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펄어비스가 붉은사막 게임 출시로 자체엔진 전략 관련 시험대에 올라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붉은사막은 펄어비스가 개발하고 있는 액션어드벤처 게임이다. 업계는 이 게임이 2024년 상반기 출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펄어비스가 약 10년만에 내놓는 신규 IP인데다 펄어비스가 자체제작한 차세대 게임엔진 블랙스페이스엔진이 적용돼 전작 검은사막보다 한층 진일보한 그래픽과 재미를 선보일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펄어비스는 23일 새벽 열린 게임스컴 2023에서도 붉은사막의 시연영상을 공개했는데 이를 놓고 국내와 해외 이용자들의 반응이 엇갈렸다.
먼저 게임스컴2023 행사가 열린 독일 현지관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유튜브 등으로 시청한 해외 시청자들의 댓글을 봐도 긍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열광하는 쪽에서는 붉은사막의 그래픽과 영상미에 주목하고 있다. 기존 상용 게임엔진의 퀄리티를 넘어서는 압도적인 그래픽 퀄리티와 안정적인 최적화까지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국내 이용자들사이에서는 불안하다는 시선도 적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유튜브 및 게임커뮤니티 댓글, 직장인 커뮤니티의 게임업계 종사자 댓글을 살펴보면 이 게임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질지는 두고 봐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국내에서 붉은사막과 관련해 불안하다는 시선이 나오는 것은 전작 검은사막의 사례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2014년 출시된 검은사막은 화려한 그래픽과 미려한 아트스타일, 호쾌한 액션으로 찬사를 받은 게임이다.
하지만 검은사막 개발에 사용된 자체엔진 검은사막엔진의 완성도가 떨어져 많은 불안정성을 야기했고 자체엔진 전략의 장점인 효율적인 사후관리와 빠른 콘텐츠 추가도 원활하게 되지 않았다.
결국 자체엔진의 신뢰성 문제가 핵심인 셈이다.
▲ 펄어비스는 23일 새벽 독일 쾰른에서 개최된 국제 게임쇼 게임스컴2023의 오프닝나이트라이브에서 신작 붉은사막의 실제 플레이 영상을 공개해 해외 게임이용자들의 찬사를 받았다.
펄어비스는 붉은사막 개발을 앞두고 약 2년여에 걸쳐 블랙스페이스엔진을 개발했다.
펄어비스는 2021년 블랙스페이스엔진 개발소식을 알리면서 기존 검은사막엔진의 장점이었던 사실적 물리 및 광원효과를 강화하고 약점으로 꼽혔던 불안정성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올해 들어 펄어비스는 2년의 개발기간 그래픽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이는 이번 게임스컴2023년 발표에도 이어졌으나 자체엔진을 신뢰할 수 있을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다.
일반적으로 국내 게임사들이 언리얼과 같은 상용 게임엔진을 사용하는 것과 비교해 펄어비스는 자체엔진을 먼저 제작하고 이를 이용해 게임을 만드는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
게임엔진이란 게임개발에 필요한 기능들을 사전에 자동화해놓은 프로그램이다. 이를 이용하면 그래픽, 물리효과, 음향, 사용자인터페이스 등 게임의 구성요소를 빠르게 구현할 수 있다. 한번 게임엔진을 만들어 두면 고품질의 콘텐츠를 제작하는데 두고두고 써먹을 수 있기도 하다.
실제 해외 유수의 게임사들도 게임엔진을 자체적으로 개발해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폴란드의 CDPR, 프랑스의 유비소프트, 미국의 락스타게임즈와 베데스다 등이 그렇다.
허 대표가 따라잡으려고 하는 경쟁자도 바로 이들이다.
올해 2월 컨퍼런스콜에서 허 대표는 "경쟁이 치열한 전통 콘솔시장에 도전하는 만큼 오랜 기간 연구와 업그레이드 반복하며 낼 수 있는 최고의 퀄리티와 유니크한 표현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며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리고 있으나 첫 도전인 메이저 콘솔시장에서 유수의 대작들과 견줄만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블랙스페이스엔진의 완성도가 펄어비스의 향후 실적을 가늠할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펄어비스가 붉은사막 이후 내놓기로 한 AAA급게임 포트폴리오를 차질없이 현실화하려면 이 새로운 자체엔진의 역할이 중요하다.
펄어비스는 2024년 붉은사막을 출시한 이후 차기작인 도깨비와 PLAN8 등을 순차 출시한다는 계획을 세워뒀는데 블랙스페이스엔진에 힘입어 차기작 개발에 속도가 붙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대표는 8월 간담회에서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통해 붉은사막에 사용되는 리소스와 에셋을 공유 받으며 많은 발전을 이뤄가고 있다"며 "블랙스페이스 엔진을 통해 개발 효율성이 높아지고 있기에 붉은사막 이후, 도깨비 개발 완료 시점까지는 상대적으로 빨리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허 대표는 2022년 3월 취임했다. 게임 서비스와 운영을 총괄하며 실무형 리더로 평가 받아온 인물이다.
그러나 2023년 현재 펄어비스는 검은사막을 이을 차기작이 나오지 않는 원게임 리스크에 시달리고 있으며 당연히 지금까지 허대표의 이름을 걸고 낸 작품도 없었다.
펄어비스의 실적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2023년 영업손실을 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증권가는 펄어비스가 올해 매출 3698억 원, 영업손실 14억 원을 내며 연간 적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조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