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월31일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열린 에네오스-SK이노베이션 합동 경영진회의 결과에 따른 업무협약(MOU) 체결식에 참석한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왼쪽에서 다섯번째)과 사이토 다케시 에네오스 사장(왼쪽에서 여섯번째). < SK이노베이션 > |
[비즈니스포스트] 김준 SK이노베이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추진하는 ‘카본투그린(Carbon to Green)’ 전략에 해외 조력자가 생겼다.
최근 SK이노베이션과 업무협약을 맺은 일본 종합 에너지 기업 ‘에네오스’다.
2일 업계를 종합하면 일본 최대 정유회사이기도 한 에네오스는 올해 들어 미국과 호주 등 현지 기업들과 협력해 대규모 친환경 연료 개발 및 생산 사업에 참여하는 등 빠르게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에네오스는 10월 미국 이퓨얼(e-fuel) 생산전문업체 HIF글로벌과 맺은 업무협약을 발표했다.
HIF글로벌은 에네오스에 기술을 제공하고 에네오스는 생산망을 활용해 일일 15만 배럴의 이퓨얼을 생산해 공급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퓨얼은 물을 전기 분해해 얻은 수소를 대기에서 포집한 이산화탄소와 혼합해 얻는 연료다. 화학구조적으로 일반적인 화석연료와 유사하기 때문에 기존 내연기관을 통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에네오스 관계자는 사업 계획 발표 당시 “에네오스에서 생산하는 이퓨얼은 친환경 에너지만을 사용하는 전기로에서 얻은 그린수소와 탄소포집을 통해 얻은 이산화탄소를 혼합해 만들기 때문에 탄소중립 연료라고 볼 수 있다”며 “향후 이퓨얼 생산망 구축 능력을 활용해 바이오항공유나 바이오디젤 생산 설비도 구축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이퓨얼은 연소할 때 기존 화석연료보다는 적기는 하나 이산화탄소를 일정 부분 배출한다는 단점도 있다.
에네오스는 이퓨얼 외에도 바이오연료 등 다른 친환경 연료 사업으로도 발을 뻗치고 있다.
3월에는 호주 최대 에너지 기업 암폴과 ‘리튼 정제소 고급 바이오연료 생산 연구 업무협약’을 맺었다. 앞으로 10년 이내에 호주 퀸즈랜드주 브리스번에 위치한 리튼 정제소를 연간 5억 리터 규모의 바이오디젤·바이오항공유 생산 설비로 전환한다는 내용이었다.
양사는 이곳에서 농업, 동물 및 기타 폐기물 공급원료를 사용해 바이오 연료를 생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매튜 할리데이 암폴 최고경영자(CEO)는 “세계 친환경 연료 분야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는 에네오스와 협업을 하게 된 것이 기쁘다”며 “리튼 정제소에는 숙련된 인력과 다양한 관련 인프라가 있어 미래 연료 사업을 추진하기에 적합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에네오스가 이처럼 친환경 신사업 분야로 발을 뻗고 있는 배경에는 일본 내수시장 원유 수요 감소세가 있다.
국제 통계전문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일본 정유사들의 정제능력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꾸준하게 감소세를 이어왔다.
2013년 연결기준 일 416만 배럴을 넘던 일본의 정제능력은 2022년 318만 배럴까지 떨어졌다.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은 이런 감소세를 일본 내수시장 경기 위축에 따른 결과라고 평가했다. 수출 위주의 산업 확장을 이어오던 한국 정유 기업들과 달리 일본 정유기업들은 내수시장에 집중하는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2022년 페트로넷 집계에 따르면 한국 정유기업의 정제능력은 일본을 이미 추월했다. SK에너지가 포함된 한국 4대 정유사만으로도 일일 320만 배럴에 이르러 일본 전체 정유사들을 넘어선다.
이러한 내수시장 감소세에 대응해 친환경 사업 역량을 강화한 에네오스는 '카본투그린'을 추진 중인 SK이노베이션에는 좋은 조력자 겸 동반자가 될 수 있다.
▲ 10월4일 도쿄도 치요다구에 위치한 에네오스 본사에서 열린 HIF글로벌-에네오스 이퓨얼 생산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에 참석한 이그나치오 에르난데스 HIF 아태지역 최고경영자(가장 왼쪽)와 스나가 고타로 경영기획∙해외사업개발 총괄(왼쪽에서 세번째). <에네오스> |
카본투그린이란 김 부회장이 2021년 7월 SK이노베이션 스토리 데이에서 발표한 사업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이 창사 100주년을 맞이하는 2062년까지 SK이노베이션 모든 계열사 공급망에 걸쳐 완전 탄소 중립을 넘어 탄소 네거티브까지 실천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은 향후 3년 동안 해도 연구개발에 1조 원이 넘는 막대한 비용을 사용할 계획을 세웠다.
올해 5월부터는 에네오스 실무진과 합동해 카본투그린 전략에 부합하는 저탄소 에너지원 개발과 사업망 전반에 걸친 탄소 저감을 위한 태스크포스를 운영해왔다.
10월31일에는 김 부회장과 사이토 다케시 에네오스 사장이 만나 태스크포스를 통해 얻은 성과와 향후 밀접한 기술 교류를 이어가기로 협의했다.
김 부회장은 업무협약을 발표하며 “사업여건이 유사한 한국과 일본 대표 에너지 기업의 오랜 협력은 오늘날 양사의 전반적인 사업의 동반성장으로 이어졌다”며 “탄소감축을 위한 두 회사의 협력이 양국을 아우르며 카본투그린 시대를 이끌어가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