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과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이 여의도 재건축 1호가 될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수주에 파격적 조건을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이앤씨가 현대건설보다 720억 원 낮은 공사비를 제시하며 공격적으로 입찰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은 특화설계와 개발이익 극대화로 주민들에게 수익을 돌려주겠다는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수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격돌, 공사비 720억 차이 결과는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오른쪽)이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를 두고 수주전을 펼친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시행사 KB부동산신탁은 10월7일 합동설명회를 연 뒤 10월29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투표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KB부동산신탁은 재건축사업의 예정가격을 정하지 않은 채 시공사를 모집했다. 공사비를 정하지 않고 시공사를 모집하면 고가 입찰에 노출될 우려도 있으나 경쟁수주가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되레 공사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을 노린 것으로 해석된다. 

시공사가 먼저 제안한 공사비로 사업을 추진하는 만큼 착공 전후로 발생할 수 있는 공사비 갈등과 관련된 협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이에 도시정비 업계에서는 현대건설과 포스코이앤씨가 공사비를 얼마로 제안할지 관심이 모였다. 결과적으로 현대건설은 7745억 원, 포스코이앤씨는 7023억 원의 공사비를 제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이앤씨는 3.3㎡당 공사비 798만 원을 제시했다. 현대건설은 원안설계와 대안설계 두 가지로 나눠 원안설계는 3.3㎡당 881만 원, 대안설계는 3.3㎡당 824만 원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이 제시한 원안설계와 대안설계는 3.3㎡당 공사비가 차이는 있지만 총액은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설계는 지상에 지어질 상가를 지하로 내리고 대신 지상에 분양할 수 있는 오피스텔로 짓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연면적이 그만큼 늘어나 3.3㎡당 공사비가 낮아지는 것이다. 

애초 포스코이앤씨가 3.3㎡당 780만 원 수준을 현대건설이 3.3㎡당 공사비 800만 원 중반 정도의 금액을 제시할 것으로 관측돼 총공사비 격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됐다. 

다만 포스코이앤씨는 예상치보다 조금 더 높은 금액을 현대건설은 낮은 금액을 써냈다. 그럼에도 도시정비업계에서는 720억 원에 이르는 총공사비 격차가 작지 않다고 바라보고 있다. 

한성희 포스코이앤씨 대표이사 사장은 한양아파트 주민들이 3.3㎡당 공사비 700만 원 후반 수준을 원하는 데에 적극적으로 부응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오티에르의 첫 수주전에서 국내 주택 대표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를 걲고 여의도 한양아파트를 수주함으로써 오티에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려는 것으로 읽힌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날 마감된 여의도 공작아파트 입찰에 들어가지 참여하지 않아 한양아파트에 화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공작아파트 입찰에는 대우건설만 참여해 유찰됐다. 

여의도 한양아파트가 최고 56층으로 지어지는 만큼 초고층건축 기술력도 쏟아붓는다는 방침을 세웠다. 포스코이앤씨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에 이어 부산 해운데 엘시티 더샵(411m), 여의도 파크원(318m) 등 9개 초고층 빌딩을 지어 국내에서 가장 많은 초고층 빌딩 시공 경험을 쌓고 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수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격돌, 공사비 720억 차이 결과는

▲ 사진은 포스코이앤씨의 서울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사업 조감도. <포스코이앤씨>


한 사장은 도시정비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압구정4구역, 용산정비창 전면 1구역, 한남4구역, 성수 재개발사업 등 서울 주요 사업장에 오티에르를 내세워 수주전에 나선다는 방침을 세운 만큼 첫 전장에서 승리가 중요해 보인다. 

대형건설사들은 한남, 강남 주요 지역 등에서 자사 랜드마크를 세우기 위해 사업이익을 줄이더라도 반드시 수주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입찰을 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 한 사장도 전략적 판단으로 한양아파트 수주를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 사장은 포스코이앤씨의 적극적 공세에 차별화한 설계와 환급금 보장을 통해 대응한다는 방침을 세우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단지 이름으로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를 제안했다. 여의도 1호 재건축 단지라는 상징성을 부여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한양아파트 소유주가 동일평형 입주 때는 무조건 환급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 수주 현대건설 포스코이앤씨 격돌, 공사비 720억 차이 결과는

▲ 사진은 현대건설이 제시한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 조감도. <현대건설>


특히 현대건설은 여의도 한양아파트 주민들에게 ‘하이퍼엔드’ 주거공간을 강조하고 있다. 

하이퍼엔드 주거상품은 특별한 주거공간이란 가치를 통해 자신의 입지와 위상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자산가들이 선택하는 집을 뜻하는 것으로 트로피 하우스라고도 불린다. 하이엔드 브랜드를 뛰어넘는 주택 브랜드로 평가받는다. 

이를 위해 입주자만 이용할 수 있는 스카이 커뮤니티를 설치해 여의도 하늘에서 한강 조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옥상에 버티포트(도심항공교통 이착륙지)를 설치하며 최고급 마감재를 적용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오피스텔에는 복층형 설계와 개인형(Private) 테라스도 도입한다. 입주민들에게 나만의 정원을 소유한 기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최상의 디자인과 설계를 적용해 랜드마크를 짓겠다”며 “한양아파트 소유주에게 최고의 이익을 선사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재건축사업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조합원 분담금을 경감시키고 다수의 초고층 시공실적과 해외 설계사를 통한 명품설계로 안전과 프리미엄 주거공간을 모두 제공하겠다”며 “회사의 모든 역량과 진심을 담은 제안으로 조합원들을 곧 찾아뵙겠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