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리는 아랍에미리트(UAE) 행사장소의 야외 모습. |
[비즈니스포스트]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논의 범위가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농업과 식량 부문에서의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본격적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현지시각) 유엔식량농업기구(UNFAO)는 취동위(屈冬玉) 사무총장이 직접 대표단을 이끌고 이번 COP28에 참여해 기후위기 대응 관련 농업, 식량 분야의 잠재력을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전까지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식량, 농업 등 분야와 관련된 논의가 비중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농업, 식량 문제는 산업, 경제적 측면은 물론 식량안보의 측면에서도 각 국가에 미치는 영향이 커 각국 정부가 논의에 적극적 태도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유엔식량농업기구가 주도하는 회의가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와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 역시 이전의 총회에서 식량, 농업 관련 논의가 진전되지 않는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몇 년 동안 이상 고온, 폭우 혹은 가뭄 등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세계 각국의 농업 생산량이 타격을 받고 식량 위기가 고조되자 기후변화 대응에서 식량 문제를 분리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취 사무총장 역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참석과 관련해 “기후위기와 식량위기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며 “COP28에서 농식품 시스템의 혁신이 사람에는 번영, 지구에는 이익을 주는 기후행동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 화석연료가 아닌 농업, 식량 등을 주제로 논의가 활성화되는 것은 이번 COP28 의장단에게도 환영할 만한 일로 보인다.
COP28은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리고 의장은 아부다비 국영석유회사(ADNOC)의 CEO인 술탄 알 자베르다.
자베르 의장은 화석연료 퇴출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유럽, 미국 등 서구권 선진국의 주장에 지속적으로 맞서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COP28 의장단은 이번 당사국총회 기간에 제공될 식단을 놓고 3분의 2 이상을 식물성 식단으로 제공하는 등 농업, 식량 분야 의제를 띄우는 데 공을 들이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화석연료에 가해지는 공세를 농업, 식량 분야 온실가스 감축으로 분산시키는 모양새다.
그러나 농업, 식량 부문이 실제로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 영역임은 분명하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가운데 농업 분야가 20% 이상을 차지할 정도다.
농업 분야에서는 농기계 사용 외에도 화학비료 사용 등을 통해 온실가스가 배출된다. 논에 차 있는 물에서도 미생물에 의해 온실가스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축산에서는 가축의 트림, 분뇨 등을 통해 메탄과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가 다량 배출된다. 가축에서 배출되는 메탄을 줄이기 위해 저탄소 사료 개발, 분뇨 정화처리 기술 등 개발 역시 활발하다.
자베르 의장은 언론 인터뷰 등에서 농업 부분 온실감축을 놓고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것은 석유·가스와 같은 화석연료 뿐만이 아니다”라며 “농업과 토지 이용 변화를 포함한 모든 부문의 배출량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