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 전경. < Flickr > |
[비즈니스포스트] 내년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가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게 됐다.
3년 연속 산유국에서 세계 기후총회가 열리게 됐다는 사실에 기후운동가들의 우려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10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9)에서 채택될 공동성명 초안을 인용해 COP29가 내년 11월 11일부터 22일까지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COP는 동유럽, 아메리카, 서유럽, 아프리카, 아시아·태평양 5개 지역에서 순서대로 개최된다. COP28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아랍에미리트에서 열렸기 때문에 COP29는 동유럽에서 개최되는 순서였다.
당초 불가리아와 아제르바이잔, 아르메니아 등이 개최 의사를 밝힌 COP29의 개최지 선정은 교착상태에 빠져 있었다. COP 개최지 선정은 해당 지역 내 모든 국가의 동의가 필요하다.
우선 우크라이나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러시아가 유럽연합(EU) 소속 동유럽 국가의 유치를 반대해왔기 때문이다. 개최 의사를 밝힌 국가 가운데 불가리아는 EU 소속이다.
또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는 1991년 옛 소련 붕괴 뒤 30년 넘게 아제르바이잔 영토 내 나고르노-카라바흐를 두고 분쟁을 벌여왔다. 지난 9월에는 무력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다만 아제르바이잔이 EU 회원국이 아니고 아제르바이잔과 아르메니아 양국이 7일 전쟁포로 교환 등 신뢰구축조치 합의에 이르렀다는 점이 동유럽 국가들의 지지를 이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로이터에 따르면 아이칸 하지자 아제르바이잔 외무부 대변인은 8일 “아제르바이잔은 동유럽 소속 대부분의 국가로부터 지지 의사를 받았다”며 “러시아도 우리의 개최를 지지했다”고 말했다.
COP29 개최지가 아제르바이잔으로 결정되면서 산유국이 또다시 세계 기후총회의 의장국이 된다는 사실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앞서 이집트에서 열린 COP27, 아랍에미리트가 개최한 COP28에 이어 COP29도 산유국인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게 된 탓이다.
가디언은 “아제르바이잔은 경제적으로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상무부 산하 국제무역청에 따르면 석유와 가스 생산은 지난해 아제르바이잔 국내총생산(GDP)의 거의 절반을, 석유와 가스 수출은 전체 수출의 92.5% 이상을 차지했다. 아제르바이잔은 석유수출국기구와 기타 산유국 모임(OPEC+) 가입국이기도 하다.
가디언은 “COP가 화석연료 이익에 부분적으로 사로잡혀있다는 인식을 고려할 때 기후운동가들은 아제르바이잔의 COP29 개최에 우려하는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올해 COP28과 관련해서도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이익이 국가 경제의 핵심인 아랍에미리트가 개최국을 맡은 것과 관련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주최국이 총회를 빌미로 사익을 추구할 것이라는 우려는 COP28 개최를 목전에 둔 시점에 내부문건이 보도되면서 더욱 높아졌다.
BBC와 기후보고센터가 27일(현지시각) 입수한 COP28 주최 측 내부문건에 따르면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와 마스다르(MASDAR) 등 아랍에미리트 국영 에너지기업들은 COP28을 사업 확장의 기회로 삼으려는 계획이 포함돼 있다.
두 기업의 고위경영진에 올라있는 술탄 아흐메드 알 자베르 COP28 의장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을 부인했고 앰네스티, 그린피스 등 국제 인권 및 환경단체들은 유엔기후변화협약에 자베르의 의장직 박탈을 촉구했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