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엘앤에프가 업황 둔화의 영향을 경쟁사들보다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높은 고객 편중도와 낮은 수직계열화 수준은 엘앤에프가 업황 둔화에 취약한 배경으로 꼽힌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은 이런 구조적 약점들을 극복하는 데 주안점을 두며 기업체질 강화에 힘을 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엘앤에프가 업황 둔화의 영향을 경쟁사들보다 많이 받고 있다.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은 이런 구조적 약점들을 극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22일 배터리소재업계와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양극재 기업들의 실적은 3분기에도 기대치를 밑돌 것으로 분석된다.
양극재 주원료인 리튬 가격의 하락은 양극재 업황 부진의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21일 기준으로 kg당 155.5위안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말 kg당 500위안을 웃돌던 데서 상당히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양극재업체들로서는 과거 비싼 가격에 리튬을 샀다가 낮은 가격에 제품을 팔게 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양극재 가격이 원료인 리튬 가격에 연동되기 때문이다.
국내 양극재업체들의 실적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수출 통계를 살펴보면 7~8월 누적 양극재 수출은 약 3조 원이다. 한화투자증권은 9월에도 평균 성장률이 유지된다면 3분기 양극재 수출은 4조5천억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국내 양극재 업체의 수출은 전체 매출 가운데 9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3분기 합산 매출은 5조 원 안팎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양극재업체들의 3분기 합산 매출 추산치 평균(컨센서스)인 5조4천억 원을 상당 부분 밑도는 수치다. 리튬 가격 하락세에 따른 영향이 큰 셈이다.
다만 양극재업황에 따른 영향은 업체별로 온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에코프로비엠과 포스코퓨처엠의 생산시설이 위치한 청주·포항 지역에서는 출하량 상승 폭이 가파른 것으로 파악된다. 원료 가격 하락이라는 외부 요인 탓에 매출은 줄었지만 장사는 잘 한 셈이다.
반면 엘앤에프의 주력 공장이 있는 대구에서는 출하량 회복세가 여전히 더딘 것으로 파악된다. 엘앤에프의 전방 고객사인 테슬라가 사이버트럭과 모델3 하이랜드 등의 양산을 위해 공장 업그레이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탓에 테슬라에 공급하는 배터리와 소재 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점들 때문에 배터리소재업계에서는 엘앤에프의 고객 편중도가 취약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엘앤에프의 최대 고객사는 LG에너지솔루션으로 매출의 80% 가까이를 차지한다.
엘앤에프가 LG에너지솔루션에 납품하는 양극재 상당수는 테슬라에 탑재되는 배터리인 만큼 최종 고객사로서 테슬라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엘앤에프는 LG에너지솔루션을 통해 테슬라에 양극재를 공급할 뿐 아니라 테슬라에 직접 납품도 진행하고 있어 테슬라의 크고 작은 결정들은 엘앤에프에도 매우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한 때 엘앤에프는 테슬라에 양극재를 납품하는 소재 분야의 강자로서 관심을 모으기도 했지만 테슬라의 상황에 따라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약점으로 작용할 여지가 큰 것이다.
더구나 특정 고객사 비중이 높다는 점은 엘앤에프가 고객사들과 제품 가격과 거래 조건 등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협상력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여지도 많다. 고객 편중도가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엘앤에프는 고객 편중도 외에도 양극재 원료인 리튬, 니켈 등 광물 조달, 양극재 중간소재인 전구체 생산, 폐배터리에서 리튬 등을 추출하는 리사이클에 걸친 양극재 원재료 공급망에서도 경쟁력이 뒤처진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가치사슬상에서 내재화 역량을 많이 갖출수록 각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이는 양극재업체의 수익성에 적잖은 기여를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주요 양극재기업들은 대개 그룹 차원에서 양극재 가치사슬을 관리하며 내재화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엘앤에프의 2분기 영업이익률은 0.2%로 에코프로비엠(6.0%),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사업부(4.4%)와 비교하면 크게 낮다. 양극재 업황이 괜찮은 시절에도 엘앤에프는 경쟁사보다 약간 낮은 수익성을 보였는데 업황이 악화되니 이런 점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보이다.
최수안 부회장은 이런 구조적 약점들에 관한 문제의식을 품고 이를 개선하는 데 이전보다 더 많은 자원과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엘앤에프는 기존 고객사와 중장기 관점의 양극재 공급 논의를 진행하는 한편 올해 안에 신규 고객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두고 있다.
엘앤에프 측은 8월 2분기 실적발표 뒤 주주들이 내놓은 질의에 답변하며 “기존 고객사와 장기공급 계약에 관해서는 공시사항이라 상세하게는 답변할 수 없지만 긍정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며 “시기적으로는 3분기 중이라 이해하면 되겠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기존 고객과 계약을 발표한 뒤 ‘신규 해외 고객사’에 대한 발표를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 20일 오후 경남도청 도정회의실에서 최수안 엘앤에프 대표이사(앞줄 왼쪽에서 두 번째)를 비롯한 기업 관계자들이 경남도와 투자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경상남도>
최 부회장은 수직계열화 역량을 키우는 데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앞서 엘앤에프는 LS그룹과 손잡고 양극재 중간소재인 전구체 제조·판매는 물론 원료인 황산니켈과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분야까지 포괄적으로 협력하기로 했다.
상반기에 전구체와 리튬 원료 사업에 관한 집중 검토를 진행한 만큼 하반기부터는 전구체 합작법인을 시작으로 경쟁사들과 마찬가지로 양극재 순환체계(클로즈드 루프)를 본격적으로 가동한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이런 구상과 계획들은 차근차근 실행에 옮겨지고 있다.
엘앤에프는 6천억 원을 투자해 경남 하동에 수산화리튬 생산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경상남도, 하동군, 광양만경제자유구역청과 20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수산화리튬은 삼원계 양극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핵심 원료로 엘앤에프가 수산화리튬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면 양극재 사업의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보탬이 될 수 있다. 수직계열화의 일환인 셈이다.
엘앤에프는 경남 하동군 대송산업단지 부지 약 3만 평에 연간 2만 톤 규모의 수산화리튬 생산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다.
최수안 부회장은 “대송산업단지는 광양항, 부산항과 인접해 있고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 행정지원과 인센티브 혜택이 매력적”이라며 “경남도와 하동군이 앞으로도 리튬 사업을 적극 지원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류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