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론 반도체 투자에 뉴욕주 지원 확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위협적

▲ 마이크론이 미국 뉴욕주에 대규모 반도체 생산단지를 건설하며 연구개발 및 첨단 장비 확보에 더 많은 도움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마이크론이 뉴욕에 대규모 메모리반도체 생산단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주정부 차원의 새 연구개발 및 투자 지원 프로그램에 수혜를 볼 공산이 크다.

뉴욕주 정부가 100억 달러(약 13조 원)의 기금을 조성해 첨단 기술 및 EUV(극자외선) 장비 확보를 돕는 만큼 마이크론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실질적 위협이 될 수 있다.

13일 뉴욕 지역언론 시라큐즈닷컴은 “뉴욕주가 주도해 설립하는 연구센터는 마이크론이 현지에서 최신 반도체를 발빠르게 생산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마이크론 등 반도체기업과 함께 100억 달러를 들이는 대규모 반도체 연구개발 및 생산단지를 신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반도체 및 장비업체들이 첨단 기술 개발에 협력하고 ‘하이NA EUV’ 등 최신 생산장비를 원활하게 수급해 차세대 반도체 생산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EUV(극자외선) 장비는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의 미세공정 기술 구현에 필수로 쓰인다. 자연히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이 발생하고 있다.

뉴욕주는 직접 10억 달러(약 1조3천억 원)의 예산을 하이NA EUV 장비 구매와 반도체 생산 투자 지원에 들이기로 했다.

하이NA EUV 장비는 아직 ASML이 생산도 시작하지 않은 제품이다. 그러나 삼성전자와 TSMC, 인텔과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이미 치열한 물량 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

마이크론이 뉴욕주 도움을 받아 하이NA 장비를 선제적으로 도입하는 데 성공한다면 경쟁사보다 먼저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첨단 반도체 생산 체계를 갖추는 데 도움을 받게 된다.

시라큐즈닷컴은 “하이NA 장비 가격은 1대당 5억 달러(약 6600억 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며 “마이크론은 이를 확보하는 대로 생산 투자에 활용하려 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마이크론은 앞으로 20년 동안 뉴욕주에 1천억 달러(약 132조 원)를 투자해 대규모 반도체 생산단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첫 공장 착공은 내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이처럼 공격적인 투자 계획을 내놓은 이유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상위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의 점유율을 추격하기 위한 것이다.

한국 반도체기업의 생산 규모가 마이크론을 크게 웃돌아 원가 및 고객사 확보 등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대규모 생산 증설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마이크론 반도체 투자에 뉴욕주 지원 확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위협적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반도체 생산공장.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은 특히 첨단 메모리반도체 개발에 더 속도를 내 기술 측면에서 한국 경쟁사들에 우위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에 쓰이는 HBM3e 메모리 상용화에 마이크론이 현재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만약 마이크론이 뉴욕주의 도움을 받아 하이NA EUV 장비를 원활하게 도입하고 다른 협력사들과 기술 연구개발에 시너지를 낸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충분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미국 정부는 시스템반도체와 메모리반도체에서 모두 대만이나 한국 등 다른 국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완전한 자급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두고 있다.

뉴욕주도 이러한 정책에 적극 화답해 주정부 차원의 새 지원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이다.

마이크론은 결국 미국의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시행에 따른 연구개발 및 투자 보조금과 뉴욕 주정부 차원의 전폭적 도움을 모두 받을 유력한 기업으로 꼽힌다.

미국 정부는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목표를 두고 최근 중국 반도체산업 성장을 견제하기 위한 여러 무역규제 조치를 강화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시장에 실적을 크게 의존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영향권에 놓이면서 중국 내 투자에 제약을 받는 등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졌다.

미국 반도체 관련 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결국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데 있다는 관측도 꾸준히 고개를 든다.

결국 유일한 라이벌로 꼽히는 마이크론을 향한 정부 지원이 갈수록 강화되는 일은 자연스러운 수순에 해당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시라큐즈닷컴은 마이크론이 처음부터 주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을 예상하고 뉴욕주에 1천억 달러의 막대한 투자를 결정했을 것이라는 관계자의 의견도 전했다.

마이크론의 미국 내 투자 확대와 정부 지원이 모두 처음부터 계획된 시나리오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척 슈머 미국 상원 원내대표는 뉴욕주가 현지시각으로 11일 반도체 연구 및 투자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할 때 “반도체 지원 법안을 작성할 때부터 뉴욕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며 “이제 목표 달성에 더욱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원 기자
 
마이크론 반도체 투자에 뉴욕주 지원 확대, 삼성전자 SK하이닉스에 위협적

▲ 마이크론의 미국 뉴욕 반도체공장 예상 조감도. <마이크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