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3일(현지시각)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위치한 현대건설 현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현대차그룹> |
[비즈니스포스트]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경제 및 산업구조의 대전환을 추진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등에서 첨단 신사업으로
정주영 선대회장의 '중동신화' 재현에 나서고 있다.
24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중동에서 △현지 완성차 생산 거점 구축을 통한 전기차 등 신규 수요 창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조성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 협력 △첨단 플랜트 수주 확대 등 새로운 사업 기회 발굴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1970년대 초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따라 성사시키며 '중동신화'를 쓴 지역으로 현대차그룹에게는 의미가 깊다.
정주영 선대회장은 1976년 '20세기 최대의 역사(役事)'라 불리는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을 건설하는 등 중동 붐을 이끌어 국가경제에 기여했다.
현대차그룹은 중동에서 도로·항만 등 산업 인프라뿐 아니라 전기차를 비롯한 완성차 생산, 친환경 수소 에너지, 첨단 플랜트 수주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정주영 선대회장부터 이어져온 도전 DNA로 첨단 신사업을 개척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을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정의선 회장은 23일(현지시각)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하고 있는 네옴시티의 주거공간 '더 라인'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현대건설은 더 라인 구역 하부의 고속·화물철도 운행용 지하터널 12.5km 구간을 시공하고 있다.
▲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3일(현지시각) 사우디 서북부 타북주에 조성하고 있는 네옴시티의 주거공간 '더 라인' 구역 내 현대건설 지하터널 건설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현대차그룹> |
일반적 사막과 달리 산악 지형에 위치해 고난도 기술력이 요구되는 구간으로 현대건설은 국내외 다양한 터널 공사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노하우와 첨단 스마트 건설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정 회장은 이날 현대건설 임직원들에게 "여러분들이 자랑스럽다"며 "현대건설이 신용으로 만든 역사를 현대차그룹도 함께 발전시키고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 지원하겠다. 무엇보다도 품질과 안전이 최우선이 돼야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정 회장은 22일(현지시각) 현대차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의 'CKD(반조립제품) 공장 합작 투자 계약' 체결식에도 참석했다.
현대차는 사우디 킹 압둘라 경제도시(KAEC)에 전기차를 포함해 연간 5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CKD 합작공장을 건설한다. 이는 현대차그룹 최초의 사우디아라비아 완성차 생산 공장이다.
현대차는 2026년 해당 공장을 완공하고 전기차 등 다양한 차종 및 현지 특화 마케팅을 기반으로 신규 수요를 적극 창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올해 상반기 현대차와 기아는 합산 21%의 점유율로 현지에서 판매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또 사우디아라비아와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를 조성하는 등 중동 친환경 에너지 저변 확대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22일(현지시각) 한국자동차연구원, 사우디에서 수소사업을 추진하는 에어 프로덕츠 쿼드라, 사우디 대중교통 운영업체 SAPTCO와 사우디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차는 선도적 수소연료전지시스템 기술에 기반해 사우디아라비아 수소 모빌리티의 보급 확대 및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계획을 세웠다.
현대차는 2020년부터 수소전기차, 수소전기버스, 수소전기트럭 등을 중동에 공급하며 친환경 에너지 모빌리티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
중동 지역에서 현대차그룹은 대형 첨단 플랜트 수주도 잇달아 따내고 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기업인 아람코로부터 약 3조1천억 원 규모의 '사우디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2단계'를 수주했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앞서 쿠웨이트 알주르 LNG(액화천연가스) 수입 터미널 등 대규모 플랜트 사업을 완료했고 2021년 수주한 자푸라 가스처리시설 프로젝트 1단계도 수행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6월 아람코가 진행하는 약 6조5천억 원 규모의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설비 사업 '아미랄(Amiral) 프로젝트'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는 한국기업의 사우디아라비아 수주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이밖에 사우디아라비아 마잔 가스 및 오일처리시설,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쿠웨이트 슈와이크 항만 개보수 공사, 이라크 바스라 정유공장 등 중동 5개 국가에서 건축, 오일·가스 플랜트, 항만, 원자력발전소 등 모두 26조3천억 원 규모의 23개 건설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 정주영 선대회장이 사우디아라비아 주베일 산업항 건설 현장을 둘러보며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
현대로템도 우수한 품질 기반 현지화 노력에 힘입어 중동에서 철도 사업 수주를 이어가며 입지를 넓히고 있다.
현대로템은 지난해 이집트 터널청(NAT)이 발주한 7557억 원 규모의 카이로 2·3호선 전동차 공급 및 현지화 사업을 확보했다. 수소전기트램 등 수소 기반 친환경 철도차량 기술력을 토대로 중동 철도 인프라분야에도 진출할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제철은 판재, 봉형강, 강관 등 에너지용 제품 포트폴리오를 앞세워 중동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해 수주한 사우디아라비아 주아이마 유전의 천연가스 액체 공장 확장 공사 후판 공급을 올해 완료했다. 또 LNG 에너지 프로젝트 확대에 대응해 신규 가스 수송용 강관 소재를 개발하는 등 중동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역동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은
정주영 선대회장이 중동신화를 창조한 상징적 지역"이라며 "현대차그룹은 중동시장에서 적극적 사업 다각화를 통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