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컴퓨터에서 만든 ‘CPU 신화’를 모바일에서도 재현할 수 있을까?
인텔이 태블릿PC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부문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인텔은 PC시장에서 CPU 절대강자로 군림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영체제와 연합해 PC시장을 석권했다. 하지만 모바일에서 늑장대응으로 힘겨운 싸움을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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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 |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스틱스(SA)는 1분기 태블릿PC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부문 시장에서 인텔이 1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이로써 인텔은 애플(30%)과 퀄컴(18%)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AP는 컴퓨터의 CPU처럼 사람으로 치면 두뇌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인텔이 태블릿PC AP부문 시장에서 순위권에 진입한 것은 태블릿PC시장에 지속적인 투자를 한 덕분이다.
스트래티지애널리스틱 관계자는 “1분기 태블릿PC AP 시장에서 인텔의 선전은 저가형 태블릿PC를 시작으로 태블릿PC 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여가려는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라며 “올해 초 목표로 세운 태블릿 PC AP 4천만 개 판매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저가 태블릿PC에서 영향력 회복
인텔은 모바일부문에 대한 지속적 투자로 과거 PC시장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스태시 스미스 인텔 CFO는 지난 16일 "모바일사업은 앞으로 그 중요도가 더욱 커질 분야"라며 "돈을 더 잃더라도 모바일분야에 대한 관심과 투자를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모바일에서 늑장대응한 데 대한 반성인 셈이다.
인텔이 모바일시장에서 영향력을 높이려면 경쟁사인 퀄컴을 추월해야만 한다.
퀄컴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에서 자체개발한 AP인 스냅드래곤 시리즈로 강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애플의 AP가 아이폰과 아이패드에만 탑재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인텔이 따라잡아야 할 상대가 바로 퀄컴인 것이다.
인텔은 우선 저가형 태블릿PC로 반전의 카드를 마련했다. 중소기업의 태블릿PC 생산이 늘어나는 점에 착안해 저가형 태블릿PC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공급을 확대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인텔이 중국의 중소기업에 손을 내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인텔은 지난 5월28일 중국 저가형 태블릿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중국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제조업체인 록칩과 제휴를 맺었다. 인텔은 록칩과 제휴를 통해 록칩이 제조한 AP에 인텔의 브랜드를 달고 중국시장을 공략할 기반을 구축했다.
문제는 스마트폰 부문이다. 인텔은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스태시 스미스 CFO도 "태블릿PC 부문에서 건강한 성장세를 스마트폰부문의 약세가 상쇄해버렸다"고 말할 정도다.
인텔이 지난 16일 발표한 지난 2분기 실적에서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매출 51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3%나 감소한 수치다. 지난 1분기와 비교해도 67%나 감소했다. 그 원인은 스마트폰부문의 약세다.
인텔이 모바일시장에서 옛 영광을 재현할지는 스마트폰에 쓰이는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 시장의 점유율 확보에 달려있다.
인텔은 지난 2월 스페인 바로셀로나에서 개최된 2014월드모바일콩그레스에서 스마트폰 전용 프로세서인 '인텔 아톰 프로세서 Z3480(메리필드, Merrifield)'를 소개했다. 윈도뿐 아니라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도 지원한다. 이전 제품과 비교해 전력효율과 성능도 향상됐다고 한다.
인텔은 또 LTE를 지원하는 '인텔 XMM 7160 LTE' 플랫폼도 내놓았다. 인텔은 그동안 LTE를 지원하지 못해 약점으로 꼽혀왔다. '인텔 XMM 7160 LTE'은 스마트폰, 태블릿PC, 울트라노트북 등 다양한 제품에서 LTE를 지원할 수 있다.
◆ 인텔 PC시장 영광 얼마나 오래 갈까
인텔은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부문에서 부진에도 불구하고 2분기 전체 실적에서 예상치를 넘어섰다. 전체 매출이 138억 달러로 집계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8%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38억 달러를 기록해 지난 1분기 보다 53% 증가했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CEO는 “2분기 실적은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라며 “인텔 데스크탑과 노트북 사업 라인의 매출이 늘어난 덕”이라고 말했다.
인텔이 PC부문에서 매출을 늘릴 수 있었던 것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XP 서비스를 종료한 덕분이다. 윈도XP의 서비스가 끝나면서 PC교체 수요가 일어난 것이다.
크르자니크 CEO도 “기업들이 쓰고 있는 PC중 적어도 4년 이상 지난 제품이 6억 대 정도”라며 “앞으로 PC 교체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텔은 PC시장이 살아날 조짐이 보이자 하반기 PC시장을 살리기 위한 계획을 밝혔다. 크르자니크 CEO는 “차세대 프로세서와 마케팅에 대한 투자를 늘려 PC시장을 살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PC시장의 회복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김태진 책임연구원은 “지역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PC시장에서 판매량을 견인할 만한 이슈나 새로운 플랫폼이 있는 상황은 아니라 더 이상 떨어지지 않을 뿐인 상황이 온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기업의 PC수요가 몇 분기 정도밖에 지속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개인 소비자 수요의 둔화세를 상쇄하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IDC는 올해 전 세계 PC 출하량이 약 6%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