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주가가 급등하면서 코스피 지수의 삼성전자 의존도가 심화돼 전반적인 상승세를 오히려 제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삼성전자 주가가 실적호조를 기반으로 오른 만큼 다른 업종의 대표주들의 상승세를 뒷받침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 “삼성전자 주가 상승폭 줄어들면 대체할 종목이 없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22일 “삼성전자 주가에 대한 코스피 지수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코스피지수의 상승구도와 동력은 오히려 약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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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
삼성전자가 ‘갤럭시 노트7’ 의 호평에 힘입어 향후 좋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지수를 투자기준으로 보는 ‘패시브자금’ 방식을 따르는 국내외 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외국인투자자는 8월 들어 전체 투자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을 점차 축소하고 있다. 외국인투자자는 19일 기준 삼성전자 주식의 51.06%(7234만 주)를 보유했는데 1일 51.25%(7260만 주)보다 줄었다.
이 연구원은 “종목을 투자기준으로 보는 ‘액티브자금’ 방식을 따르는 외국인투자자의 매도량이 패시브자금 투자자의 매수량을 추월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외국인투자자가 삼성전자 주식을 지금보다 더 많이 사들이려면 새로운 상승동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새로운 상승동력 없이 더욱 높아질 경우 액티브자금 투자자들이 차익실현을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대거 매각할 것으로 이 연구원은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세에 의존해 왔던 코스피 지수도 더 이상 오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가 치솟으면서 코스피 지수도 상당히 올랐지만 전체 거래대금은 지금도 5조 원을 밑돌고 있다”며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탄력이 둔화될 경우 이를 대체할 업종이나 종목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주가가 역대 최고가를 경신한 18일과 19일에도 코스피 지수 등락비율(ADR)은 70%를 밑돌았다. 등락비율은 일정 기간에 주가가 상승한 종목 수를 하락한 종목 수로 매일 나눠 백분위한 수치다. 등락비율 70%는 하락종목이 상승종목보다 30% 더 많다는 뜻이다.
◆ “다른 업종 대표주도 실적 견조”
삼성전자뿐 아니라 다른 코스피 상장기업들도 실적호조를 보이고 있어 코스피 지수의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의 강세를 감안하면 코스피 상장기업의 주가를 좌우하는 가장 큰 요인은 결국 실적”이라며 “2분기에 좋은 실적을 낸 업종 대표주들의 주가도 시장 평균과 비교해 상당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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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 지수가 22일 직전거래일보다 14.08포인트(0.68%) 떨어진 2042.16으로 장을 마감한 가운데 서울 중구 KEB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뉴시스> |
현대중공업은 2분기에 실적호조를 보였는데 주가는 6월 말과 비교해 30% 이상 올랐다. 현대건설·KB금융지주·포스코 주가도 같은 기간에 10% 이상 올랐다.
박석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주가가 상승하면서 코스피 지수도 함께 오르고 있는데 여기에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삼성전자 주가를 끌어올린 원동력인 실적호조는 특정 기업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 상장기업들은 2분기에 영업이익 41조2천억 원을 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도 40조9천억 원으로 상향조정이 계속 이뤄지고 있다.
박 연구원은 설령 삼성전자 주가가 일시적으로 제자리를 걷거나 떨어지더라도 코스피 지수가 다른 업종의 대표주들을 기반으로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코스피 지수는 22일 직전거래일보다 14.08포인트(0.68%) 떨어진 2042.16으로 장을 마감했다. 앨런 그린스펀(80)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 등 연준 관계자들이 매파적인 발언을 잇달아 내놓은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에서 외국인투자자는 146억 원, 기관투자자는 1809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는 861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직전거래일보다 1만 원(0.60포인트) 떨어진 166만5천 원으로 거래를 끝냈다.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에 169만2천 원까지 올라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오후 들어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지면서 하락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직전거래일보다 8.05포인트(1.16%) 하락한 698.15로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도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확대에 영향을 받아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닥에서 외국인투자자는 313억 원, 기관투자자는 582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는 1025억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