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에코프로비엠의 대규모 배터리 공급 수주를 두고 시장 반응과 증권가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대규모 계약 체결로 실적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주가는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반면 이번 계약 규모가 앞서 예상됐다는 이유로 증권가에서는 미지근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에코프로비엠 대규모 수주 두고 엇갈린 반응, 주가는 '후끈' 증권사는 '시큰둥'

▲ 4일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15% 이상 급등했다. 


4일 코스닥시장에서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직전 거래일보다 15.36%(4만3천 원) 급등한 32만3천 원에 장을 마쳤다.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종가 기준으로 30만 원을 넘긴 것은 9월6일 이후 처음이다.

주가는 공매도가 전면금지된 11월 들어 꾸준히 강세를 이어왔는데 최근 들어 더욱 빠르게 올랐다.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이날까지 5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 기간 상승률은 34.02%에 이른다. 

이날 주가 급등은 1일 알려진 중장기 양극재 공급계약이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에코프로비엠은 직전 거래일인 1일 장 마감 뒤 삼성SDI와 2차전지 배터리 양극재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계약기간은 2024년 1월부터 2028년 12월까지 5년으로 공급규모는 최근 공급가 기준으로 약 44조 원이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판가 40달러를 가정하면 양극재 85만 톤 규모의 계약에 해당한다"며 "단순 연환산하면 양극재는 17만 톤, 배터리는 112GWh 인데 두 기업의 2023년 말 기준 생산가능 물량(캐파)가 약 18만 톤, 100GWh임을 감안하면 의미있는 규모다"고 바라봤다. 

호재성 이슈에 주가는 빠르게 반응했다. 장 출발부터 14.29% 뛰었고 장중 내내 강세를 유지했다.

개인투자자가 1246억 원어치를 홀로 순매수하면서 강세를 주도했다.

개인투자자는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강세를 보인 앞선 4거래일 동안은 주식을 순매도하며 차익실현에 나섰는데 이날은 국내 주식 가운데 에코프로비엠을 가장 많이 순매수했다. 
 
에코프로비엠 대규모 수주 두고 엇갈린 반응, 주가는 '후끈' 증권사는 '시큰둥'

▲ 사진은 하나은행 딜링룸의 풍경. <연합뉴스>


증권사들도 이번 공급계약과 관련해 일제히 투자의견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하지만 시장반응과 비교하면 다소 시큰둥한 모습을 보였다. 

투자의견이나 목표주가를 올려잡은 증권사는 없다.

유진투자증권은 매도, 하이투자증권은 중립의견과 목표주가를 유지했다. 대신증권의 경우 중립의견을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를 오히려 5만 원 하향 조정했다. 

목표주가는 가장 높게 제시한 하이투자증권이 27만 원인데 이 역시 이날 주가인 32만3천 원을 밑돈다. 유진투자증권은 가장 낮은 목표주가 20만 원을 유지했고 대신증권은 25만 원을 제시했다. 

증권업계는 이번 계약 건이 에코프로비엠의 기존 목표치에 포함된 물량인 만큼 실적 전망치에 변화가 없다고 바라봤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의 추가 증설을 고려한 2027년 설비 능력은 71만 톤으로 이를 감안한 2024~2028년 합산 매출은 100조 원이다"며 "SK와 기존 공급계약을 제외하면 향후 50조 원의 공급계약이 추가될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이번 건으로 인한 실적 추정치 상향은 없다"고 바라봤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도 "2025년 주가수익비율(PER) 64배에 이르는 밸류에이션 부담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실적과 생산능력 추정치 상향이 가능한 중장기 공급계약 체결, 주가 밸류에이션 부담이 완화되는 구간에서 투자의견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고 분석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