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신작 2편이 추석연휴를 앞두고 가을 극장가에서 나란히 개봉했다. 김지운 감독의 ‘밀정’과 강우석 감독의 ‘고산자, 대동여지도’(이하 고산자)다.

2편 모두 하반기 흥행 기대작으로 손꼽혀온 대작들인데 CJE&M과 워너브라더스가 투자배급을 맡아 한국과 미국 투자배급사의 자존심 대결에서 누가 웃을지 주목된다.

  '밀정'과 '고산자' 격돌, CJE&M과 워너브라더스 성적표에 관심  
▲ 김성수 CJE&M 대표.
7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실시간예매율에서 밀정이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다. 밀정은 이날 오후 기준 예매관객수 15만 명을 넘어서며 예매율이 무려 67.2%에 이르고 있다.

고산자는 예매관객수 2만 명 수준으로 8.9%의 예매율을 보이고 있다.

밀정은 김지운 감독이 2010년 ‘악마를 보았다’ 이후 장편 상업영화로 5년 만에 선보인 신작이다.
 
송강호씨와 공유씨가 주연을 맡은 점까지 더해져 영화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기대지수가 높다. 개봉 직후 네티즌 평점도 좋은 편이다. 이변이 없는 한 가을 극장가에서 최고 흥행기록을 쓸 것으로 보인다.

고산자는 상대적으로 개봉일 반응이 미지근하다. 코미디부터 사회성 짙은 장르에 이르기까지 충무로 만능 재주꾼으로 꼽히는 강우석 감독이 실존 인물을 다룬 전기영화에 도전했다는 점에서 기대가 적지 않다.

하지만 화제성에서 밀정에 다소 뒤처지는 모습이다. 개봉 첫주 관객들의 반응에 따라 흥행결과가 엇갈릴 수 있다.

밀정과 고산자는 한국영화로는 이렇다 할 흥행 기대작이 없는 가을 극장가에서 격돌했다. 2편 모두 쌍끌이 흥행에 성공할지 혹은 독식체제를 갖출지는 좀더 지켜봐야 할 듯하다.

2편의 흥행결과는 국내 영화산업 측면에서도 관심이 높다. 한국과 미국의 대표주자급 투자배급사가 자존심을 걸고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됐기 때문이다.

고산자는 투자배급사 1위이자 최대 멀티플렉스 CGV를 계열사로 거느린 CJE&M이 투자와 배급에 나선 영화다. CJE&M의 하반기 실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홍세종 신한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7일 CJE&M의 3‧4분기 실적 전망과 관련 “관건은 ‘고산자, 대동여지도’”라며 “제작비 100억 원을 가정한 손익분기점은 270만 명”이라고 진단했다.

CJE&M은 여름 극장가에서 영화 ‘인천상륙작전’이 700만여 관객을 동원해 이 영화 손익분기점 550만 명을 넘었다. 인천상륙작전에 이어 고산자까지 흥행할 경우 하반기 실적에 보탬이 될 수 있다.

  '밀정'과 '고산자' 격돌, CJE&M과 워너브라더스 성적표에 관심  
▲ 최재원 워너브라더스코리아 대표.
홍 연구원은 “관람객 600만 명을 가정하면 3‧4분기 영화부문 영업이익은 ‘아가씨’ 부가판권 포함해 50억 수준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밀정은 미국 워너브라더스의 첫 한국영화 진출작이다.

20세기폭스에 이어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가 한국영화 제작투자와 배급까지 도맡은 것이다. 흥행 성패에 따라 향후 한국컨텐츠시장의 확대 여부가 갈릴 수 있다.

워너브라더스는 밀정 외에도 하반기에 또 다른 한국영화 ‘싱글라이더’도 선보인다. 워너브라더스는 밀정을 시작으로 내년부터 한국영화 제작편수를 늘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밀정의 흥행은 한국영화시장에 해외자본 유입이 가속화되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