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프트뱅크가 ARM 상장을 추진하며 주가 목표치를 낮춰 내놓았지만 이는 아직 고평가된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ARM의 인공지능 반도체 관련 기술 홍보용 이미지. < ARM > |
[비즈니스포스트] 일본 소프트뱅크가 반도체 설계 자회사 ARM을 미국증시에 상장하며 목표 기업가치를 낮춰 내놓았지만 여전히 고평가된 수준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략적 투자자들의 지분 매수가 주가에 변수로 자리잡고 있지만 이는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진다.
5일 투자전문지 배런스에 따르면 ARM의 상장 계획이 아직 지나친 낙관론을 바탕에 두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소프트뱅크는 당초 ARM 기업가치를 640억 달러(약 84조 원)으로 책정하고 있었는데 최근 눈높이를 500억~550억 달러 수준까지 낮춰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ARM의 매출과 순이익 규모를 고려할 때 목표한 수준의 가치를 시장에서 인정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그러나 배런스 분석에 따르면 새 기업가치 목표를 반영할 때 ARM의 주가수익비율(P/E)은 95~105배 수준에 해당한다.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독보적 기업으로 자리잡은 엔비디아의 주가수익비율이 117배를 기록하고 있는데 ARM이 이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의 가치를 인정받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는 셈이다.
ARM의 이러한 상장 목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쪽은 ARM의 실적이 여전히 모바일 반도체에 편중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모바일 반도체 최상위 기업인 퀄컴의 주가수익비율은 현재 약 15배에 불과하다. ARM의 목표가 상당히 무리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 이유다.
반면 소프트뱅크는 ARM이 신사업인 인공지능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기대해 시장에서 엔비디아와 유사한 기업으로 인식될 것이라 믿고 있다.
이러한 관점 차이 때문에 ARM의 기업가치 목표를 향한 평가는 여전히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가 앞으로 최소 수 년동안 급성장할 분야라는 데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ARM이 신사업으로 육성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가 여전히 초기 단계 사업에 불과한 만큼 시장 성장에 온전히 수혜를 거둘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반면 스마트폰 시장 성장 둔화, 미국의 중국 반도체 산업 규제 등 ARM의 실적에 당장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요소가 자리잡고 있다.
▲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위치한 ARM 사옥. < ARM > |
ARM은 애플과 퀄컴, 삼성전자, 미디어텍 등 전 세계 스마트폰용 프로세서 설계업체들이 활용하는 핵심 기술을 제공하고 라이선스 비용을 거두는 사업 모델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가 목표로 한 ARM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려면 투자자들이 현재 상황보다 미래 성장성에 더 주목하도록 적극 설득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배런스는 ARM 협력사들이 상장 과정에서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하는 일이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수 있는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로이터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 인텔, 엔비디아와 AMD, 구글 지주사 알파벳 등 ARM의 주요 협력사는 상장 전후로 일부 지분을 매수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ARM이 이러한 대형 반도체기업을 전략적 투자자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유리하게 산정받는 데 도움을 받을 공산이 크다.
삼성전자와 같은 기업은 ARM에 지분 투자를 통해 협력 관계를 강화하고 향후 주가 상승에 따라 평가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노릴 수 있다.
다만 이러한 기업들의 전략적 투자가 ARM의 근본적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아니기 때문에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결국 ARM이 인공지능 반도체 분야에서 엔비디아에 필적할 성장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시장에 분명하게 증명하는 일이 성공적인 상장을 위해 남은 과제로 자리잡고 있다.
배런스는 조사기관 서드브릿지 보고서를 인용해 “전문가들은 ARM의 중장기 매출 증가율과 수익성에 회의적 시각을 보이고 있다”며 “5년 뒤부터 매출이 꾸준한 감소세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