홍 부사장이 바이오사업에 진출을 이끌면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앞서 GS그룹 오너 4세인 허서홍 GS 미래사업팀장 부사장은 2020년 GS그룹 임원인사에서 그룹사 미래전략을 담당한 이후 2022년 GS그룹이 휴젤을 인수할 때 휴젤의 기타비상무이사로 합류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OCI그룹 오너 3세인 OCI홀딩스 이우현 회장도 11월 부광약품 단독 대표이사가 되면서 경영체제 개편과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 작업을 이끌고 있다.

OCI는 2022년 2월 부광약품 지분 11%를 1461억 원에 인수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이 회장은 부광약품 공동 대표에 오르면서 부광약품을 직접 챙기고 있다.
 
국내 대기업집단에서도 이제 바이오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아 오너일가를 전진배치하면서 바이오사업에 힘을 주고 있는 모습으로 풀이된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제약·바이오산업 분야 글로벌시장 규모는 2020년 11조 3183억 달러에서 연평균 6.1%씩 증가해 2026년 16조1919억 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물론 그룹별로 세부 내용은 다르지만 바이오산업 특성상 오너 3~4세들의 경험을 기반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곳으로 평가 받는다.

이들 대부분은 외국에서 경영학석사(MBA) 과정을 마친 후 컨설팅회사나 증권사 투자사 등에서 경험 쌓았다.
 
대기업 오너 자녀들 속속 모여드는 바이오 회사, 경영수업 '명문' 자리매김

▲ 허서홍 GS 부사장(왼쪽)과 이우현 OCI그룹 회장.


실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인 신유열 전무는 1986년 생으로 일본에서 게이오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수료하고 노무라 증권에서 경험을 쌓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녀인 최윤정 사업개발본부장도 미국 시카고대학교 생물학과를 졸업하고 스탠포드대학교 생명정보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시카고대학교 뇌과학연구소에서 처음 사회생활을 시작해 SK경영경제연구소를 거쳐 베인앤드컴퍼니에서 컨설턴트로 일한 바 있다. SK바이오팜에 경영전략실 전략팀 선임매니저로 입사해 6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허서홍 GS 미래사업팀장 부사장도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경영대학원(MBA) 코스를 거쳐 회계법인인 삼정KPMG 기업금융부 애널리스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도 서강대학교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와튼스쿨에서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거쳤다.

이 회장은 첫 사회생활을 미국 인터내셔널 로우 머티리얼에서 2년 동안 세일즈 매니저로 활동하다 홍콩 CSFE, BT울펜숀 등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일하며 경력을 쌓아왔다.

이들로서는 바이오사업에 합류해 인수합병이나 지분 투자가 활발한 바이오사업에서 자신의 경험이나 인맥 네트워크 등을 활용할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일반적으로 제약 바이오에서는 바이오벤처들이 후보물질을 발굴하고 가능성을 평가해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대형 제약사가 임상시험을 거쳐 신약을 출시하는 프로세스를 거친다.

이 과정에서 바이오벤처에 대한 지분투자나 인수합병 등이 활발히 일어난다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바이오제약 분야에서 파트너십 거래 규모는 2010년 1440억 달러에서 2020년 4140억 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제약·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대기업 오너 일가들이 바이오사업에 배치되는 것은 사실상 대기업집단에서도 바이오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미국에서도 바이오테크를 대상으로 인수합병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최근 이런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