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가 올해 55만 대에 이르는 H100 인공지능 반도체를 공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H100' 제품 이미지 일부. <엔비디아>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에서 독점적으로 생산하는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가 매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가 인공지능 반도체를 통해 시장 지배력을 더욱 키워 나가면서 파운드리 시장에서 TSMC의 영향력도 그만큼 커져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17일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TSMC는 올해 엔비디아 인공지능(AI) 반도체 주력상품 ‘H100’ 물량을 약 55만 대 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공급할 것으로 추정된다.
H100은 TSMC의 4나노 파운드리 미세공정을 활용해 생산되는 고사양 반도체다. 7나노 공정이 적용되는 ‘A100’과 함께 세계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다.
엔비디아는 H100이 생성형 인공지능 기술을 위해 개발된 세계 최초의 반도체라는 점을 앞세우고 있다.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의 학습과 서비스 상용화를 위해서는 H100이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로 꼽히고 있어 전 세계 IT기업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
H100은 한 대에 4만 달러(약 5364만 원) 안팎에 판매되는 고가 반도체다. 그럼에도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미국 정부 규제로 이러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정식으로 수입하기 어려워진 중국에서는 인공지능 반도체가 1대당 7만 달러(약 9388만 원) 안팎에 거래되기도 한다.
IT전문지 WCCF테크는 이를 고려할 때 H100이 올해 엔비디아 연간 매출에 기여하는 규모는 250억 달러(약 33조5350억 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TSMC가 고성능 미세공정 파운드리 수주 증가에 힘입어 하반기에도 매출 증가세를 이어갈 확실한 동력을 갖추게 된 셈이다.
다만 WCCF테크는 TSMC가 엔비디아의 위탁생산 수요 물량을 모두 감당할 수 있어야만 연간 55만 대에 이르는 H100 공급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엔비디아는 급성장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절대강자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AMD와 인텔 등 경쟁사의 도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당분간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잃게 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분석이 미국 증권가에서 지배적으로 나오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내고 “엔비디아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이 수요 강세를 따라잡지 못 하는 상황은 앞으로 몇 개 분기 동안 이어질 것”이라며 인공지능 중심의 대규모 투자 유행에 수혜가 집중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웰스파고와 UBS 등 증권사도 비슷한 이유를 들어 엔비디아 목표주가를 높여 내놓았다.
엔비디아 주가가 연초 대비 200% 이상 상승한 상황에도 인공지능 반도체 매출 증가 전망을 고려하면 기업가치 상승 여력이 아직 충분하다는 의미다.
투자전문지 더스트리트에 따르면 증권사들이 내놓은 엔비디아 회계연도 2분기 주당순이익(EPS) 평균 전망치는 2.07달러다. 지난 회계연도 2분기와 비교해 306% 급증하는 수치다.
▲ TSMC의 반도체 패키징기술 안내 이미지. < TSMC > |
23일 발표가 예정된 엔비디아의 2분기 실적이 증권사들의 이러한 기대치를 충분히 충족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으며 최근 주가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급성장하며 ‘엔비디아 천하’가 이어질수록 자연히 위탁생산을 독점하고 있는 TSMC의 수주 성과도 더욱 돋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조사기관 인포메이션네트워크의 로버트 카스텔라노 CEO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TSMC가 상대적으로 크게 저평가되어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대만 증시에 상장된 TSMC의 연초 대비 주가 상승폭은 현재 19% 안팎에 그쳐 엔비디아를 크게 밑돌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증권전문지 시킹알파를 통해 “TSMC는 엔비디아뿐 아니라 AMD를 비롯한 530여 개 고객사의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기업”이라며 “두 기업 모두 매수를 추천한다”고 전했다.
TSMC가 이처럼 저평가되는 이유는 엔비디아에 파운드리 공급 단가를 너무 낮게 매기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이어졌다.
H100 1대의 반도체와 패키징을 공급할 때 TSMC가 책정하는 단가는 약 1천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엔비디아는 이를 4만 달러에 판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카스텔라노 CEO는 TSMC가 인공지능 반도체 수요 급증에 따른 수혜를 엔비디아와 나누기 위해 파운드리 공급 가격을 더 높여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시했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이 성장할수록 파운드리 분야에서 TSMC의 영향력도 더욱 커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GPU 기반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에서 엔비디아의 점유율을 80~95% 사이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 성장의 수혜를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셈이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