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중국 리스크’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타격, 4분기 실적 기대 낮아져

▲ 애플 아이폰15의 중국 판매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의 2023년 4분기 실적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아이폰15가 중국에서 기대 이하의 판매량을 보일 것이라던 관측이 현실화되면서 애플에 부품을 공급하는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의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부진할 가능성이 나온다.

아이폰 조립을 담당하는 대만 폭스콘의 9월 매출이 지난해 9월과 비교해 감소한 것을 고려하면 국내 부품업체들도 아이폰15 출시에 따른 기대감을 낮춰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가 애플에 공급하는 부품의 단가가 지난해보다 상승한 만큼 여전히 실적 회복 기대를 가져볼 만 하다는 시각도 있다.

17일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애플 아이폰15가 출시된 17일 동안의 중국 판매량이 2022년 아이폰14가 출시됐을 때보다 4.5%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올해 9월 중국 정부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아이폰 사용을 금지하고 애국 마케팅을 앞세운 화웨이의 약진으로 아이폰15 수요가 중국에서 줄어들 것이란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던 셈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제프리스는 중국에서 아이폰15 판매가 전작에 비해 두 자릿수 감소했다는 분석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애플은 전체 매출에서 약 20%를 중국에서 거두고 있는 만큼 중국에서 아이폰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큰 악재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16일 “애플이 공급 차질에 직면해 있다”며 애플 목표주가를 기존 215달러에서 210달러로 하향 조정하고 2024 회계연도 1분기(2023년 10~12월) 아이폰 판매 전망치도 기존보다 8% 낮춰 잡았다.

아이폰15 판매량 감소는 주요 부품 공급업체인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에도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LG이노텍은 전체 매출에서 애플이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고 LG디스플레이도 약 30%의 매출을 애플로부터 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LG이노텍은 아이폰15 카메라 모듈의 주요 공급업체인데 올해부터는 아이폰15프로맥스에 탑재되는 폴디드줌 카메라 모듈도 공급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LG이노텍은 아이폰15 카메라 모듈에 4~9배율 사이의 모든 구간을 깨끗하게 촬영하기 위한 줌 액추에이터(카메라 구동장치)도 내재화하는 데 성공했다.

LG디스플레이는 10월부터 아이폰15프로/프로맥스에 올레드(OLED) 디스플레이를 납품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당초 예상보다는 공급 시기가 늦춰졌지만 경쟁사인 삼성디스플레이에 물량을 대량으로 빼앗기는 일은 피한 것이다.

이규화 NH투자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실적은 북미 고객사에 스마트폰 패널 공급 지연으로 시장기대치를 밑돌 것”이라며 “하지만 4분기부터는 최근 마무리된 고객사의 승인으로 정상적인 모바일 올레드 패널 출하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애플 ‘중국 리스크’에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타격, 4분기 실적 기대 낮아져

▲ 애플 아이폰15의 중국 출시 첫날인 2023년 9월22일 오전, 베이징 최대 번화가인 싼리툰에 위치한 애플스토어 앞에서 아이폰15를 받으려는 중국인들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아이폰15 흥행이 기대에 못 미친다면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의 부품 수요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애플의 주요 협력업체인 대만 폭스콘의 9월 실적을 살펴봐도 아이폰 수요가 예상보다 줄었다는 것을 추정해 볼 수 있다.

폭스콘의 9월 매출은 6607억 대만달러(약 27조6천억 원)로 집계됐다. 아이폰15 효과로 8월보다는 60% 증가했으나 2022년 9월 대비 19.6% 감소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만의 애플 밸류체인(가치사슬) 가운데 9월 매출이 전년 대비 증가한 곳은 카메라 관련 기업인 지니어스와 라간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애플의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는 아이폰15 인기가 아이폰14 때보다 좋은 만큼 중국의 매출 감소를 충분히 메울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미국에서 아이폰15는 판매 첫 9일 동안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두 자릿수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게다가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는 모두 애플에 공급하는 부품단가가 상승한 만큼 아이폰15 판매량이 소폭 줄어든다고 해도 실적에는 큰 타격을 받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LG이노텍은 아이폰15프로맥스에 폴디드줌 모듈를 공급함으로써 카메라모듈 평균판매가격이(ASP)가 추가로 약 10달러 상승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LG디스플레이가 공급하는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올레드도 기존 기본모델에 공급하던 LTPS(저온폴리실리콘) 올레드보다 단가가 높다.

박형우 SK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5의 성패는 중국보다 북미가 좌우할 것”이라며 “애플은 아이폰15 가격 동결로 글로벌 판매 둔화 일부를 상쇄시키길 기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 연구원은 "다만 아이폰15 가격동결은 향후 부품사들의 공급단가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