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사우디아라비아가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짓는다. 높이가 1㎞ 이상인 제다타워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하는 것이다. 

제다타워가 완공된다면 현재 세계 1위 높이 기록을 보유한 두바이 부르즈할리파(828m)보다 172m 이상 높아진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입찰 참여가 가능해 세계 최고층 빌딩을 한국 건설사가 다시 지을 지 주목된다. 
 
사우디 세계 최초 1㎞ 초고층빌딩 재추진, 삼성물산·현대건설 기회 노려

▲ 사우디아라비아가 높이 1㎞ 이상의 제다타워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한다. 사진은 공사가 중단된 제다타워. <위키피디아>


20일 해외건설업계와 중동건설전문매체(MEED) 등에 따르면 제다타워 발주처 JEC(Jeddah Economic Company)는 최근 입찰에 참여할 후보업체에 초정장을 발부했다. 

제다타워는 지상 168층, 높이 1008m로 건설된다. 준공되면 세계 최초로 1㎞가 넘는 초고층 건물이 탄생하는 것이다. 추정 공사비용만 12억3천만 달러(1조6천억 원)이다.

통상적으로 ‘높이 200m 이상이거나 50층 이상의 건물’을 초고층 빌딩으로 정의한다. 제다타워는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초고층 건물 기준보다 5배가 높은 셈이다.

JEC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스칸스카(스웨덴), 스트라백(오스트리아), 파워차이나(중국),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 중국) 등 해외건설업체와 함께 사우디 프레이시넷, 비와니, 알마바니 등 사우디아라비아 현지업체에게 초청장을 보냈다. 

한국 대표 건설사인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세계 최초로 1㎞가 넘는 초고층 건물 수주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떠오른다. 특히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인 부르즈할리파를 지은 삼성물산이 기록경신에 도전할지도 관심이 쏠린다. 

부르즈할리파 건축설계 총괄을 맡은 아드리안 스미스(미국)가 제다타워의 건축설계 총괄을 맡은 만큼 기대가 없지 않다.

제다타워는 사우디아라비아가 1950년대부터 구상했던 초고층 빌딩이다. 다만 지반조사결과 1600m가 넘는 빌딩의 하중을 지반이 견디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돼 높이를 수정한 뒤 2013년 착공됐다. 

사우디아라비아 빈라딘그룹이 시공을 맡아 70층까지 완성했다가 2017년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반대세력을 제거하는 대숙청 사건과 불투명한 사업여건 등에 따라 2018년 1월 공사가 중지됐다. 이후 감리사 직원들이 대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귀국하며 공사가 진척되지 못했다. 

이번 공사 재개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사우디비전2030’ 정책을 추진하며 석유 중심의 경제구조를 관광·서비스산업 등으로 다변화하기 위해 재추진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발주처 이름처럼 제다 이코노믹 시티라는 신도시를 제다타워 주변에 조성하고 관광객을 유치하는 등 두바이 부르즈할리파와 같은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려는 것으로 읽힌다.

아랍에미리트(UAE)는 두바이 인터내셔널 파이낸스 센터 등 경제자유구역을 만들고 세계 최고 높이 부르즈할리파를 건설했다. 부르즈할리파는 두바이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하루 평균 7천여 명의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리는 명소가 됐다.

영국 매체 타임아웃이 발표한 ‘2023년 세계전망 명소 순위’에서 부르즈할리파는 7위에 오르기도 했다. 1위는 프랑스 에펠탑, 2위 미국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3위 프랑스 사크레쾨르 대성당 등으로 꼽혔다. 

이번 입찰에 초청받은 건설사들은 컨소시엄 구성부터 신중하게 준비할 것으로 보인다. 준비기간 3개월이 주어졌고 각 컨소시엄은 최소 하나의 현지 회사와 팀을 이뤄야 한다. 

현대건설은 삼성물산과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인프라 공사를 함께 수주했고 이번에 초청받은 중국건축공정총공사(CSCEC)와도 지난 2월 업무협약을 맺어 컨소시엄 전략에 관심이 모인다.

현대건설은 중국건축공정총공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초고층 건물 및 부동산 투자개발사업 등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기로 했다. 

중국건축공정총공사는 초고층 건축의 강자로 평가받는다. 중국 선전 평안 국제금융센터(660m), 중국 상하이 글로벌 파이낸셜센터(492m) 등과 해외에서 100층 이상 초고층 건물 7곳을 지은 실적을 지니고 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초고층 건물을 지을 수 있는 기술력을 보유한 강자로 평가받는다.
 
사우디 세계 최초 1㎞ 초고층빌딩 재추진, 삼성물산·현대건설 기회 노려

▲ 사진은 삼성물산이 시공에 참여한 현재 세계 1위 초고층빌딩 두바이 부르즈할리파. <부르즈할리파 SNS 캡쳐>


삼성물산은 부르즈할리파 이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인 대만 ‘타이페이금융센터’(508m)도 지은 경험이 있다. 

부르즈할리파에는 삼성물산에서 개발한 150MPa(메가파스칼) 강도의 초고강도 콘크리트가 적용됐고 2007년 시공 당시 600m가 넘는 높이까지 한 번에 콘크리트를 운반하는 기술도 선보였다. 

메가파스칼은 콘크리트 강도의 단위로 1메가파스칼은 ㎠당 1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것을 뜻한다.

현대건설은 상대적으로 초고층 시공 실적은 많지 않으나 충분히 초고층빌딩을 지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에서는 서울 목동의 주상복합아파트인 하이페리온타워(256m), 부산국제금융센터(289m) 등의 실적이 있고 해외에서는 지난 2020년 1월 1조2천억 원 규모의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PLOT 3·4타워(308m)를 단독으로 수주해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추진하는 GBC(글로벌비즈니스센터)도 현대건설이 맡고 있다. 105층·1개 동에서 70층·2개 동 혹은 50층·3개 동으로 변경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알려졌다. 원안대로 진행하면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555m)를 넘어 국내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 되며 변경해도 270~370m 수준의 초고층으로 지어진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