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와 샤오미 전기차 위탁생산에 애플 '미소', 시행착오 간접 경험 기회

▲ 화웨이가 최근 출시한 전기SUV M7의 내부 모습을 담은 홍보용 이미지. 화웨이의 독자적 운영체계(OS) 훙멍(鴻蒙·Harmony)을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화웨이>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전자기술(IT) 전문 기업인 화웨이와 샤오미가 전기차 사업에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다. 

같은 IT 기업인 애플도 전기차 ‘애플카’를 출시할 수 있다는 전망이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한발 먼저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중국 업체들의 시도에 애플이 내심 미소를 짓고 있을 지도 모른다. IT 기업이 가보지 않은 전기차 위탁생산의 시행착오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화웨이와 샤오미의 전기차 출시가 애플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블룸버그 논평도 그런 의미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24일 블룸버그는 “화웨이와 샤오미가 전기차 시장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와 무관히 애플에게는 전기차를 출시하는 데 도움될 것”이라는 내용의 논평을 내놓았다. 

화웨이는 중국 자동차기업 세레스와 협업을 통해 설계한 전기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아이토 M7’을 지난 9월12에 출시했다.

출시 50여일 동안 8만 대가 넘는 주문이 들어와 블룸버그는 “견조한 시작”이라고 평가했다. 

샤오미는 아직 차량을 시장에 내놓지는 않았다. 중국 국영 베이징자동차그룹(BAIC)과 협업해서 2024년에 회사 역사상 첫 전기차인 SU7를 출시할 예정이다. 

블룸버그가 논평에서 화웨이와 샤오미를 한데 묶은 이유는 생산 방식이 같기 때문으로 보인다.

두 회사는 차량을 협력사에 위탁생산한다. 빠르게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생산설비를 모두 갖추느라 뒤늦게 뛰어들기 보다는 차량 설계와 소프트웨어 등 기술만 자체적으로 담당하고 생산은 전문 기업에게 맡기는 방식이다. 

화웨이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관련 소프트웨어 및 운영체제, 자율주행 기술 등을 담당한다. 

샤오미도 차량 생산 및 조립은 베이징자동차그룹에 맡길 것으로 전망된다. 샤오미는 자사의 다른 전자제품과 전기차가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관리한다. 
 
화웨이와 샤오미 전기차 위탁생산에 애플 '미소', 시행착오 간접 경험 기회

▲ 화웨이와 샤오미의 전기차 도전이 애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사진은 애플의 자동차용 소프트웨어 카플레이와 미국 쿠퍼티노에 위치한 애플 본사건물 그리고 기업 로고를 합성한 이미지.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IT기업들이 전기차를 위탁생산하는 다른 이유는 안전 문제다. 

화웨이와 샤오미의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과 비교해 자동차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안전 요건들을 요구받는다. 

안전과 관련한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자금과 시간을 투자하기 보다는 관련 노하우를 보유한 자동차 제조 기업에게 위탁생산하는 편이 더 효율적이다.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전자부품이 더욱 많이 탑재돼 IT기업들도 진출하기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평도 나온다.
 
블룸버그는 “화웨이와 샤오미는 자체적으로 전기차를 생산하는 테슬라나 비야디(BYD) 등과 달리 제조 부분을 아웃소싱 한다”며 “다른 전기차 생산기업과 크게 다른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애플이 만약 전기차를 출시한다면 두 중국 기업과 같은 위탁생산 방식을 차용할 것이라는 예상이 일반적이다.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기업인 애플은 공급망 관리에서 두 중국업체에 우위를 갖춘 기업으로 평가받는다. 

전기차에 핵심 부품인 배터리에 들어가는 희토류를 확보하기 어려워 차량 생산에 차질을 겪는 기업들이 많은데 애플에게는 관련 리스크가 적을 수 있다. 

아이폰을 포함한 애플의 전자제품에도 희토류 금속이 쓰인다.

전기차 생산 능력을 갖춘 협력사와 관계도 강점이다.  

애플의 전자제품을 수 년 동안 위탁생산해온 대만 폭스콘이 최근 전기차 위탁생산 사업에 적극 뛰어들면서 애플카 출시도 덩달아 기대감이 커지는 상황이다.
 
애플이 공급망과 협력사에 가진 경쟁 우위와 더불어 선행주자인 화웨이와 샤오미가 전기차 시장에서 거두는 성과를 교훈 삼아 더 나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블룸버그는 “화웨이와 샤오미가 성공을 거둔다면 애플은 전기차 시장 진출에 과감해질 것”이며 “만약 두 기업이 실패하더라도 공급망 관리와 협력사들과의 관계에 노하우를 가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자신감을 잃지 않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