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CJENM이 지분 매각 등 비핵심 자산 매각에 나서면서 재무 상황 악화를 우려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CJENM은 2분기에도 적자 흐름을 이어갔는데 단기적으로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는 만큼 구창근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어떤 전략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CJENM 적자 흐름에 재무상황 우려 시선, 구창근 비핵심자산 더 내놓나

구창근 CJENM 엔터테인먼트부문 대표이사가 실적 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까.


11일 CJENM 2분기 실적자료에 따르면 CJENM은 잉여현금흐름(FCF) 개선 및 자산유동화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강화하겠다는 중기 전략을 내세웠다.

하지만 이런 전략이 통할지 우려하는 시선이 늘고 있다. CJENM의 재무 상황이 좋지 않아 보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CJENM은 올해 1분기 말 기준으로 현금및현금성자산 9619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수치상으로는 현금보유량이 상당해 보이지만 최근 CJENM을 행보를 보면 재무 상황에 대해 물음표가 붙는다.

CJENM은 10일 자회사 빌리프랩 지분 51.5%를 하이브에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처분 예정일자는 9월1일로 처분 규모는 약 1500억 원이다.

빌리프랩은 2018년 9월 하이브와 CJENM이 합작해 설립한 법인이다. 2020년 데뷔한 보이그룹 엔하이픈이 빌리프랩 소속이다.

CJENM이 1500억 원 규모의 주식을 매각하는 것을 놓고도 CJENM 재무 상황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있다.

다만 CJENM은 이런 우려에 대해 선을 그었다.

CJENM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빌리프랩 지분을 매각하기로 한 것은 재무 상황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이전부터 하이브와 빌리프랩 지분 매각에 대한 논의가 있었고 웨이크원 소속 가수인 ‘제로베이스원’과 ‘케플러’ 등에 집중하기 위해 매각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웨이크원은 CJENM이 지분 100%를 들고 있는 레이블이다.

웨이크원 소속 가수인 제로베이스원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CJENM으로서는 합작 법인 지분을 정리하고 자신들만의 IP(지식재산)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CJENM 적자 흐름에 재무상황 우려 시선, 구창근 비핵심자산 더 내놓나

▲ 웨이크원 소속 가수인 ‘제로베이스원’(사진)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CJENM으로서는 합작 법인 지분을 정리하고 자신들만의 IP(지식재산) 경쟁력 강화에 힘을 쏟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제로베이스원은 엠넷 ‘보이즈플래닛’을 통해 결성돼 2023년 7월10일 데뷔한 9인조 다국적 보이그룹이다.

CJENM에 따르면 제로베이스원은 데뷔 음반 초동 판매량(발매 후 일주일 동안 판매량)이 182만 장을 기록하며 역대 최고 데뷔 앨범 기록을 세웠고 8월 개최되는 콘서트 1만8천 석이 매진되는 성과를 냈다.

CJENM 관계자는 “이번에 마련되는 1500억 원은 차입금 상환 등에 쓰이지 않고 음악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입될 것이다”고 설명했다. 

구 대표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실적 개선을 꾀하고 있지만 CJENM 상황을 보면 쉽지 않아 보인다.

CJENM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조489억 원, 영업손실 304억 원을 낸 것으로 잠정집계했다. 2022년 2분기보다 매출은 12.0% 줄고 적자로 돌아섰다.

구 대표가 손 봐야 할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미디어플랫폼부문, 영화드라마부문, 음악부문, 커머스부문 등 모든 부문에서 영업이익이 줄거나 적자로 돌아섰다.

매번 합병설이 나오는 ‘아픈 손가락’ 티빙은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유료 가입자 수가 69.2% 증가했지만 2분기 영업손실 479억 원을 기록했다.

티빙이 이런 상황인데도 CJENM은 올해 6월 티빙으로부터 단기 차입금 600억 원을 조달받은 바 있다.

CJENM은 지난해 말 기준 순차입금이 2조1234억 원으로 2021년 말 기준 5813억 원과 비교해 265.3% 늘어났다. 부채비율도 지난해 말 기준 137.2%로 2021년 말 88.9%과 비교해 49.3%포인트 높아지는 등 재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구 대표는 1분기 실적발표에서 올해 비핵심자산 매각을 통한 CJENM 재무구조 개선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CJENM이 보유하고 있는 넷마블 지분 21.78%의 향방에 대해서 관심이 모이는 이유다. CJENM이 들고 있는 넷마블 지분의 가치는 10일 종가 기준으로 약 9061억 원에 이른다.

콘텐츠업계에서는 CJENM이 오랫동안 넷마블의 2대주주로 있는 동안 사업상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해 말에서야 넷마블이 CJENM의 자회사 스튜디오드래곤의 지식재산 ‘아스달연대기’를 게임으로 개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CJENM은 넷마블 지분 매각과 관련해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CJENM 관계자는 “넷마블 주식 매각과 관련해서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CJENM이 사업 전망을 어둡게 보고 비핵심자산 매각이 이어질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CJENM 2분기 실적발표 후 분석보고서를 낸 증권사 5곳 가운데 4곳이 CJENM 목표주가를 8~18% 내렸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영업적으로 광고 매출의 회복, 티빙 적자 축소, 미국 편성 재개 등이 나타나야 하는데 단기적으로는 쉽지 않아 보인다”며 “이보다는 지분, 부동산, 자회사 등 비핵심자산 매각이 더 큰 모멘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애널리스트 출신 전략 전문가인 구 대표는 CJ올리브영과 CJ푸드빌 대표이사 시절 해외사업을 정리한 덕분에 수익성 개선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CJ그룹의 대표적 구조조정 전문가이며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의중을 잘 아는 임원으로도 꼽힌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