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2023-08-04 14:2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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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이마롯쿠.’
이마트와 롯데쇼핑, 쿠팡이 국내 유통시장을 이끄는 3대 강자라는 의미를 가리키는 말이다. 쿠팡이 이마트와 롯데쇼핑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영향력을 키우자 3월경 탄생한 신조어다.
▲ 쿠팡은 1분기에 이마트를 매출에서 제쳤다. 2분기에도 같은 기조를 이어간다면 유통업계의 주도권이 쿠팡에게 넘어갔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 사진은 쿠팡 로켓배송 차량. <연합뉴스>
하지만 유통업계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면 이 말을 바꿔야 할 수도 있다.
쿠팡이 매출에서 이마트를 앞질렀던 1분기와 같은 흐름을 2분기에도 보여준다면 이마트보다 쿠팡을 먼저 언급하는 것이 유통업계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더 정확한 표현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대형 유통기업들이 조만간 2분기 실적을 연달아 발표한다.
현대백화점과 쿠팡(각각 8일)을 시작으로 신세계(9일), 롯데쇼핑(10일) 등의 실적발표가 예정돼 있다. 이마트는 현재 2분기 실적발표 예정일을 공시하지 않았지만 최근 수년간 사례를 참고해볼 때 다음 주 안에는 실적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
모든 기업의 실적이 모두 중요하지만 이 가운데서도 쿠팡과 이마트가 2분기에 각각 어떤 성과를 냈는지가 주된 관심사로 여겨진다. 두 회사의 성적표는 유통업계에서 누가 ‘대장’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쿠팡은 1분기에 매출 58억53만 달러(약 7조5800억 원)를 냈다. 이마트가 1분기에 낸 매출은 7조1400억 원가량이었는데 이를 4400억 원 정도 앞섰다.
쿠팡이 분기 매출에서 이마트를 앞선 것은 1분기가 처음이었다. 2022년 1분기만 하더라도 쿠팡의 매출은 이마트에 약 8400억 원 뒤졌었는데 이를 1년 만에 뒤집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았다.
“이마트가 쿠팡에 1위를 빼앗겼다” “쿠팡 천하가 시작됐다” “쿠팡이 유통업계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등의 평가가 뒤따라 나왔던 배경이다.
2분기에도 이런 기조가 이어진다면 쿠팡이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를 통틀어 업계 1위의 자리를 더욱 굳건히 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쇼핑의 흐름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지면서 쿠팡이 유통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해나가고 있다는 점을 수치로 증명하는 사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증권가의 전망을 종합한 컨센서스(시장 기대치)를 보면 쿠팡은 2분기에 매출 56억8천만 달러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약 7조4300억 원 수준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12.8% 늘어나는 것이다.
증권사에 따라 쿠팡의 2분기 매출을 많게는 58억1천만 달러(약 7조6천억 원)까지 보는 곳도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쿠팡 분석보고서에서 “쿠팡의 제품커머스 사업은 올해 19%가량 성장해 한국 시장의 평균 성장률을 웃돌 것”이라며 “쿠팡의 로켓그로스 매출은 90% 정도 늘어나는 등 고성장 흐름이 유지되고 있으며 쿠팡 활성고객과 유입량도 다른 회사와 비교해 압도적이다”고 평가했다.
로켓그로스는 오픈마켓 판매자가 쿠팡 물류센터에 상품을 입고하면 보관과 포장, 배송, 반품 등의 모든 물류과정을 쿠팡이 담당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 증권가 전망을 종합한 컨센서스(시장 기대치)를 보면 이마트는 2분기에도 1분기에 이어 쿠팡에 매출이 뒤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마트 매장 간판. <연합뉴스>
반면 이마트의 2분기 매출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상장기업 분석업체 에프엔가이드가 종합한 국내 증권사의 이마트 2분기 매출 예상치는 평균 7조3230억 원이다. 지난해 2분기보다 2.5% 늘어나는 것이다.
쿠팡의 2분기 실적 전망치와 비교하면 매출이 최소 1천억 원~최대 3천억 원 가까이 뒤지는 것이다.
단순히 매출만 뒤지는 것이 아니다.
쿠팡은 1분기까지 3개 분기 연속으로 흑자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 기세를 2분기에도 이어갔을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이마트는 2분기에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1690억 원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런 전망대로라면 쿠팡이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두 분기 연속으로 이마트를 매출에서 제치는 것은 물론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에서도 이마트를 앞서게 된다. 이는 쿠팡이 명실상부 유통업계의 강자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24일 이마트 분석리포트에서 “영업손실 규모가 컨센서스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며 “3년 동안 눌려왔던 여행 등 외부 활동 수요가 빠르게 정상화하면서 마트산업 매출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망한 바 있다. 남희헌 기자