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HBM 설비 확장 고삐, 경계현 내년 AI 서버 성장에 1위 노린다

▲ 삼성전자가 인공지능 서버 시장 성장에 맞춰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 생산능력을 키워 시장 지배력을 높일 기회를 찾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서버에 주로 쓰이는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 생산능력을 확장해 안정적 공급기반 다지기에 힘을 쏟고 있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내년에 급격하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인공지능 서버 시장에서 HBM 1위 공급자 자리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내년 인공지능 서버 시장에서 고대역폭 메모리의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현재 주력인 4세대 제품 HBM3의 공급부족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나온다.

김수겸 한국IDC 부사장은 최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반도체 행사에서 “올해 하반기까지는 반도체 시장이 살아나기 어렵지만 내년에는 시장이 분명히 회복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특히 HBM3의 물량부족으로 HBM2와 HBM2E 같은 이전세대 HBM도 당분간 판매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인공지능 서버의 성장에 따라 글로벌 D램 전체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올해 9%에서 내년 18%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계현 사장은 이런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해 생산능력을 확장하기 위한 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천안사업장 안의 일부 건물과 장비를 사들인다는 내용을 담은 공시를 최근 올렸다.

이를 놓고 삼성전자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밝혔듯이 내년 HBM 생산능력을 올해보다 2.5배 늘리려고 한다”며 “천안 사업장과 관련된 공시도 같은 맥락에서 이뤄진 조치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와 AMD 등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HBM공급 확대 주문을 받음에 따라 1조 원 규모의 반도체 장비를 발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내년에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 ‘B100 블랙웰’을 출시할 것으로 예상돼 HBM 수요를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B100은 대만 파운드리 업체 TSMC의 3나노 공정을 활용한 인공지능 반도체로 5세대 제품인 HBM3E가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에이브릴 우 트렌드포스 수석연구원은 3일 열린 ‘애뉴얼 포케스트 2024 세미나’에서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칩이 점차 탄력을 받으면서 앞으로 HBM은 D램 제조 기업의 매출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게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삼성전자 HBM 설비 확장 고삐, 경계현 내년 AI 서버 성장에 1위 노린다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겸 대표이사 사장은 HBM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지배력을 확대해 DS부문의 실적 개선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새로운 수주를 따내기 위해서 HBM3E 경쟁력 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3E를 9.8Gbps(초당 기가비트)로 개발해 고객사에 24기가바이트 용량제품에 대한 샘플 공급을 마쳤고 내년 상반기 양산을 시작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선두 자리를 놓치지 않았지만 인공지능용 메모리 반도체인 HBM 사업에서만큼은 경쟁사 SK하이닉스에 비해 한발 뒤쳐졌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아왔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HBM시장에서 점유율 40%를 나타내면서 SK하이닉스(50%)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올해에는 46~49%로 SK하이닉스와 비슷한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추산된다.

경 사장은 내년 인공지능 서버 시장의 성장에 올라타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HBM 시장에서 확고한 선두자리를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기술 개발 속도에서 SK하이닉스에 뒤쳐졌다는 점을 극복하고 HBM 시장 주도권을 뺏기 위해서도 생산능력 확대의 중요성은 큰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HBM 설비 확장 고삐, 경계현 내년 AI 서버 성장에 1위 노린다

▲ 삼성전자가 HBM 시장에서 확고한 선두자리를 노리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시장의 주도권 측면뿐만 아니라 HBM이 수익성 높은 고부가 제품군이라는 차원에서도 생산능력 확대는 중요하다.

HBM은 서버용 D램 보다 약 6배 단가가 비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9조 원 가까운 영업손실을 나타내고 있는 삼성전자 DS부문의 실적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분석된다.

경 사장은 HBM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2024년 DS부문 실적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내보인 바 있다. 

경 사장은 최근 임직원과 진행한 소통행사에서 “삼성전자의 HBM 제품이 고객사들로부터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 4세대와 5세대 HBM 제품이 내년에는 DS부문의 이익증가에 크게 기여하도록 만들어 삼성전자 D램이 더 앞설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