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54억 달러 규모 M&A 무산, 미국 반도체 규제에 중국 '무역보복' 성격

▲ 미국 인텔이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 해 타워세미컨덕터 인수를 철회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스라엘에 위치한 타워세미컨덕터 반도체 생산공장. <타워세미컨덕터>

[비즈니스포스트] 인텔이 54억 달러(약 7조2천억 원)를 들여 이스라엘 반도체기업 타워세미컨덕터를 인수하려던 계획이 사실상 무산됐다. 중국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 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중국을 겨냥한 반도체 무역 규제를 강화하자 중국이 인텔의 인수 승인을 미루며 사실상 무역보복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16일 블룸버그에 따르면 인텔은 타워세미컨덕터 인수합병(M&A) 계획을 철회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미국 현지시각으로 15일까지 전 세계 주요 독점규제당국 승인을 받아야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는데 중국에서 아직 심사 결과를 받지 못 한 데 따른 것이다.

타워세미컨덕터는 이스라엘을 기반으로 하는 반도체 파운드리기업이다. 상위 경쟁사와 비교하면 규모는 크지 않지만 브로드컴 등 대형 고객사를 두고 있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타워세미컨덕터 인수를 추진해 왔다. 사업 초반에 어느 정도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단기간에 고객사 기반을 갖춰내는 일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계획이 무산되면서 인텔이 파운드리 시장에서 초기에 고객사 수주 사례를 확보하는 데 예상보다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이 유력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인텔이 타워세미컨덕터를 인수한다면 TSMC와 경쟁에서 격차를 좁히는 데 기여했을 것”이라며 “전기차 등 급성장하는 시장에서 기회를 잡기 어려워졌다”고 보도했다.

타워세미컨덕터는 전기차의 전력 관리 반도체 분야에서 우수한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인텔의 타워세미컨덕터 인수 철회가 이미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증시에 상장된 타워세미컨덕터 주가가 올해 들어 약 22% 하락한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는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장비와 소프트웨어 수출규제 등 강도 높은 제재를 시행했다.

중국 정부가 자연히 이에 반발해 미국을 향한 보복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대표 반도체기업인 인텔의 타워세미컨덕터 인수 승인을 내리지 않은 것도 이러한 무역보복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이미 미국 메모리반도체 전문기업 마이크론이 중국에서 일부 반도체 고객사에 제품을 판매할 수 없도록 하는 사실상의 무역보복 조치를 도입한 상태다.

블룸버그는 “미국과 중국 사이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어 인텔이 인수 승인을 받기는 더욱 어려워졌던 상황”이라며 “특히 두 국가 사이 갈등은 반도체를 중심에 두고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