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넥슨의 서브브랜드 '민트로켓'은 ‘데이브 더 다이버’라는 걸출한 게임을 만들면서 과거 '돈슨'이라고 불렸던 넥슨의 기업 이미지를 '한국에서 가장 독창적인 게임을 만들 수 있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
하지만 민트로켓을 만들고 이끌어온 김대훤 넥슨 신규사업본부 총괄 부사장이 11월 넥슨을 떠나면서 앞으로 누가 빈 자리를 메꿀 것인지, 또 민트로켓이 기존 사명을 이어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 한재호 민트로켓 프로듀서가 16일 '지콘2023'에서 민트로켓이 넥슨에게 있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설명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28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한재호 민트로켓 프로듀서가 민트로켓 본부장 역할을 맡을 것이 유력하다는 시선이 나온다.
민트로켓 본부장은 직접 개발을 하는 것이 아닌 개발자들의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도록 돕는 스태프 조직 수장으로서 성격이 강하다.
신작 개발과 라이브서비스게임 운영에 공이 있는 스타개발자들의 이름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넥슨코리아 개발전략그룹장을 맡아 이 역할에 익숙한 한 프로듀서가 더 적합하다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한 프로듀서는 2002년 넥슨에 개발자로 입사해 넥슨의 대표 IP(지식재산)인 마비노기를 사용한 게임에 대한 개발과 라이브서비스를 맡았다. 2007년 마비노기 메인디렉터와 마비노기영웅전 메인디렉터 등을 거쳤다.
당시 마비노기 영웅전에 과도한 현금결제 요소를 넣어 이용자들의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회사에서 라이브서비스 능력을 검증받아 2013년 넥슨 개발3본부장으로서 카스온라인2와 도타2, 마비노기영웅전의 라이브서비스를 총괄했다.
2021년 출범한 넥슨코리아 신규개발본부에서 개발전략그룹장을 맡았으며 2022년부터는 넥슨의 서브브랜드 민트로켓 프로듀서를 겸하고 있다.
특히 한 프로듀서가 16일 민트로켓을 대표해 지스타 강연에 나선면서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날 그는 민트로켓이 넥슨에서 맡은 사명을 밝히고 민트로켓 스태프조직의 역할, 민트로켓이 앞으로 갈 방향에 대해 낱낱이 설명했다.
한 프로듀서에 따르면 앞으로 민트로켓은 투명한 운영과 이용자 소통을 통해 위기상황을 정면돌파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개인의 안목에 기대기보다 민트로켓 자체 평가와 지원시스템을 강화하고 개발 과정에서 이용자와 소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가기로 했다.
민트로켓이 현재 개발 중이라고 밝힌 3개 프로젝트 가운데 속도가 빠른 '낙원'의 테스트 일정에서 이 방향을 엿볼 수 있다.
낙원은 아직 개발 알파 단계임에도 11월30일부터 공개테스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통상 알파테스트까지는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비공개 진행되는 하는 것이 보통이다.
게임제작 단계는 버전별로 최초 프로토타입과 알파버전, 베타버전, 포커스그룹테스트(FGT)버전, 클로즈베타버전, 오픈베타버전, 출시버전으로 나뉜다. 2단계인 알파버전에서부터 게임 정보를 유출하면 경쟁사나 후발주자에 개발정보를 헌납하는 셈이 된다.
경쟁사가 비슷한 이용자를 타깃으로 한 게임을 개발하고 있었다면 경쟁자가 개발 방향을 변경하거나 출시 일정을 앞당기고 게임의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민트로켓은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게임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고 민트로켓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추기로 한 것이다.
민트로켓의 방향성이 명확한 만큼 전임자인 김대훤 민트로켓 본부장이 사임한 뒤 민트로켓이 해체되거나 넥슨 내부조직과 통폐합될 수 있다던 일각의 소문도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
▲ 넥슨코리아 산하 스튜디오 민트로켓이 2023년 정식출시한 '데이브더다이버'는 누적판매량 200만장을 돌파하는 등 글로벌 흥행에 성공했다. <데이브 더 다이버 공식 이미지> |
민트로켓은 2022년 출범한 넥슨의 서브 브랜드다. 김대원 부사장이 '넥슨 같은 대기업에서도 새롭고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걸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김대원 부사장은 열정있는 기획자에게 자율권을 주고 충분한 지원을 해주는 식으로 좋은 게임들을 만들기에 도전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으며 2023년 '데이브 더 다이버'라는 걸출한 게임을 출시하는데도 성공했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해양탐험과 경영시물레이션이라는 두 이질적 장르를 합친 새로운 형태의 게임으로 평가된다. 전 세계에서 200만 장이 판매됐으며 국내 게임으로서는 처음으로 미국 콘텐츠 평론사이트 메타크리틱에서 90점을 달성하기도 했다.
또한 11월15일 '대한민국 게임대상' 시상식에서 국무총리상인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게임 업계의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미국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최고의 인디게임' 부문 수상 후보에 올랐다. 수상 발표는 12월7일이다.
민트로켓은 이를 통해 ‘돈슨’이라는 넥슨의 과거 이미지를 지우는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넥슨은 2004년 메이플스토리에 확률형아이템을 도입하면서 게임업계에 확률형아이템 유행을 불러일으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확률형아이템의 수익성이 검증되자 서비스하는 게임마다 확률형아이템을 도입해 돈슨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하지만 2018년 출시한 ‘듀랑고’와 같이 참신한 게임을 개발하려는 시도를 멈추지 않았고 2023년 민트로켓이 성공사례를 만들면서 넥슨의 이미지까지 달라지고 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