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SK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최창원 부회장은 그룹 최고 의사결정기구로 볼 수 있는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되면서 ‘그룹 2인자’의 위치를 다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들로 이뤄진 협의체다. 
 
최태원 SK그룹 2인자로 사촌 최창원 올려, 오너 책임경영 확대로 불경기 대응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신임 의장 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 부회장. <연합뉴스>


SK그룹은 부회장 전문경영인의 2선 후퇴와 대조적으로 오너가의 역할을 확대하면서 책임경영 기조를 강화했다. 

7일 SK그룹에 따르면 SK수펙스추구협의회는 이날 최 부회장을 임기 2년의 새 의장으로 선임했다.

최 부회장은 2007년 SK케미칼 대표이사 취임 뒤 2017년부터 중간지주회사인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를 맡아 SK그룹의 케미칼과 바이오 사업을 이끌고 있다.

SK그룹은 최 의장의 선임과 관련해 “최 부회장은 각 계열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과 SK그룹 고유의 경영문화를 발전시킬 적임자다”며 “계열사 최고경영자들의 의견을 취합해 신임 의장으로 선임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 부회장은 고 최종건 SK그룹 창업회장의 막내아들이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촌동생이다.

특히 최창원 부회장은 진중한 성격의 ‘워커홀릭(열정적 업무자)’으로 잘 알려져 사촌형인 최태원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부회장은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자리를 처음에는 고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태원 회장이 지속적으로 설득한 끝에 수락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은 10년이 넘도록 다툼 없이 각자 SK그룹과 SK디스커버리를 이끌며 사업 시너지를 모색하는 '따로 또 같이' 경영을 이어오고 있었다.

애초 재계에서는 최창원 부회장이 SK디스커버리(지분 40.18%)와 산하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다져놓아 조만간 계열 분리에 나설 수 있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을 만나면서 최태원 회장과 최창원 부회장은 SK그룹을 함께 경영하는 ‘사촌경영’ 체제를 강화하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에 최창원 부회장이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을 맡으면서 ‘SK’라는 브랜드 공유를 넘어서 연대관계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 부회장은 사업구조를 최적화하는 능력과 식견을 지닌 오너 경영인이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SK그룹의 성장과 혁신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최 부회장은 SK케미칼의 경영을 2007년 맡은 뒤 회사의 과제와 비전을 새롭게 정립하고 친환경 소재와 헬스케어 및 바이오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도록 이끈 바 있다.
 
최태원 SK그룹 2인자로 사촌 최창원 올려, 오너 책임경영 확대로 불경기 대응

최태원 SK그룹 회장. < SK >


최태원 회장이 최창원 부회장을 이번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으로 선임하기 위해 지속해서 설득한 것도 최 부회장의 사업구조 혁신에 대한 안목이 SK그룹 전반에 대한 의사결정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최태원 회장의 동생인 최재원 SK 수석부회장도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SK온 대표이사로서 역할에 속도를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온은 SK그룹의 주력 사업인 배터리 제조를 맡고 있는 만큼 오너경영인인 최재원 회장은 SK그룹 경영의 한 축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SK그룹은 그동안 투명한 전문경영인 체제를 활용해 성장해왔다”며 “이번에 오너일가가 전면에 등장한 것은 경기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보다 구체적으로 사업전반을 챙기는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