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구글의 반독점법 재판 리스크, 자체 검색엔진 시장 진출 촉진 가능성도

▲ 구글의 검색시장 반독점법 재판을 계기로 애플이 자체 검색엔진을 도입할지가 주목받는다. 사진은 15일(현지시각)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 참석한 팀쿡 애플 CEO.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알파벳(구글 모기업)의 반독점법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가 애플 서비스 부문 매출에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서 애플의 웹브라우저 사파리의 기본 검색엔진을 구글로 설정하는 대가로 받아오던 연간 24조 원이 넘는 금액을 받지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애플은 오래 전부터 자체적으로 검색 기술을 개발하고 있던 터라 구글과 결별이 중장기적으로는 자사 검색엔진으로 전환하고 인터넷 검색시장에 진출할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16일(현지시각) 포브스는 만약 구글이 검색 시장을 독점한다는 판결이 나온다면 애플의 서비스 부문이 수익성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글의 반독점 재판을 애플에 ‘리스크’라고도 규정했다. 

세계 검색 시장의 90% 이상을 장악한 구글의 점유율을 낮추기 위한 조치가 법원으로부터 강제적으로 내려지면 애플의 수익이 타격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애플은 자사 하드웨에에 구글을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하는 대가로 구글로부터 광고 수익의 36%를 지급받는다. 2023년에 받을 금액만 모두 190억 달러(약 24조6320억 원)라는 추정치도 있다. 

해당 금액은 애플의 서비스부문 매출로 잡히는 데 법원의 판결로 구글이 애플에 해당 금액을 대가로 지불하지 못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17일 현재 미국 법무부와 구글 양측이 증거를 제시하는 절차는 마무리된 상태다.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의 아미트 메타 판사가 2024년경에 1심 판결을 내릴 예정이라는 로이터 보도도 확인된다. 
 
애플에 구글의 반독점법 재판 리스크, 자체 검색엔진 시장 진출 촉진 가능성도

▲ 현지시각으로 6일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앱스토어 수수료와 자체 콘텐츠 플랫폼, 클라우드 등으로 구성된 애플의 서비스부문은 영업이익률이 71%로 하드웨어 판매 수익률의 2배 수준에 이른다.

포브스는 “서비스부문은 애플의 매출과 수익 모두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으며 아이폰의 성장세를 넘어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구글이 독점 판결을 받는다면 애플은 서비스 부문에서 수익성을 상당 부분 잃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애플이 수 년 전부터 자체 검색엔진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꾸준히 기술을 개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구글의 재판 결과가 다른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검색엔진에서 구글과 결별하는 상황이 애플의 이러한 방안을 실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자사의 검색엔진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면 구글이 거두는 막대한 규모의 광고 수익 가운데 일부를 끌어올 수 있다. 

블룸버그는 10월1일자 보도에서 “애플은 구글을 대체할 자체 검색엔진을 내놓을 만한 여력을 충분히 갖춘 기업”이라고 평가했다. 

애플은 ‘애플봇’ 이라는 이름의 검색엔진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음성인식 서비스 '시리' 그리고 검색창인 '스포트라이트'에서 검색을 할 때 쓰이는 엔진이다. 

애플은 검색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 기업인 톱시랩스 그리고 레이저라이크를 각각 2013년과 2019년에 인수하면서 자체 검색엔진 성능을 꾸준히 강화해왔다. 

최근 빠르게 기술 고도화가 진행되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접목해 ‘시리’와 시너지 효과도 노릴 수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의 음성인식 정확도가 높아져 시리를 통한 검색이 증가할 수 있다. 

심지어 구글은 애플의 검색 시장 진출을 경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10월26일자 기사에서 구글 내부문서를 인용해 “구글은 애플이 언젠가 인터넷 검색 기술을 확장할 것을 수년 동안 우려했다”면서 “구글은 이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구글이 기본 검색엔진 조건을 대가로 애플에 매년 지급하는 수백억 달러의 금액이 애플의 검색기술 개발을 막기 위한 ‘달콤한 유혹’일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애플이 단기적인 서비스부문 매출 하락을 감내하고서라도 유혹을 끊어내고 자체 검색엔진을 본격적으로 도입하는지가 향후 실적을 좌우하는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당장에는 구글 검색엔진이 애플에게 최고의 옵션이겠지만 장기적으로 애플이 더 나은 검색엔진을 개발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라며 “(애플 검색엔진이) 조만간 출시되지는 않겠지만 생각보다 가까운 시일 내에 출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