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ETF(상장지수펀드)시장에서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KOFR(한국무위험지표금리) 등 특정 금리를 추종하는 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금리형 ETF 상품은 고금리시대 안전한 투자처로 각광받으며 올해 들어 몸집을 빠르게 키웠는데 고금리시대 장기화가 예상되는 만큼 금리형 ETF 상품의 인기는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시대가 바꿔놓은 국내 ETF 투자 지형도, 금리형 인기는 계속된다

▲ 고금리시대 국내 ETF시장에서 금리형 상품이 빠르게 몸집을 키우고 있다. 사진은 1일(현지시각) FOMC 이후 제롬 파월 의장이 기자간담회를 진행하는 모습. <연방준비제도>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ETF시장 순자산총액 상위 10개 상품 가운데 금리형 ETF는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 TIGER KOFR금리액티브(합성) 등 4개가 자리 잡고 있다.

1년 전 순자산 상위 10개 상품 가운데 금리형 ETF 상품이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 하나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사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특히 금리형 ETF는 압도적으로 큰 순자산 규모를 자랑한다.

1일 기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가 순자산 6조8898억 원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삼성자산운용의 KODEX KOFR금리액티브(합성)은 순자산 3조9800억 원으로 3위,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은 순자산 3조8310억 원으로 4위를 차지했다.

국내 ETF시장에는 순자산 3조 원이 넘는 상품이 4개 있는데 이 가운데 3개를 금리형 상품이 차지한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2002년 국내 ETF시장에 처음으로 상장한 삼성자산운용의 KODEX200(5조8162억 원)이다.

금리형 ETF 상품은 최근 1년 사이 자금이 크게 유입되며 몸집을 빠르게 키웠다는 공통점도 지닌다.

순자산총액 1위인 TIGER CD금리투자KIS(합성)만 봐도 1년 전에는 순자산이 1조6천억 원에 그쳐 10위권 밖에 있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급격히 성장하며 9월 국내 ETF시장 대표상품인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을 제치고 순자산 1위에 올랐다.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도 6월7일 1천억 원 규모로 출시됐는데 약 5개월 만에 몸집을 40배 가까이 불리며 단숨에 순자산 4위로 뛰어올랐다.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는 상장 이후 84영업일 만인 10월11일 순자산 3조 원을 넘기며 최단기간 3조 원 돌파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금리형 ETF 상품의 인기 비결로는 입출금이 자유롭고 고금리시대 안정적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꼽힌다.

순자산 상위권에 있는 금리형 상품은 은행이 자금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CD금리나 무위험 투자에서 기대할 수 있는 수익율인 KOFR를 따르는데 CD금리와 KOFR 모두 고금리시대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함께 높아졌다.

현재 CD금리나 KOFR을 따르는 ETF 상품은 연간 3~4%대 안정적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 은행의 예적금과 달리 투자기한 제한이 없고 하루만 투자해도 금리가 붙어 ‘파킹형 통장’ 역할을 하며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특히 금리형 ETF 순자산 확대에는 기관투자자들이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준금리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지속해서 오르자 기관이나 기업의 유휴자금이 안전한 투자처로 국채 등 채권 대신 금리형 ETF를 찾으면서 금리형 ETF 순자산 확대에 일조한 것이다.

채권 투자는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 하락으로 향후 매도시 손실을 볼 수 있지만 금리형 ETF는 이 같은 자본 손실이 발생하지 않는다.

금리형 ETF 상품 인기는 앞으로도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시대가 바꿔놓은 국내 ETF 투자 지형도, 금리형 인기는 계속된다

▲ 삼성자산운용은 10월11일 KODEX CD금리액티브가 출시 84영업일 만에 순자산 3조 원을 넘겼다고 밝혔다. <삼성자산운용> 


연초 예상과 달리 고금리가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으며 장기화할 가능성이 나오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1일(현지시각)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기준금리 인하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현재 시장은 12월 FOMC에서 연준의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따지고 있는 상황으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은 빨라야 내년 중순쯤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날 리포트에서 “시장이 이전에 비해 추가 긴축 가능성을 낮게 보는 동시에 금리인하 시점이 앞당겨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금리인하 시점은 2024년 6월 FOMC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파악했다.

주요 자산운용사가 새로운 상품을 지속해서 출시하고 있는 점도 금리형 ETF시장 확대를 이끌 요인으로 꼽힌다.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세자산운용뿐 아니라 KB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한화자산운용, 키움투자자산운용 등 다수의 자산운용사가 올해 들어 금리형 ETF 상품을 출시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올해 4월 국내 최초로 미국 뉴욕연방준비은행이 고시하는 단기 지표금리인 SOFR를 따르는 KODEX 미국달러SOFR금리액티브(합성)를 출시하기도 했다.

SOFR는 미국 국채를 담보로 하는 1일 기준 환매조건부채권 거래를 기반으로 산출되는데 현재 금리 수준은 5%대로 CD금리나 KOFR보다 다소 높다. 다만 국내 투자자들이 ETF 상품으로 투자할 때는 환 변동에 노출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김도형 삼성자산운용 ETF컨설팅본부장은 “고금리시대 자산배분 측면에서 일정 규모의 자산은 안전한 수익률을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며 금리형 ETF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향후 금리 환경이 급격히 변하지 않는 한 당분간 금리형 ETF 확대 흐름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