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애플이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과 웨어러블 분야에 이어 헬스케어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두 회사가 헬스케어 사업을 강화하는 이유는 주요 시장인 선진국에서 고령층이 늘면서 헬스케어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면 기존 제품 판매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또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자체의 성장 전망도 매우 밝다.
▲ 헬스케어 기능이 더해진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의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 '봇핏' 모습. <삼성전자>
3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기존 모바일 기기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헬스케어 관련 사업 확대에 고삐를 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웨어러블 심전도 측정기에 들어가는 바이오 프로세스 반도체를 개발해 삼진제약에 공급했다. 삼진제약의 웨어러블 심전도기 ‘에스패치-EX’는 성공적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을 받으면서 시장 안착의 첫걸음을 디뎠다.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삼성전자의 바이오 프로세스 반도체가 최고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바이오 프로세스 반도체를 활용해 심전도와 체온, 맥박, 체지방, 스트레스를 측정뿐 아니라 신체 움직임을 인식할 수 있는 모션 센서를 포함한 다양한 기술을 발전시키고 있다.
박용인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도 최근 반도체 관련 행사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오 프로세스 반도체에서 기술 역량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며 “촉각분야에서는 터치로 사람을 진찰할 수 있는 기기도 개발했을 뿐만 아니라 후각과 청각 분야에서도 기술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삼성전자의 바이오 프로세스 반도체 경쟁력은 스마트워치나 웨어러블 로봇과 같은 IT 디바이스와 시너지를 낼 수 있기 때문에 의미가 큰 것으로 여겨진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웨어러블 로봇에 헬스케어 기능을 추가해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안으로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장애인 및 고연령층 보행보조 웨어러블 로봇 ‘봇핏’에 근력강화와 몸매 관리 등 헬스케어 기능이 추가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뿐 아니라 삼성전자는 모바일 앱 삼성헬스를 통해서 소비자들이 모바일 및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담긴 생체 정보를 모으고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 방식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생태계를 구축해 사업기회를 넓혀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 분야에서 이미 수면 데이터 분석과 러닝 등 운동보조 기능을 강화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반지처럼 착용하는 웨어러블 기기 스마트 링도 준비하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영역을 넓힐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갤럭시 링’이라는 이름으로 상표출원을 한 것에 비춰 볼 때 조만간 링 형태의 웨어러블 제품 라인업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애플 역시 웨어러블과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기능을 강화하면서 삼성전자의 시장 선점 움직임에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매체 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공개한 확장현실 기기 ‘비전프로’에 정신건강 관리 기능을 탑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동안 영상콘텐츠 소비나 게임 등 단순 소비재로 사용될 것으로 여겨졌던 확장현실 기기에 헬스케어 기능을 더하겠다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애플은 어린이들의 시력 건강을 위한 소프트웨어 측면의 기능 강화에 나서고 있다.
어린이들의 근시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주요 행동으로 하루에 최소 80~120분 동안 야외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스마트워치와 아이폰 프로그램을 설정한 것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 애플워치의 헬스케어 화면 모습. <애플>
애플 워치에는 일광 시간 측정을 위한 프로그램과 광센서가 탑재돼 부모가 자녀의 시력 건강을 챙길 수 있다.
또한 애플은 소비자들이 모바일기기를 너무 오랫동안 30cm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있으면 기기에서 멀어지도록 권유하는 프로그램 설정도 탑재했다.
섬벌 데사이 애플 헬스케어 담당 부사장은 애플 홈페이지에 올린 기고글에서 “애플의 목표는 사람들이 자신의 건강을 직접 돌볼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아이폰과 아이패드, 애플 워치 등 여러 플랫폼에 있는 건강 기능을 통해 소비자들이 자신의 건강을 관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애플이 이처럼 헬스케어 기능을 강화하는 이유는 기존 디바이스와 연결된 건강 관리 생태계를 구축하게 되면 록인효과(기존 모바일 및 웨어러블 기기 고객을 붙잡아 두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김기범 삼정KPMG 선임연구원은 “스마트워치나 헬스케어 웨어러블 기기와 같은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이용자가 플랫폼을 바꿀 때 새로운 기기를 사야 하거나 소프트웨어를 구매해야 하는 등으로 여러 가지 형태의 전환비용(Switching Cost)가 발생한다”며 “이런 시장의 특성 때문에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은 고객을 끌어모으고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보하려고 사활을 건다”고 말했다.
또 구매력 높은 선진국에서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고령화 추세가 강화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자체 외형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도 관련이 깊다.
시장조사기관 GIA에 따르면 모바일과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한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0년 860억 달러(116조 원) 규모에서 2027년 2530억 달러(341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은영 삼일PwC 경영연구원은 리서치 보고서에서 “글로벌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세는 글로벌 제약시장의 평균 성장률 3%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며 “특히 데이터와 머신러닝,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빅테크 기업들에게 절호의 기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고 바라봤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모바일 기기 시장은 안드로이드와 iOS라는 2개의 큰 진영으로 나뉘어 있다"며 "두 진영 사이 호환이 어렵다는 특징이 있기 때문에 성장하는 플랫폼 비즈니스 영역인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에서 양 진영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