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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현 CJ그룹 회장 |
CJ그룹이 8년 동안 추진해온 인천 굴업도 골프장 건설계획을 포기했다.
이재현 회장은 개인 돈을 넣어 굴업도 땅을 사고 골프장을 포함한 관광단지 조성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골프장 건설에 난색을 표시한 인천시를 설득하지 못한 데다 CJ그룹의 실적도 여의치 않자 골프장을 제외한 관광단지사업으로 방향을 틀었다.
CJ그룹 계열사인 C&I레저산업은 24일 "굴업도 오션파크 관광단지 조성과정에서 골프장 건설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발생해 사업이 장기간 지연돼 왔다"며 "기업이 사회적 가치를 우선한다는 차원에서 골프장 건설계획을 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CJ그룹은 지난 8년 동안 줄기차게 시도해온 골프장 건설을 공식적으로 포기했다. 그러나 골프장을 제외한 관광단지 조성사업은 계속 추진하기로 했다.
C&I레저산업은 “지역주민들은 굴업도 관광단지 개발에 적극 찬성하고 있어 개발사업을 조속히 진행하기로 했다”며 “사회 각계각층 의견을 반영해 환경친화적 시설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CJ는 왜 골프장을 포기했나?
굴업도 관광단지 조성은 이재현 회장의 사업이나 마찬가지다. 굴업도 땅을 소유한 C&I레저산업 이 회장과 이 회장의 자식들이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굴업도 땅은 사실상 이 회장이 개인재산 190억 원을 투입해 구입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이 회장에 대한 검찰수사 당시에도 이 회장이 비자금으로 굴업도 땅을 매입한 것이 아닌지 조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CJ그룹은 이 회장 공백이 길어지는 데다 골프장 건설에 발목이 잡혀 관광단지사업 추진을 지연하기보다 골프장을 제외한 관광단지사업에 집중하는 것이 손해를 줄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골프장을 포기하더라도 워터파크나 요트장 등 할 수 있는 사업은 많다는 것이다.
또 골프장 건설이 인천시의 난색으로 지금 당장 이뤄지지 않더라도 앞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변화가 생겨날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의 경영상황이 좋지 않은 점도 고려된 것으로 관측된다. CJ그룹은 지난해 28조5천억 원의 매출을 올려 목표인 30조 원 달성에 실패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1조1천억 원으로 목표치 1조6천억 원의 70% 수준에 그쳤다.
특히 주력계열사인 CJ제일제당의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44% 감소했다. CJ푸드빌도 적자전환했다. CJ프레시웨이와 CJCGV, CJ대한통운 역시 전년대비 영업이익이 각각 68%, 6.7%, 55% 줄어드는 등 고전하고 있다.
그런 만큼 우선적으로 골프장을 제외한 관광단지사업에 착수해 전체적으로 개발자금 부담을 줄이는 한편 앞으로 상황에 따라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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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있는 굴업도 |
◆ CJ그룹이 벌여온 굴업도 8년 전쟁
굴업도는 인천에서 90km 떨어져있는 작은 섬이다.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이 고스란히 잘 보존돼 있어 한국의 ‘갈라파고스’로 불릴 정도로 보존 가치가 큰 섬으로 유명하다.
CJ그룹은 2006년 인천광역시 옹진군에 속한 굴업도의 땅을 매입했다. 굴업도 전체 면적의 97%를 매입해 실질적으로 섬 전체를 사들인 셈이다. CJ그룹은 굴업도에 워터파크, 요트장, 승마장, 골프장 등을 갖춘 종합휴양관광지를 조성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CJ그룹이 관광지 조성계획을 발표하자 옹진군은 즉각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세금수입이 예상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단체들은 “굴업도는 천혜의 경관을 갖춘 섬”이라며 “골프장에 뿌려지는 연간 7백 톤의 농약이 인근 해역을 오염시킬 것"이라고 반발했다.
CJ그룹은 2009년 골프장을 비롯해 호텔과 생태학습장 등이 포함된 관광단지 지정신청서를 인천시에 제출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허가를 보류했다. 천연기념물 등 생태계 파괴 가능성과 환경훼손 우려에 대한 대책이 충분하지 못하고, CJ그룹의 자금조달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으며, 굴업도가 CJ그룹 일가족에 의해 사실상 '사유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평소 굴업도 개발에 반대했던 송영길 인천시장이 당선되자 사업은 더욱 불투명해졌다.
그러자 CJ그룹은 2010년 관광단지 지정신청서를 자진취소하며 굴업도 개발 자체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런데 웅진군 주민들이 나서 인천시에 CJ그룹의 관광단지사업을 허가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CJ그룹은 다시 2년 만에 관광단지 지정신청서를 제출했다. 송영길 시장은 골프장을 제외한 개발은 허용의사가 있다며 CJ그룹에 수정안을 요구했다.
CJ그룹은 수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고 골프장 건설을 계속 추진하다가 이번에 결국 골프장을 제외하고 관광단지사업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