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 3사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트럼프 존재감'에 먹구름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실적 부진에 빠진 국내 양극재 기업들의 주름이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대선이 약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이른바 ‘양극재 3대장’ 종목 주가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올해 3분기 실적이 모두 부진했는데 전기차 지원 정책 폐지 혹은 축소 공약을 내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들 종목은 공통적으로 리튬 가격 하락으로 판가가 낮아지면서 3분기 수익성이 줄어든데다 업황 침체의 영향으로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했다. 

에코프로비엠은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458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대비 67.6% 급감한 것이며, 전망치보다도 51%나 낮았다. 순이익도 211억 원으로 80.7% 줄어들었다.

포스코퓨처엠 영업이익도 371억 원으로 전년대비 54.6% 감소했으며 전망치를 44%로 크게 밑돌았다. 엘앤에프 영업이익도 148억 원으로 85% 급감했으며 전망치를 48% 하회했다.

실적부진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 시장 침체로 인한 양극재 전방수요 둔화, 리튬 가격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수익성 악화로 주요 전기차 업체들이 신차 출시를 연기하고 있으며 글로벌 정세 불안 등이 겹치며 전기차 업황이 악화하고 있다. 

정용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의 더 큰 고민은 전기차 장기 수요”라며 “주요 전기차의 할인정책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판매가 부진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현수 하나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프랑스 10월 전기차 판매량이 전달대비 12% 감소하는 등 유럽 주요국 전방수요가 부진해 4분기 유럽향 매출 증가가 어렵다”며 “북미에선 포드 전기차의 예약 취소 건수가 증가하고 있어 에코프로비엠의 4분기 매출 부진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권준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포스코퓨처엠에 대해 “4분기 유럽 전방수요 둔화로 인한 재고조정 및 리튬 가격 하락에 따른 판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증권가 목표주가도 줄줄이 낮아지고 있다. 키움증권이 에코프로비엠 목표주가를 기존 44만5천 원에서 34만 원으로 큰 폭 하향조정한 것을 비롯해 메리츠(36만->29만), NH투자(41만->35만), 이베스트투자(47만->33만), 신영(45만 원->37만) 등도 평가절하에 동참했다. 

포스코퓨처엠 목표주가도 메리츠(45만->39만), 이베스트(64만->48만), NH투자(56만->43만), 다올투자(48만->42만), IBK투자(47만->40만), SK(67만->40만6천), 신영(65만->43만), 대신(43만->40만) 등으로 낮아졌다. 엘앤에프도 목표주가 하향조정을 피해가지 못했다. 

실적모멘텀이 퇴보하면서 주가는 크게 부진한 상태다.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주가는 6일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 직후 반짝 상승했을 뿐 이후 10일까지 4거래일 동안 각각 22%, 21%, 22% 빠졌다.

여기에 트럼프라는 거대 악재가 엄습하는 모양새다. 내년 11월4일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 가능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뉴욕 타임즈가 지난 5일 발표한 여론조사를 보면 6개의 스윙보트주 가운데 5곳(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건, 네바다, 펜실베니아)에서 트럼프가 평균 6포인트 차이로 모두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앞선 곳은 위스콘신주 하나였는데 이마저도 차이는 2포인트에 그쳤다.

특히 이들 주에서 42%의 히스패닉계 유권자와 22%의 아프리카계 유권자들이 트럼프를 지지하겠다고 답하며 전통적 민주당 지지층인 소수인종 표의 이탈 가능성이 점쳐진다. 

설문응답 결과에서도 ‘경제를 더 잘 이끌 후보’에서 트럼프(59%)가 바이든(37%)을 앞섰으며 이민정책(53%vs41%),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50%vs39%) 등에서 모두 민심이 트럼프에 우세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선의 공신 데이빗 액슬로드 미국 민주당 전략가마저 이 결과를 본 뒤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를 심각히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출마 의지를 꺾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언론 이코노미스트도 “만약 내일 대선을 치른다 하면 트럼프가 당선될 것이다”고 말했다.

최근까지 전기차 시장은 유럽 수요가 줄어드는 가운데 전기차 보조금에 힘입은 미국시장 수요가 추가 하락을 저지하는 양상이었다.
 
양극재 3사 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 엘앤에프, '트럼프 존재감'에 먹구름

▲ 저가 경쟁 심화로 포드 등 주요 전기차 업체들이 신제품 출시를 미루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앞으론 유럽보다 미국 중심의 전기차 판매가 중요하다”며 “보조금 정책 등으로 미국 전기차 판매가 강세 기조를 이어갈 전망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조금 폐지 공약을 전면 내세우고 있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전기차 시장의 보루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이 뿐 아니라 배터리, 양극재 등 밸류체인 내 모든 업종의 투심을 얼어붙게 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양극재 등 국내 2차전지 관련 종목들의 올해 초 주가 상승 랠리는 미국 정부의 전기차 보조금 기대감에 힘입었던 바가 큰 만큼 보조금 정책 폐지는 충격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수주 공백기에 진입하는 가운데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도 “트럼프 재선 시 연비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세부 규정을 엄격하게 규정해 보조금 대상 전기차가 축소될 것이다”며 “미국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 전망은 바이든의 재선을 기반으로 한 것이며 트럼프가 당선되면 시장 위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