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 LG트윈스 29년 만의 우승에 신한카드가 더 신이 난 이유

▲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KBO 한국시리즈 5차전 kt wiz와 LG 트윈스의 경기.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확정한 LG 선수들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2023년 11월13일.

LG트윈스가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오랜 시간 우승을 기다려온 LG트윈스 팬들은 흥분했습니다.

LG트윈스의 구단주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우승이 확정된 순간 특유의 무표정을 유지하던 평소와 달리 활짝 웃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LG그룹만큼이나 흥분한 금융사가 있는 것 같습니다. 바로 신한카드입니다.

신한카드는 LG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이 결정된 바로 다음날 우승 엠블럼이 각인된 한정판 카드를 출시한다는 내용의 이벤트를 발표했습니다.

이벤트가 발표된 시기를 고려하면 신한카드는 LG트윈스의 우승을 확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를 염두에 두고 미리 이벤트를 기획한 것입니다.

게다가 이벤트 발표는 LG트윈스의 모기업 LG그룹보다도 빨랐습니다. LG그룹은 우승이 확정된 뒤에야 이벤트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신한카드가 이처럼 LG트윈스의 우승을 기뻐하는 이유는 있습니다. 신한카드 역시 16년째 LG트윈스를 응원했기 때문입니다.

신한카드는 16년째 LG트윈스의 스폰서를 맡고 있습니다.

현재의 신한카드는 2007년 LG카드를 합병해 탄생했습니다. 당시 LG카드의 규모가 더 컸던 만큼 현재 신한카드에도 LG그룹 출신 직원이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신한카드를 이끌고 있는 문동권 사장도 LG카드에서 리스크관리팀장, 경영관리팀장을 거친 LG그룹 출신입니다.

그뿐 아닙니다. 신한카드의 2023년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위원을 제외한 상근 임원은 11명입니다. 그 가운데 LG카드와 LG캐피탈 근무 경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인원만 해도 8명에 이릅니다.

그런 만큼 LG카드가 가지고 있던 LG그룹과의 돈독한 제휴 관계는 합병 이후에도 유지돼 왔다는 후문입니다.

실제로 신한카드 상품공시실에 따르면 ‘LG트윈스 신한카드’의 출시일은 2007년 4월1일입니다. LG카드가 신한금융지주 자회사로 편입된 날이 2007년 3월23일이라는 점에서 신한카드가 얼마나 ‘진심’인지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우승 이벤트를 통해 신한카드가 얻을 이익도 있습니다.

LG트윈스는 올 시즌 10구단 최다 관중인 120만2637명을 동원했을 정도로 두터운 팬덤을 자랑하는 구단입니다. 한국 프로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3000만 관중을 돌파한 기록도 가지고 있습니다.

게다가 29년만의 우승인 만큼 이와 관련한 추억을 간진하고자 하는 팬심은 더욱 커져있습니다. 13일 LG트윈스의 우승 내용을 1면에 대문짝만하게 실은 스포츠신문은 불티나게 팔렸으며 중고거래앱에서는 이를 웃돈을 얹어 판매할 정도입니다.

신한카드는 이 같은 팬심에 힘입어 고객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신한카드가 준비한 우승기념 한정판 LG트윈스 카드도 이미 팬들에게 큰 관심을 얻고 있습니다. LG트윈스 카드는 이날부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각각 2900명씩 선착순 신청을 받는데 체크카드 발급은 이미 조기종료 됐습니다.
 
[백브리핑] LG트윈스 29년 만의 우승에 신한카드가 더 신이 난 이유

▲ 신한카드는 LG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기념해 우승 엠블럼을 각인한 한정판 카드를 출시한다. <신한카드 이벤트 페이지 갈무리>


혹여나 해당 카드의 선착순 신청을 실패한 고객이라면 기존에 발급되던 LG트윈스 신한카드를  발급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신한카드는 해당 카드 고객 가운데 추첨을 통해 신용카드 고객 29명과 체크카드 고객 29명에게 굿즈 형태의 LG트윈스 3종 메탈카드(우승 엠블럼·럭키·스타 이미지)를 제공하는 행사를 통해 LG트윈스 팬들을 유혹합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서는 “신한카드가 한정판 카드를 2900장이 아니라 29만 장 준비했어야 한다”, “LG트윈스 카드를 사용할수록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생각해 이용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행사를 마케팅 전략 측면에서만 바라보기는 무리가 있습니다.

LG그룹은 주요 계열사인 LG전자가 올해 3분기 호실적을 거뒀습니다. 대규모 행사를 준비할 여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반면 신한카드는 업황이 부진한 탓에 행사를 크게 준비할 만큼 여유있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발 빠르게 이벤트를 내놨다는 건 팬들에 대한 마음이 그만큼 컸다고 볼 수 있습니다.

LG트윈스 팬이 된 날에 따라 누군가는 이번 우승까지 29년을 꼬박, 누군가는 몇 년을 기다렸을 것입니다. 신한카드도 16년을 기다린 만큼 의미있는 일이었을 겁니다.

신한카드는 이번 우승 기념 이벤트를 발표하며 “그동안 한결같이 응원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담아 특별 이벤트를 진행한다”고 말했습니다.

비록 지금은 신한금융인이지만 한 때는 LG그룹이었던 누군가의 마음이 담겨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