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SSG랜더스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구단 운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최근 신세계그룹 전체에 강도 높은 쇄신을 주문한 정 부회장이 야구단 쇄신에 있어서는 어떤 ‘묘수’를 찾아낼지 관심이 모인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혼돈의 SSG랜더스 혼돈을 어떻게 추스릴지 주목된다. |
28일 유통업계에서는 ‘구단주’로서 정 부회장의 운영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강민 선수의 이적과 구단 인사를 두고 팬들의 분노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LG트윈스가 29년 만에 통합 우승을 차지한지 2주 밖에 지나지 않은 가운데 SSG랜더스에는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시작은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을 달성했던 김원형 감독의 경질이었다.
SSG랜더스는 지난해 프로야구 역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와이어 투 와이어는 시즌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1위를 유지한 것을 말한다.
하지만 SSG랜더스는 올해 10월 계약 기간이 2년이나 남은 김원형 감독을 경질했다. 구단은 ‘변화와 혁신’을 이유로 들었지만 올시즌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시선이 많았다.
SSG랜더스는 올시즌 정규리그 3위에 그쳤다.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에서는 4위로 올라온 NC다이노스에게 3:0으로 패하면서 가을야구가 끝났다.
인터넷커뮤니티에서는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이끌었고 3년 재계약 기간 가운데 1년 밖에 지나지 않은 김 감독을 경질하는 것이 맞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팬들의 분노가 폭발하게 된 계기는 김강민 선수의 이적이다. 김강민 선수는 22일 KBO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한화이글스로 팀을 옮겼다. 구단이 보호선수 명단에 김강민 선수를 포함시키지 않으면서 이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다.
김강민 선수는 2001년 SSG랜더스 전신인 SK와이번스에 입단해 23년 동안 한 팀에서 뛰어 온 ‘프랜차이즈 스타’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는 고비마다 결정적 활약을 펼치며 역대 최고령 한국시리즈 MVP에 오르기도 했다.
한화이글스가 김강민 선수를 지명한 후 SSG랜더스 구단은 ‘은퇴를 앞둔 선수를 지명할 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팬들의 분노만 불러일으켰다.
이후 김강민 선수에게 한화이글스로 가지 말고 SSG랜더스에서 은퇴할 것을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커뮤니티에서는 ‘상도의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할 때는 언제고 이제와서 은퇴 설득이 말이 되냐’ ‘프로야구단 맞냐’는 등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김강민 선수는 은퇴하지 않고 한화이글스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가기로 했다. 데뷔 23년 만에 팀을 옮기는 것이다.
결국 김성용 SSG랜더스 단장이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지고 보직 해임됐다. 단장에 취임한지 약 1년 만에 이전 보직인 R&D센터 센터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경질’이 아닌 ‘좌천’ 인사에 팬들의 분노는 더 커졌다. 책임 질 위치가 아닌 김원형 감독만 물러나고 정작 책임을 져야할 단장은 경질이 아닌 좌천으로 끝나서다.
팬들의 분노는 구단주인 정 부회장에게 옮겨가고 있는 모양새다.
팬들은 정 부회장 개인 인스타그램 댓글에 ‘김강민 사태’에 대한 안타까움과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 그런데 평소 인스타그램 댓글로 소통하는 것을 즐기는 정 부회장은 김강민 선수와 관련된 댓글을 삭제하고 심지어 일부 팬들을 차단까지 했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2022년 11월8일 SSG랜더스가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한 후 선수들에게 헹가레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
정 부회장은 SSG랜더스를 인수했을 때만 해도 ‘야구에 진심인 구단주’로 불리며 팬들의 지지를 받았다.
그는 야구단 인수 직후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추신수 선수를 국내로 불러들였다.
추신수 선수는 한 인터뷰를 통해 “‘추신수가 우리 선수라면서요?’라는 구단주님의 한 마디가 내 마음을 움직였다”며 “당시 메이저리그팀의 오퍼가 있었지만 구단주님의 그 말 한 마디가 내게 큰 울림을 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김광현 선수까지 복귀시켰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SSG랜더스가 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을 차지하고 선수들에게 헹가레를 받으면서 구단주로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정확히 1년 만에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정 부회장은 23일 경영전략실 개편 후 첫 전략회의를 주재하면서 “조직 운영과 의사 결정이 가장 합리적이고 명확한 방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사람이 아닌 시스템을 바탕으로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조직을 구성해달라”고 주문했다.
경영전략실 뿐만 아니라 그룹 전체가 함께 변화해야 한다면서 경영전략실을 필두로 그룹 전체에 강도 높은 쇄신도 당부했다.
SSG랜더스 역시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해 보인다. 팬들에게 공감받지 못하는 구단 운영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팬들 사이에 형성돼 있어서다.
구단주 정 부회장이 다음 시즌을 준비를 위해 특단의 쇄신책을 내 놓을 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