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이 북미에서 차기작 성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미시장 공략을 위해 김 사장의 게임철학인 ‘리니지’ 요소를 뺄 수 있다는 태도까지 보이며 새 게임 성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 라이크' 덜어낸다, 김택진 쓰론앤리버티 북미공략 승부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 사장.


30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 차기작인 쓰론앤리버티는 9월 중 북미지역 테스트를 진행한 이후 연내 출시될 것으로 예상됐다.

쓰론앤리버티는 엔씨소프트가 개발하고 있는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이다. 엔씨소프트는 쓰론앤리버티를 통해 한국과 아시아 게임시장을 넘어 북미와 서구권시장까지 공략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5월 국내에서 이미 한 차례 테스트를 진행했지만 이번에는 서구권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만큼 이번 북미 테스트에서 나오는 반응이 남은 개발일정에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테스트 이후 이용자 피드백을 거쳐 확정되는 최종 출시버전은 과거 엔씨소프트의 개발방향이었던 ‘리니지라이크’와는 다른 방향의 게임이 될 가능성이 높다.

리니지라이크란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에 PVP(이용자간대결) 요소를 가미한 엔씨소프트의 게임철학을 말한다. 이 명칭은 엔씨소프트의 대표게임 '리니지'에서 유래됐다. 리니지라이크 개발사들은 게임 속에 캐릭터 살해, 아이템 강탈, 사냥터 이용통제와 같은 이용자 사이 분쟁요소를 넣어 재미를 연출한다. 리니지라이크 게임은 주로 한국과 대만, 동남아시아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테스트를 주관하는 현지 배급사 아마존게임즈는 25일 독일 게임전문지 MeinMMO와 인터뷰에서 '이번 북미 테스트에서 그동안 서구권 이용자들의 저항을 받아온 자동전투와 현금강화(P2W) 요소를 삭제하고 리니지라이크의 핵심인 이용자간분쟁(PVP)도 제한하겠다'고 강조한다.

김 사장이 그동안 보여 온 게임철학인 ‘리니지’를 덜어낸다는 점이 이례적이다.

김 사장은 2021년 리니지 후속작 리니지W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리니지는 하나의 게임이 아닌 대한민국 MMORPG 역사를 상징하는 대명사다. 전투, 혈맹, 희생, 명예라는 가치가 그 본질이다”라며 “리니지W를 각각 문화가 다른 글로벌 이용자들이 함께 만날 수 있는 놀이터로 만드는 것이 비전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리니지 철학을 덜어낸 이유는 그만큼 북미 시장에서의 성공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쓰론앤리버티가 겨냥하고 있는 북미에서는 3대 MMORPG로 불리는 파이널판타지14, 월드오브워크래프트, 로스트아크가 인기다. 이들 게임들은 모두 PVP보다는 고난이도 보스몬스터를 다른 이용자들과 합심해 물리치는 것이 핵심콘텐츠다. 쓰론앤리버티가 레이드 중심의 게임이 된다면 차세대 MMORPG를 바라고 있는 북미 이용자 수요를 공략하기도 수월해질 수 있다.
 
엔씨소프트 '리니지 라이크' 덜어낸다, 김택진 쓰론앤리버티 북미공략 승부수

▲ 쓰론앤리버티의 북미 배급사 아마존게임즈가 2023년 9월17일부터 북미지역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비공개테스트를 진행한다. <아마존게임즈 홈페이지 갈무리>


북미 시장에서 성공한다면 우선 엔씨소프트에 따라붙은 '국내용' 꼬리표를 뗄 수 있다.

엔씨소프트의 대표작 리니지와 그 후속작들은 시리즈는 한국 밖에서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해왔다. 대만과 동남아 시장을 확보했지만 그리 큰 시장이 아니라는 한계점을 가진다. 북미 시장에서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리니지 PC 버전이 2001년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10년 만에 철수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리니지 시리즈로 모바일게임 매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음에도 국내용 게임사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리니지를 이을 새로운 IP(지적재산권)를 확보한다는 의미도 있다.

엔씨소프트는 2017년 이후 리니지 IP를 이용한 후속작들 이외에는 이렇다 할 흥행작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의 매출이 리니지 IP에서 나오는 구조를 깨기 위해 2022년 트릭스터M, 블레이드앤소울2 등을 내놨지만 모두 부진했다. 기존 리니지 팬들과는 다른 이용자층을 보유한 IP를 확보할 수 있다면 그 의미가 클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국내 경쟁사들이 너도나도 리니지와 비슷한 리니지라이크 게임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기존의 입지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는 엔씨소프트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엔씨소프트는 2023년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9190억 원, 영업이익 1169억 원을 냈다. 2022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35.3%, 영업이익은 68.2% 감소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서구권 이용자를 포함한 모든 피드백을 반영해 개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그러나 아직 개발이 진행중이며 최종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게임이 나와야 알 수 있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니지와 유사하지 않은 점들은 실제 게임이 나오면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