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동계올림픽 종목인 컬링 때문에 웃다가 운다.
컬링은 올해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뒤늦게 주목을 받아 큰 인기를 얻었다. 그런데 이후 성추행과 훈련비 횡령 등의 논란이 끊이지 않으며 인기를 다 까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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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
정 부회장은 컬링이 주목받기 전에 선견지명을 발휘해 막대한 투자를 했다.
컬링국가대표팀 정영섭 전 감독과 최민석 전 코치 등 5명은 보조금 관리 위반 혐의로 지난 22일 불구속입건됐다. 이들은 식당과 숙박업소에서 신용카드 결재금액을 허위로 조작해 차액을 빼돌리는 이른바 ‘카드깡’ 수법으로 1700만 원을 횡령했다.
최 코치는 지난 3월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폭언 및 성추행 논란에 휩싸여 영구제명됐다. 정 감독은 연루되지 않았지만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5년 동안 자격정지를 당했다.
컬링은 소치올림픽에서 즐거움을 줘 귀국 후 성대한 환영을 받았다. 그런데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불미스런 일들이 계속 일어나는 바람에 컬링 인기는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컬링 대표팀을 둘러싼 이런 악재는 정 부회장에게도 부담이다. 정 부회장은 2012년 컬링대표팀이 세계선수권에서 4강을 달성한 뒤 컬링 종목의 잠재력을 보고 지금까지 지원해왔다. 정 부회장은 2018년까지 6년 동안 1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와 올해 신세계-이마트 컬링대회를 여는 등 음으로 양으로 컬링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컬링대회를 첫 개최하면서 “컬링이 인기스포츠로 자리잡길 바란다”며 “다양한 지원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소치올림픽이 끝난 직후 신세계 백화점에 미니 컬링장을 설치하고 고객들이 컬링을 체험할 수 있는 이벤트를 열 정도였다. 컬링이 대중적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부단히 노력했다.
컬링은 비록 소치올림픽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지만 첫 출전에도 좋은 경기력을 보이며 국민들의 성원을 받았다.
그러자 컬링을 지원해온 정 부회장과 신세계도 함께 조명을 받았다. 자연히 정 부회장과 신세계의 이미지도 좋아졌다. 업계에서 정 부회장이 자식을 잘 뒷바라지한 부모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반 년도 채 지나지 않아 상황은 180도 바뀌었다. 컬링의 이미지가 급추락하면서 신세계가 컬링을 지원했다고 홍보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말았다.
오히려 훈련비 횡령과 선수단에 기부금을 강요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신세계가 후원한 수십억 원도 다른 곳으로 흘러간 것 아니냐는 말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컬링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한컬링연맹은 26일부터 해외 우수 컬링지도자를 초청해 강습회를 여는 등 2018년 평창올림픽 메달 획득을 위한 노력에 시동을 걸었다.
컬링이 평창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얻는다면 정 부회장의 투자는 다시 빛을 볼 수 있다. 정 부회장은 평창올림픽 때까지 지원을 약속했다.
기업 CEO가 스포츠에 투자해 좋은 결과를 낳은 사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
1985년부터 꾸준히 한국양궁을 지원해 세계최강국으로 만든 현대자동차그룹이 대표적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뒤를 이어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또 10년 동안 펜싱협회를 지원해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펜싱을 새로운 효자종목으로 떠오르게 한 SK그룹도 있다.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대한펜싱협회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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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치올림픽 당시 컬링 경기 모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