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불어도 힘 못 쓰는 배당주, 변동성 증시에 연말엔 투자심리 바뀔까

▲ 연말을 앞두고 보험을 비롯한 전통적 배당주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배당주의 계절이 돌아왔지만 예년과 같은 온기가 감돌지 않고 있다. 대내외 환경개선으로 위험선호 심리가 살아나며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옅어져 11월 상승랠리에서 소외됐다. 

하지만 3분기 어닝시즌 이후 실적모멘텀이 희석되며 견조한 투자수익을 낼 수 있는 배당주의 매력이 연말에 부각될 수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5개 업종별 KRX지수 가운데 11월 들어 KRX 보험지수가 1.92% 하락했다. 최근 긴축종료 기대감에 국내증시 업종지수가 일제히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유일하게 내림세를 나타냈다.

통신주, 은행주를 비롯한 전통적 배당주도 예상보다 부진했다. 11월 동안 KRX 방송통신지수가 3.28% 올랐으며, KRX 은행지수(8.54%), KRX 증권(9.90%)도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수익률(10.63%)에 미치지 못했다. 

‘찬바람이 불면 배당주에 투자하라’는 증시 격언이 무색하게도 보험, 은행 등 전통적 배당주가 연말을 앞두고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통신, 금융주들은 함께 고배당주로 꼽히며 연말 배당에 대한 기대 속 주가가 상승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만 11월 들어 긴축 종료 기대감, 공매도 전면금지 소식 등 성장주가 부각될 만한 상황이 만들어지면서 주목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졌다. 

반도체, 2차전지에 이어 로봇주 등 테마주가 상승랠리를 벌이는 가운데 비교적 안정적인 주가흐름을 보이는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옅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11월 이후 금리 및 지정학적 우려 등 기존 악재 요인들이 일부 완화되며 전통적인 배당주에 대한 조정세가 나타났다”며 “위험선호 심리가 부각되며 상대적으로 주가 등락이 안정적인 배당주에 대한 관심이 옅어지고 있다”고 봤다. 

3분기 실적시즌을 지나며 기업의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진 점도 배당주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통신주는 4분기 실적 부진이 예상되면서 배당에 대한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이다. 2023년 영업이익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4분기 중 실적 눈높이를 낮추는 과정에서 주가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조언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4분기 프리뷰시즌부터 영업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 작업에 이어 2024년에도 통신사 이익 감소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주가 하락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올해는 통신주 배당 투자에 신중할 것을 권한다”고 말했다. 
 
찬바람 불어도 힘 못 쓰는 배당주, 변동성 증시에 연말엔 투자심리 바뀔까

▲ 횡재세 도입에 대한 요구가 은행을 비롯한 금융주 주가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주도 마찬가지다. 은행주의 경우 금융당국이 은행을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횡재세 혹은 이에 버금가는 상생금융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기존보다 상생금융 규모가 확대되면서 이익 추정치가 기존 전망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보험주 역시 올해 새로운 회계제도 IFRS17 도입으로 주가가 연중 급등했으나 실적과 배당에 대한 불확실성에 최근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회계제도 도입 첫해인 만큼 배당수익률을 보수적으로 잡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연말 배당주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남아있다. 연말이 다가올수록 3분기 실적 시즌 이후 모멘텀이 없어 변동성 장세가 예상되는 만큼 견조한 투자수익을 낼 수 있는 배당주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마땅한 대외호재 없이 코스피지수가 2500선 공방을 벌이는 가운데 테마 변동장세가 강해지고 있는 점도 안정적인 배당주의 매력을 키울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이 가운데 보험업종에 주목할 것을 조언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최근 점차 낮아지면서 내년에도 실적 개선이 예상되는 만큼 중장기적인 매력이 남아있다는 이유에서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험주의 주가가 하락했지만 우려보다는 양호한 모습이다”며 “시행착오를 겪은 뒤 내년부터는 자본 변동성이 줄어들고 벨류에이션 확대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추가 규제나 금리 변동성에 따른 불확실성이 낮아지고 있어 보험업종의 매력도가 증권업종보다 높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정민기 삼성증권 연구원도 “국내 보험사들은 재무제표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밸류 트랩(저평가 기업 주가가 오르지 않는 현상)은 점차 해소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IFRS17 도입에 따른 효과가 나타나면서 단기 급격한 배당증액보다는 중장기 안정적인 배당 증가 가능성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