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차량 무선 업데이트(OTA) 기능을 탑재한 차량이 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순정 내비게이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기존에도 내비게이션 성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아 온 수입차업체들은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티맵' 등 토종 모바일 내비게이션과 연계하는 방식으로 내비게이션 성능 개선에 나서고 있다.
▲ OTA(차량무선업데이트) 기능을 탑재한 차량이 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의 순정 내비게이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기아 차량 소프트웨어 무선 업데이트 실행 화면. <기아 홈페이지> |
1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2019년 현대차 고급브랜드의 플래그십 세단 G90에 브랜드 최초로 내비게이션 자동 무선 업데이트 서비스를 시작한 뒤 OTA 적용 대상 차량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는 아이오닉6, 신형 그랜저(7세대), 신형 코나(2세대), 쏘나타 디 엣지가, 기아는 EV9와 신형 쏘렌토가 OTA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로의 전환 흐름에 발맞춰 2025년까지 국내를 비롯해 글로벌 시장에 판매되는 모든 차종에 OTA를 기본 적용할 계획을 갖고 있다.
OTA 적용차량 확대는 현대차그룹이 수입차와 비교해 국내 시장에서 순정 내비게이션 확보로 갖고 있던 우위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리서치 전문기관 컨슈머인사이트가 3년 내 신차 구입자 2만46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지난해 말 발표한 '내비게이션 사용 현황' 리포트를 보면 순정 내비게이션을 주로 사용하는 비율이 국산차 보유자는 68%인 반면 수입차 보유자는 38%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60%가 넘는 수입차 보유자들은 차에 탑재된 내비게이션을 '그림의 떡'으로 두고 스마트폰 내비게이션(미러링 등 연동시스템 포함)을 보며 운전해 온 셈이다.
특히 국산차 가운데 제네시스가 81%, 현대차가 74%, 기아가 69%로 순정 내비게이션 사용 비율이 높았다.
반면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운전자 가운데 가종 많이 사용하는 앱은 티맵이 68%로 압도적 비중을 차지했다.
국내에서 수입차는 프리미엄 브랜드의 상위 모델을 중심으로 판매하고 있음에도 내비게이션은 국내 고객들의 고질적 불편사항으로 지적돼 왔다.
수입차의 순정 내비게이션은 지도 표시 방식과 반응속도 등에서 국내에서 개발되는 국산차 내비게이션보다 사용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물론 국산차 보유자 역시 내비게이션 관련 불만이 없지는 않다.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서도 국산차 보유자의 32%는 스마트폰 내비게이션을 활용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대부분 출시 3년 이상 된 차를 모는 운전자의 해당 비중은 훨씬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OTA 기능 탑재 차량이 늘면서 큰 화면의 순정 내비게이션을 사용하는 국산차 보유자가 크게 늘어날 공산이 커 보인다.
기존에 순정 내비게이션 업데이트를 하려면 USB 등에 업데이트 파일을 저장한 뒤 차량에 연결해 업데이트가 완료될 때까지 길게는 수십분 동안 시동을 켠 채 기다려야 했다.
반면 OTA 기능이 장착되면 차량 내비게이션이 주기적으로 최신 지도 및 시스템 소프트웨어를 검색해 다운로드한 뒤 시동을 끄고 버튼만 누르면 운전자가 하차해도 알아서 업데이트를 마친다.
▲ 볼보 티맵 인포테인먼트 화면. <볼보코리아> |
또 OTA 탑재 차량이 늘면 빅데이터를 초단위로 분석하는 스마트폰 앱보다 정확도가 떨어지는 순정 내비게이션의 단점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비게이션은 운전 편의성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현대차그룹 순정 내비게이션의 활용도가 높아지면 판매 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이에 수입차업계에서도 국내에서 선호도가 높은 티맵과 협력하는 등 내비게이션 성능 개선 방안 마련에 나서고 있다.
수입차 시장에서 가장 많은 판매실적을 올리고 있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는 각각 올해 4분기, 내년 이후부터 국내에 출시되는 신차에 티맵 내비게이션을 장착하고 현지화 전략을 펼친다.
볼보코리아는 국내 수입차업체 가운데 선제적으로 내비게이션 현지화 전략을 펼쳐 성공 사례를 기록한 바 있다.
볼보코리아는 2021년 9월 300억을 투자해 SKT와 개발한 티맵 오토 및 누구 오토(NUGU Auto), 플로(FLO)를 통합한 첨단 인포테인먼트 서비스를 도입했다.
볼보는 기존에 수입차 가운데도 내비게이션 성능이 가장 떨어지는 것으로 여겨졌지만 해당 서비스를 XC60 부분변경 모델에 처음 적용하면서부터 정반대로 내비게이션 사용성이 장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컨슈머인사이트는 "최근 다수의 수입 자동차 브랜드가 '티맵오토'를 내장형 내비게이션으로 채택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모바일과 연계한 순정 내장형 내비게이션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